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9.해날. 비

조회 수 291 추천 수 0 2022.11.03 16:28:46


엊그제 다녀간 벗이 제 손으로 키우고 수확한 것들을 들여 주었고,

여러 날 오가는 이들 모두 잘 먹고 있다.

상추와 호박과 아욱과 땅콩과...

귀한 줄 아니 자꾸 갖다 주고 싶지.”

그렇다, 여기는 기본 생존준비물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곳이라.

비 내리는 한낮,

설악산에 눈 내린다는 소식이 닿았다.

바깥소식에 더딘 이곳이라 이 멧골과 비슷한 상황에 대한 소식이라도 만나면

기사를 보내오는 이들이 있다.

오늘은 시골집에 모였던 일가족이 가스 중독 추정 사고로 다치거나 숨졌다는 기사도.

물꼬도 여기저기 연탄이고 기름이고 보일러에 연통이 달려 있으니.

가스누출은 없는가 점검할 것.

 

어제 서울대 우종학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페이스북에 썼다는 글도 닿았다.

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였던 때의 글이었는데,

후보자의 딸이 논문으로 기가 막히게 스펙을 쌓은 과정을 찾고 비판하고,

그리하여 후보자의 사퇴가 너무나 마땅하다는 글이었다.

하지만 후보자는 사퇴 없이 장관이 되었고, 서슬이 퍼렇다.

논문을 쓰는 일이 주업인 연구자들 사이에 그 논문 스펙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중이었다.

한동훈에 비하면 조국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로만 말할 게 아니다.

더한 한동훈의 딸에 대해선 왜 조국 때 그토록 난리였던 20대들이 가만히 있는 걸까?

그들이 그토록 말하는 공정의 잣대를 더 크게 휘둘러야 하거늘

그때의 분노는 무엇이고 지금의 무관심은 무엇인가?

그 까닭까지야 알 수 없어도

이 거대한 경쟁사회 속에서 부모의 스펙 지도에 아이들이 휘둘리고,

그런 찬스는 꿈도 꾸지 못한 아이들은 자괴감에 빠지고,

논문의 주제와 아이디어를 찾고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쓰고

그리고 투고한 이들의 노력들이 너무나 하찮아져버린 건 맞는 듯.

대학연구실에서 인턴하고 논문 한편 쓰는 정도는 아주 우습게 되어버렸다.

올 초 썼던 원고 일부에 아들과 조국 건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있었다.

정작 교정 과정에서 뺀 내용이라 활자로 옮겨질 일은 없지 싶은데, 여기다 옮겨둠..

 

어디 바디 프로필에만 우리의 간극이 있었겠는가...

아들! 도대체 조국 건에 대해 20대는 왜 그렇게들 분노하는 거지?”

입시에 있어 부모 찬스를 썼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공정을 주장했던 자신의 말을 뒤집은 거라 분노가 더 했던 거지!”

지난 1월 조국의 부인은 대법원으로부터 자녀입시비리를 포함한 건에 징역 4년 판결을 받았다. 201989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다음 달 9일 임명, 35일 만인 그해 1014일 사퇴, 그리고 2년이 넘게 그와 가족들에게 여러 가지 제기된 의혹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인 논란이 조국 사태로 불린다. 진보와 보수가 혹은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가, 더러는 남성과 여성들이 

사안들에 대해 옹호하거나 비난하며 들끓어 왔다.

그 가족이 사회적 지위와 인적 네트워크로 딸의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스펙을 쌓았고, 이를 대학 진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 활용했다는 

게 중심내용이었다. 그것은 조국을 비롯한 진보가 자신들이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외쳤던 가치를 상실했고, 86세대들이 이젠 이익 네트워크로 

변질됐다고 확대되고 지탄받았다.

그것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임기 내내 그토록 지켜왔던 공정과 정의가 어디로 갔느냐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017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사실 그로부터 5년 전 대통령후보 수락 연설에 이미 등장했던)에서 했던 

말이었다.

진보도 청년도 같이 공정을 말하고 있으나 서로 괴리가 있었다. 이 문제가 그토록 오래 부유하고 있는 것은 청년들이 지닌 공정에 대한 첨예한

감정 혹은 논리를 지나치게 안일하게 바라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치권만 해도 한 쪽에서는 그 문제를 너무 둔하게 봐 분노를 더 키우고

다른 쪽에서는 그걸 부추겨서 덕을 보고 있었다. 득과 실이 어찌되었든 정작 20대에겐 너무나 절박한 현실이었다. 스펙을 만들 여건조차 

되지 않는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더하여 박탈감이 컸고, 그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징역 4년 판결로 갈등은 해결되었는가? 정말? 그게 아니라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 역시 공정을 말한다. 반칙을 원치 않는다. 모두가 차별 없이 투명하게 경쟁하고 거기 걸맞는 보상이 결정되기를 바란다. 부모덕에 자격요건을 

쌓아 명문대 입시에 성공하는 건 옳지 않다. 여기까지라면 청년들도 나도 같은 입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왜 나보다 더 분노하는가?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그대들도 자신들의 노력 없이 얻어 누리는 게 많지 않어? 자신보다 못한 쪽으로 보자면 그들보다 더 혜택 받은 쪽이잖아

사실 우리 삶이라는 게 누구나 예외 없이 혜택 받고 사는 거 아니냐구? 예컨대 저 다리만 해도 우리가 놓은 적 없지만 우리가 잘 쓰고 사는 것처럼 

앞 세대가 혹은 다른 이들이 해놓은 것들에 우리 얼마든지 무임승차 하고 있는 거 아님? 이미 공정하지 않은 거잖아.”

유달리 그 문제에 관해서만 민감한 것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에 태어나 자랐지만 20대는 선진국에 태어나 자란 세대. 아들 

역시 풍요롭게 사는 세대 특성상 성마르고 너그럽지 못한 건 아닐까? 그저 제 구미에 더 당기는 문제만을 물고 늘어진 선택적 분노라고도 의심이 

갔다.

청년들의 분노 끝자락엔 수능 수시 폐지 그리고 정시 부활 주장이 있었다. 그들이 경험한 공정의 세계라는 게 수능(정시) 기준으로 줄 세우는 

것이었을 테니까. 처음에는 청년들의 경험이 일천해서 그런 주장이 나오는가 싶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랑 경험의 구성이 다른 거다

그 구성에 군대, 그리고 일자리(취업) 문제로 성별 싸움이 들어있고, 그것이 자신들로서는 너무나 절실한 문제이니까.

그런데, 그 정시를 두고 셈 한번 해보자. 쓸데없는 것들 하지 말고 그냥 시험 봐서 성적대로 대학 가자는 말인데, 정말 그건 공정한 것일까

그것조차 잘 먹고 잘 자라 체력 왕성하고 먼저 출발한 부유층 아이들이 유리한데? 태어났더니 금수저이다. 머리 좋은 부모의 머리를 물려받고

영양가 높은 먹을거리를 먹고, 먼저 출발하면 이기고 속도와 승차감이 좋은 탈 것이면 우승할 수 있으니 부모들은 선행학습과 사교육 물량공세를 

퍼붓는다. 공정함의 탈을 쓰지만 그 역시 공정하지 않다.

그래도 수능에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다고? 그런 예가 있기는 했다. 가난한 집 학생이 머리띠 동여매고 코피 흘리며 성공한 사례들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들여다보면 그 역시 불공정을 업고 있었다. 그 하나 집안을 일으키는 걸 보려고 누나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공장으로 

가고 남동생 역시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취직하고, 그렇게 온 식구의 희생으로 가능했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공정은 팽팽하게 다투게만 되는 걸까...

 

그 글월의 끝에서 마이크 샌델의 책을 다루었을 것이다:

<공정하다는 착각-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우리는 각자 출발선이 다르다.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는가 말고도

시대에 맞는 재능을 가졌는지 여부도 운에 따라 좌우된다.

축구를 잘하는 걸로 이렇게 큰돈을 벌 줄 알았는가? 예전에는 없던 일이다.

이 시대가 그걸로 돈을 벌게 한다. 당신 능력이 아니란 말이다!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처지가 어려운 누구는 노력도 안 하고 재능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한 게 아니다. 하여 샌델 왈, 그러니 겸손하라던.

그러고도 할 말이 더 있지만 오늘은 이만큼만.

 

강연준비,

영상을 거의 쓰지 않는데, 여행 관련이기라도 하면 사진을 띄워야 할 때가 있다.

간단한 ppt를 만들려는데(거의 내가 안하는, 아니 못하는 일이지만 닥치면 뭐...),

, 사진이 들어있는 파일이 작동을 않는다.

렙탑의 문제인지 인터넷 문제인지.

혹시나 하고 출판사에도 책에 담은 사진파일을 보내 주십사 해놓고.

전용선이 아니라 전화기로 연결해서 쓰는 달골의 인터넷 상황은

파일이 클 때 어려움을 겪고는 한다.

달골을 캠퍼스화하는 과정에서도 해결을 요하는 중요한 문제 하나.

그 즈음에는 한국통신과 논의가 있어야 할.

 

한글날을 이리 밋밋한 마음으로 지나기도 오랜만일세.

(내가 가진) 한글 낱말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 견준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들도 시기에 따라 강도가 다르고,

한편 한 생에서 절대 놓치지 않을 중요한 것들이 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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