학교아저씨는 풀과 풀과 풀과 날마다 씨름판,

양파와 오이와 파프리카가 장아찌가 되려고 기다리는 부엌을

결국 오늘도 들어서지 못하고 달골에서 보내다.

오늘부터 엿새는 9월에 나올 걷기 책 원고를 수정하기로 잡은 날.

10일 마감한 뒤 11일 새벽엔 비행기에 오를 일이 생겼다.

15일 대해리로 돌아오면 그 주말에 있을 청계를 준비하는 날들일 테다.

청계가 끝나면 곧 계자가 이어진다.

8월에도 주말마다 ‘우리는 산마을에 책 읽으러 간다’가 있지만

적어도 8월 10일까지 정신없이 몰아칠 일정.


어제 나들이를 다녀간 학교의 행정실과 서류 관련 연락이 오가고,

얼마 전 나온 자녀교육서 <내 삶은 내가 살게...>로 잊혔던 인연들과 연락이 닿고.

‘자기 책 좋다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그냥 글 쓰는데 조금 더 전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또 드네, ㅎㅎ’

기락샘은 옳다구나 하며 마누라를 물꼬에서 빼낼 궁리.

요새는 얼마 전 출간한 책에 대한 반응들이 우호적이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꼬드긴다.


며칠 원고 수정을 해야 한다며 두문불출 하겠노라 해야 한다 했더니

무슨 대단한 글쟁이라도 되는 양 오늘은 이웃마을 벗이 보급투쟁이라고 왔다.

과일이며 죽이며 먹을거리들을 보따리보따리 사서.

아이고, 이 밥 먹을 자격이 있나.

사실 오늘은 한 줄도 보지 못했는 걸.

보통 원고작업에 닷새를 확보하면

발동에 하루가 걸린다.

대체로 큰 일정을 끝낸 뒤이므로 피로를 좀 푸는 시간이기도 하고

시험 앞두고 괜히 안 하던 옷장 정리며 하는 딴전처럼

비몽사몽에 괜스레 어슬렁대고,

그간 안 먹은 거 몰아 먹는 양 내내 뭘 주전부리도 하고.

그 끝에 청소 한바탕 해서 주위가 깔꿈해지면 그제야 원고를 들여다본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네.

오늘은 그리 흘렀다, 소득 없이.

기다리는 출판사로서는 이쯤에는 원고를 받아야 한다.

교정 두어 차례는 오가야 하고 편집도 하고 표지디자인도 해야

9월초 발간이 순조로울 터인데...


쏟아지는 저 별 좀 보라지.

오늘은 올 여름 하늘의 첫 미리내를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476 2019. 8.10.흙날. 맑음 / 복사 통조림 옥영경 2019-09-17 481
1475 2020. 1.18.흙날. 맑음 옥영경 2020-02-20 480
1474 2020. 3.12.나무날. 맑음 / <상호부조론> 옥영경 2020-04-13 479
1473 2020. 1. 6.달날. 비 옥영경 2020-01-20 479
1472 2019. 9.21.흙날. 비바람 / <죽음>(열린책들, 2019) 옥영경 2019-10-31 478
1471 2022. 1. 8.흙날. 맑음 / 169계자 샘들 미리모임 옥영경 2022-01-12 477
1470 2019. 7.11~14.나무날~해날. 비 내리거나 흐리거나 맑거나 / 삿포로를 다녀오다 옥영경 2019-08-17 477
1469 2021. 9.13.달날. 가끔 구름 / 밤에 만난 벌, 그리고 물꼬의 자생성에 대한 몇 자 옥영경 2021-10-28 476
1468 2020.12. 9.물날. 흐림 옥영경 2021-01-10 476
1467 2019. 8.15.나무날. 갬 옥영경 2019-09-19 476
1466 2019. 6.24.달날. 맑음 옥영경 2019-08-13 476
1465 2020. 2.13.나무날. 비 옥영경 2020-03-12 475
1464 2019. 7.25.나무날. 밤새 비 다녀가고 아침 멎다 옥영경 2019-08-22 475
1463 2019. 5.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9-07-24 475
1462 2019. 5.15.물날. 맑음 / 생의 최대 수혜는... 옥영경 2019-07-19 474
1461 2022. 6.20. 달날. 먹구름 한 덩이 옥영경 2022-07-09 473
1460 2021. 1.29.쇠날. 맑음,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1-02-13 473
1459 2월 어른의 학교 사흗날, 2022. 2.27.해날. 밤 눈싸라기 폴폴 옥영경 2022-03-24 472
1458 166 계자 여는 날, 2020. 8. 9.해날. 저토록 맑은 하늘 / 완벽한 하루! 옥영경 2020-08-13 472
1457 2020. 3.25.물날. 맑음 / 현판 페인트칠 · 1 옥영경 2020-05-06 47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