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4.쇠날. 맑음

조회 수 274 추천 수 0 2022.11.03 23:31:23


뒤늦게 채마밭이 풍성하다.

방울토마토가 늦게 바글거린다.

오늘도 큰 대접에 한가득.

 

오전에는 연탄을 들였다.

바깥해우소 뒤란 연탄창고에 쟁이고,

사택 된장집으로도 올리고.

땔감도 마련해야 하고 기름도 사고 가스도 들여야 하지만

이리만 해둬도 다가오는 겨울 기세에 맞설 만하다.

 

오후 꽃그늘길 하우스 기둥 아래 풀을 매고,

이틀째 제습이의 아침뜨락 티피 만들기.

어제 대나무로 기둥 넷 세우고, 천막조각을 이어 붙였다.

그러는 사이 방부목을 찾아냈더라. 마침 네 개. 기둥으로 쓸 수 있겠는데.

그러면 다시 다 풀어내고 새로 해야 하는데,

귀찮지만 그 귀찮음 때문에 볼 때마다 후회할 짓이 될까 봐

끌어다 길이를 맞춰보다.

,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 살짝 짧은.

옳다구나 하고 없던 일로 접다.

학교 구석에서 찾아낸 천막조각으로 오늘 마저 면을 다 채우고,

꼭대기에 한 데 모인 기둥 넷에 학교 옷방에서 아이들 양말짝을 가져와 거기 끼우다.

지붕 천(비닐이든)을 기둥에 바로 씌우면 찢어질까 봐.

그 위로 망가진 우산의 천을 떼어내 꼭대기에 얹어 아래로 내려 한 묶음으로 묶어주다.

방부목 막대 넷 가운데 둘을 써서 정면 쪽에 위를 맞대 세우고,

그 위로 대나무를 얹어 티피 꼭대기까지 가로로 잇다.

방부막 처마 위로 낡은 비닐을 찾아다 씌우다.

금세 어둑해진 달골.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비닐을 고정하면 끝날.

 

멧돼지가 사이집 마당까지 들어온다.

비에 발자국을 남겼고, 똥도 누고 가다.

발자국을 살피고 풀이 누운 길을 따라가 보니

아침뜨락 들머리 아래 구덩이를 지나 온 흔적.

건축바닥보강재로 쓰이는 와이어메쉬 두 개를 끌어다

드나든 곳, 그러니까 구덩이 안쪽에서 가장자리로 비스듬히 세워놓다.

풀더미와 풀더미 사이로 세웠으니 무슨 힘이야 있을까만

살짝 경사지게 세워진 가로세로 10cm의 칸들이 그들 발걸음을 분명 불편케 할.

 

상담.

계자를 다녀간 적 있는 두 아이.

아버지가 가사 일을 하고 어머니가 경제활동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달라진 분위기 때문일까?

아버지는 우울증을 가지고도 있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좀 진중해기지도 하지만 이 아이들 분위기는 가라앉은 수위가 높았다.

엄마아빠가 보다 화사하게 지내시기,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며 더욱 밝게 지내시기를 당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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