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비도 묻어오는 날씨 덕에

메일이며 누리집에 올린 글들 댓글을 챙기다.

독일에서 부탁해왔던 장학금 서류부터 미적거릴 일 아니라 어여 보냈다.

 

170계자를 함께한 샘들의 아름다운 글을 읽는다.

우리는 정말이지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계자를 할까요우리는 어떤 아름다운 순간들을 위해 그렇게 바라는 지금을 만들기 

위해서였을까요.’로 시작하는 휘령샘의 글부터

아이들이 세상을 여러 가지 시선으로 보기를 희망한다는 소망과

동료들과 아이들의 모습에서 투영된 자신을 보았던 시간을 짚고 있었다.

계자가 잘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것이 제 삶의 기쁨에 한 부분이어요늘 고맙습니다.

이번 계자에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샘들을 보면서 많이 마음이 좋았습니다우리 샘들 정말 잘/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아이들을 위해 어쩌면 전력질주/고민/행동하는 그 많은 순간들이 아이들을 향한 것들이라그 마음들을 보는 게 참 좋았습니다

그 속에 있던 샘들은 체력적으로 힘들었거나 힘든 꼭지가 있었겠지만약간 떨어져 본 제 시선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재미 찾아 

노는 그 모습이 동화 같았습니다그 아름다운 동화 속에 잘 있다 나왔습니다

다음 171번째 동화 속 저를 기약하며 평가글 마칩니다.’(휘령샘의 평가글 가운데서)

교무실에서 온라인 연수를 받아가며 함께한 그였다.

 

밥바라지 2호기 윤실샘.

‘  지내는 내내 내 페이스에 맞게 수행하듯 일 하나씩에 집중하며 해내자 했던 마음을 수시로 일깨웠다. (...) 일의 강도는 셌고 

몸을 잘 부려오지 못한 일상이었던지라 둘째 날쯤부터는 손가락 마디가 아파오고 허리께가 묵지근해져 왔다다행한 것은 

정성으로 밥 지어내어 누구를 먹이고 챙기는 기쁨을 조금은 알아가게 되었다는.(...) 

  그래도 물꼬서 일꾼으로 계자를 살아내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다밥바라지는 바지런히 너른 가마솥방 주방에서 몸을 쓰면 

그만이었지만 품앗이일꾼들은 온 시선과 마음을 아이들을 향해 열어두고 언제든 달려가 그들을 얼우고 품어야 했다그리고 

제 흥이 다할 때까지 뛰어놀아야 곤히 떨어지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다시 열리는 교사 하루재기 시간낮동안 보았던

마음 썼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세심히 나누고 다음 날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 샘들은 눈붙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 누가 어디서 천금을 준들 이 일을 기꺼이 맡아 해낼 수 있을까그 분들의 애씀이 참 눈물겹고 고마웁고 감동스러웠다

또한 시종 일복이 터진 일꾼처럼 안팎으로 물꼬 살림을 살뜰히 챙겨주시는 삼촌의 움직임도 볼 적마다 놀랍고 감사했다.

  비가 와도 강행하기로 작정한 산오름이 있는 날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싼 김밥 보따리며 물통들을 담은 가방을 메고 의연하게 빗 속을 가르며 보물산을 찾아 떠난 아이들의 긴 행렬 

또한 두고두고 남을 장면이다.

  물꼬는 아이들에게 한껏 맘껏 실컷 뛰놀라고뒹굴라고 말해주는 그야말로 아이들의 숨통이다그리고 매 순간 충실하게 시간을 

채우고마음을 깊게 쓰게 하고한 번 이런 일까지도 해보라고 겁 없이 던지는 곳이다그러면서 한 뼘씩 뿌듯함을 느끼며 저 스스로 

자라게 해주는 곳이다.

어느 계자인들 특별하지 않았을까마는 이번 170계자는 이렇게 또 특별한 시간이었다.

평상시 정말 열심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해내지만 그럴수록 정작 몸도 마음도 소진되어만 가던 나에게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몸은 

고되나 뿌듯함과 보람으로 나를 잘 채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코로나가 깊은 시절마지막 그 사태에서 보여준 민첩한 정성어린 대응에도 그저 깊은 감동과 감사를 느꼈던 시간이었다.’(윤실샘)

대학 2학년 품앗이로 시작해 논두렁이 되고

그네 아이들 둘, 올해 일곱 살인 작은 녀석까지 오게 되었다.

오랜 세월 우리 동지였고,

, 그 옛적 품앗이였던 그랑 함께했던 계자처럼

다시 또 우리 그렇게 뜨겁게 같이 일했다.

밥바라지의 평온이 전체 계자의 분위기를 만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좋은 데 가서 좋은 거 먹고 웃고 떠들고 그런 것도 좋겠으나

함께 일하며 다지는 우정에 견줄까.

 

‘(...) 10여 년 만에 온 지윤언니, 첫 걸음한 한록샘과 진주샘과 재경샘, 첫 새끼일꾼이 된 채성이 오랜만에 계자를 하는 나.. 물론 

옥샘이 든든히 계시지만 서른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옥샘이 계자 중간에 해주신 "아이들을 믿으시라! 괜찮아, 우리 잘 준비했고, 동료들이 있잖어. 그대들 뒤에 또 내가 있음!"이 

말을 피부로 느끼고 보냈다.

계자 중에 들었던 생각인데 '내가 행복하고 신이 나야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이 되는 것 같다. 오늘 내가 행복했기에 

모두가 행복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계자 내내 행복했다. 모두가 행복했을 것이다.(...)’(윤지샘)

무슨 말을 더하려나, 욕보셨다. 정말 최고라 할 170계자였다.

 

돌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은, 내가 아이들을 정말로 많이 사랑하는구나 였습니다.’

정성스럽게 쓴 한록샘의 평가글은 그대로 그의 진지했던 태도의 연장이라 감동하며 읽었다.

진지하고 성실한 청년이 주는 삶의 활력이 있다.

계자 내내 그를 통해 온전한 헌신을 보았다.

힘을 내고 또 내 줘서 정말 고마웠던 그라.

그게 다른 이들 힘을 끌어내게도.

그는 맨 먼저, 물꼬에서 아이들을 믿어주는 데 깨달음이 컸다 했다.

더불어, 처음에 옥샘이 하신 말씀이었는데 기후와 관련해서 생각한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이 나요. 비닐과 같은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들이나 옷 등을 다 깨끗히 모아두면서 기후를 생각한다고 하셨을 때, 아 이런 것을 진짜 지키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며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 이 들었어요

 마치 다시 군대에 간 거처럼, 이불도 깔끔히 접어보고, 모든 걸 다시 깔끔히 하는 습관도 다시 배운 것 같았어요. 집을 더럽히고 

살진 않지만, 좀 더 깔끔하게 살아야 겠다도 물꼬를 통해 느꼈던 것 같아요. 윤지누나랑, 지윤이 누나가 항상 정리정돈도 잘하고 

했던 게 어린 시절 부터 물꼬의 경험을 통해서인가 싶기도 했죠. 그리고 속틀 속에 모든 단어가 거의 순우리말과 같은 느낌이라

더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시간표라는 단어 속에 과목들은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물꼬에서 해건지기, 때건지기 같은 표현들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한록샘)

사소한 것들에서 소중함을 많이 느끼고 또 배우는데, 물꼬에서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도 했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믿어주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교사가 되기 위해 한 발짝 내딛어보려구요. 또 기회가 온다면 물꼬에 찾아가

많은 것을 배우고 싶네요. 모든 샘들 아이들에게, 일주일 동안 많이 배우고, 사랑 받아 행복했습니다. 다음엔 좀 더 커서 와볼께요

감사합니다ㅎㅎㅎ’(한록샘)

물꼬의 새끼일꾼제도에 대해서도 그 강점을 잘 읽어주고 있었다.

 

저에게는 유치원 다닐 때 처음 와서초등학교 6년을 함께한 계자를

이제는 새끼일꾼으로 함께한 이 계자가

한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계자에 함께할 수 있었어서 영광이었습니다.’(새끼일꾼 채성 형님)

맞다, 어린 우리 뒤에서 움직여줘 왔던 어른들의 움직임을 알게 되면서 우리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지.

아이가 새끼일꾼이 품앗이가 되고...

애쓰셨다, 그대.

 

 

학교터 관련 교육청 협의로 두었던 오후였다.

95일로 일정이 밀렸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고, 조율을 해나가는.

 

가마솥방에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불이 꺼졌다.

보은취회 식구 하나가 건너왔더랬다.

직접 키우고 만든 댑싸리비에서부터 밭에서 막 수확해온 참외와 오이와

마트를 훑어온 먹을거리들까지 내려놓은 현철샘.

풍성한 저녁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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