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계자 나흗날, 2007. 8. 8.물날. 소나기 오다가다

조회 수 1465 추천 수 0 2007.09.03 08:05:00

120 계자 나흗날, 2007. 8. 8.물날. 소나기 오다가다


비 내리는 아침,
강당에서 달골 다녀오기를 합니다.
맑았다면 달골에 올라 복숭아를 따먹으며
물꼬의 꿈과 아이들이 가슴에 품은 소망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겠지요.
서로 업고 저 편 벽에 닿았다 되돌아오기를 하였지요.
남자 여자랑 짝을 지으랬더니 내외하느라고 소란이었다
이내 또 합니다.

‘손풀기’.
준수가 주전자가 놓인 상 앞까지 나아가 그림을 그립니다.
첫날 아예 자리에 있지도 않았고
다음날 겨우 네모진 상을 자그맣게 그려 넣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손풀기 사흘째인 오늘
가운데까지 나와 아주 크게 스케치북을 채우고 있었지요.
“프로그램도 좋지만 봉사자가 아이를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겠더라구요.”
겉돌던 준수랑 깊은 교감을 가졌던 은규샘이 그러데요.
겨울 계자 때 올 건데 샘도 올 거냐,
준수가 은규샘한테 그리 물었다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 맞아요,
결국 프로그램을 꾸려가는 것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하고 만나는 일이지요.

‘열린교실’.
종대샘이 정우 민재 종윤 환규 해찬이랑 뚝딱뚝딱을 했습니다.
풀잠자리와 장수풍뎅이가 태어났지요.
모두 한 두 마리씩을 들고
아이들 앞에 펼쳐보였습니다.
대도구를 만드는 것은 그것대로
이렇게 소품을 만드는 건 또 그 나름대로 뚝딱뚝딱의 의미가 있을 겝니다.
세인 경진 귀남 현진 연인 현조는
한땀두땀에 들어가 바느질을 하였는데
쿠션도 만들고 인형도 만들고 주머니도 꿰맸습니다.
엄마선물로 준비하는데 완성하지 못했다며
눈물이 고일락말락하는 걸 샘들도 도와주기도 하였지요.
태윤이랑 하다, 지인이는
단추랑 놀았습니다.
탑도 쌓고 목걸이도 엮고 동물인형도 만들었지요.
준수, 두 현준, 영욱이, 주형이는 ‘물고기잡는법’에 들어
메기 퉁가리 괴리를 일곱 마리나 잡아왔습니다.
트럭까지 몰고 가 물에 갔는데
기름값은 벌었다고들 하였습니다.
물가에서 최영샘이 풀피리 부는 걸 가르쳐도 주었는데
벙어리들이 내는 소리라며 심현준은 안한다더니,
덩달아 준수도 시큰둥하더니,
나중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불었지요.
그런데 준수 게 소리가 안났겠지요.
“썩어서 그래.”
그래서 모두 크게 웃었더랍니다.
‘펼쳐보이기’에서 물에 다녀온 인사들을 하는데,
영욱이는 손부터 가슴에 모았지요.
이곳에서 절하는 방식대로 말입니다.
이렇게들 예 익어가고 있답니다.

봉균이 동혁, 윤정이는
매직으로 먼저 그림을 그린 다음 소목으로 옷감에 물을 들였는데
저번보다 색도 더 예쁘게 나와
전문가들의 옷감이냥 보였습니다.
입체책을 만든 채현 재희 영후 민지 동하는
움직이는 책으로
무료한 듯한 우리들의 눈을 환하게 해주었고,
신현수 상욱 윤서 은결이는
나뭇잎이며 모래며 나뭇가지들로 작품을 만들어 들고 나왔지요.
“떨어진 나뭇잎이나 가지를 쓰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씀이 예뻤습니다.”
구슬샘이 자랑했지요.
튤립나뭇잎은 원두막 지붕이 되었고
감꼭지가 꽃이 되었으며 나뭇잎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자연물로 그리기’였답니다.

‘종이끈으로’에는 진엽 진서 재현 수현 재용이가 들어갔습니다.
지혜를 빼고 지난 시간 구성원들 그대로였지요.
다른 애들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하는 듯했는데
진엽이가 우겨서 폐강의 위기를 넘겼다나요.
컵으로 바구니를 엮었는데 휴지걸이보다 어렵다고들 했습니다.
“손이 정교한 애들이 갈수록 적어지는 것 같애요.”
선진샘이 곁에서 지네와 잠자리를 만들어도 주었는데,
재미 붙인 아이들이
사슴벌레랑 장수풍뎅이 로봇 같은 것도 만들어 달라 졸라댔다지요.
“못한다는데도 자꾸...”
하고 싶은 게 없거나 아님 하고픈 게 너무 많아 들어가는 ‘다좋다’는
일하는 거라고 소문이 나 아무도 신청은 않겠네 했는데,
웬걸요, 경표가 또 들어갔고
지혜 주영 태영 혜린 지수 환일 정욱 지윤이도 같이 하였습니다.
양파도 까고 땅콩도 까고 얘기들도 재미났다지요.
‘양파까기와 더불어 진실의 시간’이라며
각자의 지난날을 돌아보았다 합니다.
연애담을 중심으로 말이지요.
혜린이의 연애는 비밀이 새어나와 아이들의 시골날에 재미를 더해주었지요.

오늘도 점심 때건지기에 현조는 큰마당 풀을 뽑고 있습니다.
애들이 하나 둘 붙고
샘들도 건너다보다 곁에 앉았습니다.
“제가 손으로 할게요.”
옆에 있는 구슬샘한테 호미를 넘기며
저는 손으로 뽑는 현조였지요.
저기는 일곱 살 동혁과 정현수가 티격태격하면서도
또 같이 놀고 있습니다.
둘이 싸우고 토라지고 쪽지를 보내기도 하고,
글씨도 못 읽는데 그걸 또 읽는 동혁입니다.
“너 딴 애랑 놀거야?”

오늘 보글보글은 저녁을 준비합니다.
점심 때건지기를 하고 실컷 논 뒤
방마다 아이들이 들어갔지요.
심현준 주희 주형 영인 해찬 태윤 채현이는 떡볶이를 하고,
김치핏자에는
혜린 지수 상욱 신현수 철현 윤서 환규 승호가 들어갔습니다.
소스 맛이 그제랑 달라졌다네요.
가마솥방에서 만들었다는 케첩을 썼는데,
귀신같은 녀석들입니다.
“그래도 잘 팔려서 다행이에요”
승호가 그랬던가요.
민지 귀남 영후 영욱 준수 지윤이는
호떡에 대한 변함없는 찬양의 시간을 보냈다지요.
반죽을 다루는 것에 대한 재미며
아이들 한결같이 좋아했다 합니다.

김치김밥은 윤정 정우 지혜가 말았습니다.
늦게 정현수 동혁이도 와서 먹는 것에 일조를 했다지요.
“정우가 절 더 끌어주려고 하는 게 우습기도 하고...”
여러 차례 왔던 정우가 처음 온 새끼일꾼 경선이에게
이러저러 도움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참, 2학년인 지혜는 김밥을 그리 야물게 잘 말더라지요.
경표 태영 영인 정욱 민재는 김치볶음밥을 하고
‘감자구름’은
류옥하다 지인 봉균 현진 경진 재용 동하가 굴렸습니다.
특별히 생각나는 아이는 없었지만
모두 특별했다는 진행샘이셨지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른 모둠 인원수랑 입맛(단 게 좋은 지 짠 게 좋은지)을 알아오기도 하더랍니다.
보글보글이 훑고 간 가마솥방의 설거지는
말 그대로 산더미입니다.
열택샘과 종대샘이 그 많은 그릇들 앞에 있었댔지요.

비 내려 좀이 쑤시던 모두였지요.
그 마음 어찌 알았을까, 반짝 볕이 났습니다.
대대적인 물놀이로 대동놀이입니다.
철현이랑 종윤였던가, 환규였던가요,
죽은 개구리를 묻어주고 나서 물놀이 가는 길에 서로 상의를 하더라지요.
“우리 엄마가 모기 잘 잡는데 그거 죽 끓여줘야겠다.”
“지옥 가지 말고 천국가라!”
“오늘이 물날이니까 물날마다 제사를 지내주는 거다.
꽃이랑 풀이랑 꺾어서 꽂아줘야지.”
그 사이 풀이 많이도 자라 내 가장자리를 덮쳐
‘태평양’은 그만 동네 개울이 되고 말았지만,
복사뼈만 빠지는 물이어도 행복에 지장 없는 아이들이다마다요.
새끼일꾼 소연이는
글루건에 생긴 물집이 터지는 줄도 모르고 물을 뿌리고 있었지요.
“대동놀이 갔다 집에 오는 길...”
새끼일꾼 지윤이의 표현입니다.
그래요, 예서 사는 며칠은 예가 집이지요.
많은 얘기들을 나누며 아이들이 돌아옵니다.
손을 잡고 아이들과 걸어오는 길,
거기 정토와 천국이 있다지요.
“나는 집을 물꼬 옆에 두고 싶어.”
주희였습니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 티비 보고 싶다.
집에 가면 치킨 라면 햄도 먹어야지...”
그리 노래 부르는 게 어디 정우이기만 하겠는지요.
옷을 버리지 않겠다고 혹은 다른 일을 찾아
가지 않은 아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헤쳐 놓은 방을 쓴 뒤 한숨 쉬어야지 하던 구슬샘은
교실에 남은 상욱이와 현수랑
종이접기에 공기놀이에 온갖 놀이를 같이 해야 했지요.
얼음땡도 하고 줄넘기도 하고 물궁화꽃 수건돌리기도 하고...

저녁, 그예 책방문이 닫히고야 말았습니다.
헝클어진 책들로 도저히 길이 없다고 판단한 아이들이
스스로 문을 닫겠다고 했고,
우리들은 놀이공간 하나를 잃은 거지요.
그런데, 날씨탓도 있겠지만
책방을 안 여니까 놀이를 만들면서 잘도 놀데요.
‘놀이의 생산지대’가 되었더이다.

낼 산오름도 있고 이미 샤워를 여러 차례 하기도 하여
오늘은 땀나지 않는 대동놀이를 하는 밤입니다.
“오늘은 손으로만 놀아!”
노래와 옛 이야기 맞춰 짝을 짓고 손으로 노는 놀이들을 했지요.
형길샘은 또 한 녀석의 똥싼바지를 빨러갔습니다.
“이제 난 너의 몸을 안보고도 그릴 수 있어.”
형길샘이 그 녀석에게 다정스레 던진 말이네요.
늘 와서 그렇게 지내다 가는 아이입니다.
그래도 약 먹이고 싶진 않습니다.
하는 데까지 해보려구요.
한여름밤의 동화가 이어집니다.
샘들이 더 열심히 듣지요.
그 시끄럽던 놈들도 고요합니다.
종대샘이 이번 계자를 위해 준비한 슬라이드동화였지요.
고래방을 나서며 동혁이가 엄마 보고 싶다 울었습니다.
상범샘이 안았는데, 간간히 수염을 만지면서 울기도 하고,
애기 같습니다.
“내일 공룡 잡으러 가자.”
공룡이라면 세상없어도 좋은 동혁이
싸악 울음을 그치며 이제는 이리 말하고 있습니다.
“내일 산에 갔다 와서 집에 가고 싶어.”

어른 하루재기.
‘아이들 옷을 예쁘게 개어 바구니에 담아 놓으니 맘이 참 훈훈했다... 자는 아이들을 들여다보며 내 아이가 잠든 것처럼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은규샘은 하루평가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지요.
‘아람형 아람누나 아람언니 아람쌤 불러주고
상욱이가 짧게 편지도 써주고
물꼬 끝나고 못 보게 되면 전화하겠다면서 번호를 물어보는 애들도 있고
하루가 지날수록 아이들과 더 많이 친해지는 게 좋다’는
새끼일꾼 아람입니다.
그래요, 사람 사이의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은 얼마나 중요한지요.
“애들이 말을 험하게 해서 놀랐어요.”
나중에 말을 해보니까 험한 말을 한 것을 기억 못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는 새끼일꾼 세인.
그러면서 우리들을 둘러싼 세상을 관조하고 있는 새끼일꾼들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새끼일꾼 지윤,
모두의 마음을 제 글에 담은 것일까요?
‘집에 가기 싫어요!’
올 여름은 이 새끼일꾼들이 계자를 다 꾸리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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