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20.해날. 흐림 / 달골 포도, 상에 오르다

조회 수 1471 추천 수 0 2006.09.02 10:37:00

* 하이고, 진이 한바탕 빠지는 일이 있었지요.
아, 글쎄 8월 20-21일 길기도 하였던 날을 글로 잘 옮겼더랬습니다.
살뜰히도 썼는데,
숨이라도 크게 쉬면 기억이 달아나 버릴 새라
열심히 기록을 하였겠지요.
그런데 그만 디스켓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더랍니다.
복구센터에 보내보기도 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네요.
날아가고 나니 더 가치로운 게지요, 뭐.
되살려 쓰느라고 써보지만 어디 처음 만큼이기야 할지요...


2006.8.20.해날. 흐림 / 달골포도, 상에 오르다

8월 밥알모임이 있었고,
어제 오전엔 운동장 같은 달골 콩밭이 비 내리는 속에서 정리가 되기도 했지요.
가을학기를 위한 준비와 물꼬생산공동체에 대한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포도 수확을 앞두고 거두는 일에 대한 의견들이 젤 컸겠네요.
“일단 상태를 보고 판단하지요.”
하여 아침 밥상에 포도송이가 나왔습니다.
우와, 알이 이따따만한 겁니다.
아직 깊이 맛이 들지는 않았으나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애정으로야 어떤 포도보다 달았겠지요.

올해는 ‘주문한정판매’란 걸 해보려합니다.
9월 둘째 주엔 포도따기잔치(‘포도가 있는 물꼬’)도 해보려지요.
달골포도!
올해는 새터밭까지 포도농사가 늘었답니다.
‘달골포도’는
달골포도밭과 새터포도밭에 나온, 그러니까 물꼬에서 내는 포도의 상표가 되겠지요.

늦은 가을, 늘어진 포도가지를 쳐내며
이미 새해 농사가 시작되었더이다.
춘삼월엔 60포대의 퇴비가 뿌려졌고
그 위로 볏짚이 깔렸지요.
삼월 하순엔 벌레를 일찌감치 막으려 포도나무 껍질을 벗겨 내렸습니다.
포도순이 싹트기 전 분홍색이 돌던 사월,
천연약재를 뿌렸댔지요.
유월엔 포도 무게로 가지가 처질까 끈으로 일일이 묶고
욕심을 버리고 또 버리며 알을 솎았습니다.

일은 늘 일을 달고 오지요.
이걸 끝내면 저걸 하려니 싶지만 웬걸요,
일은 언제나 갑자기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속성을 지니지 않던가요.
농사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어떤 일보다 제철 제때여야 하는 지라
하필 우르르 한 날 한 시에 일이 몰아치기 일쑤입니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하늘 몫이 또한 큰 것이니까요.
유월이 막바지로 갈 즈음 갑자가 일이 터졌습니다.
감자 캐는 일과 포도 봉지 싸는 일이 겹쳐버렸지요.
월요일부터 감자 캐는 일이 일정으로 잡혀있었는데,
포도밭을 살펴보니 목요일 비 오기 전에 봉지를 싸야겠다싶더랍니다.
어두워질 때까지 캐고 새벽같이 일어나 또 캐고,
이슬이 걷히면 바로 포도밭에 붙어 봉지를 쌌답니다.
아무래도 손이 안 되겠기에 품앗이며 논두렁한테 급히 전화를 돌리자
사람들이 하나둘 학교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감자를 틈틈이 캐고
모두 포도봉지 싸는 기계가 되었다지요.
포도밭에 있으면, 곳곳에서 사각거리는 봉지 소리밖에 들리지 않더랍니다.

그 포도가 무르익어 낼 때가 되었습니다.
감자가 풍년이니 값이 어떠려나,
감자를 쌓아두고 아이들 저들이 더 서성거렸듯
익은 포도를 올려다보며 또 그러진 않을라나요.
대추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린다던 노시인의 시처럼
“포도를 돈사야...”하며 말입니다.


113 계자 계자 미리모임도 합니다.
공동체식구에 밥알식구인 홍정희엄마 박진숙엄마 이은영엄마 곽보원엄마에
품앗이 세이샘 승현샘 현우샘 영주샘,
그리고 경찰대생들인 효진샘 근수샘 구슬샘 지원샘 다혜샘 영은샘 기석샘이 같이 했습니다.
경찰대 1학년 여학생이 딱 3분의 1이 온 거라나요.
낼은 지선샘과 아리샘도 오겠네요.
건축교실이 더해지니
민건협에서 여섯 분의 샘과 아이 하나도 더해져 옵니다.
“애들 챙겨주고, 애들이랑 잘 놀고, 중앙에서 하는 말 잘 듣고...”
세이샘이 계자를 위한 마음가짐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지요.
대학 1학년이던 세이샘은 어느새 품앗이일꾼을 지나
초등 특수교사로 2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오래 함께 한 사람들이 있으면 정작 계자 중앙위에서 할말이 없고 말지요.
미리모임 뒤엔 품앗이 초년생을 위한 물꼬 안내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겠기에.
같이 살고 있는 이도 오랜 시간 함께 한 이도 새로운 이도,
귀한 연들이 고맙기 이를 데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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