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계자 닫는 날, 8월 6일 흙날 구름

조회 수 1468 추천 수 0 2005.08.14 03:47:00

< 105 계자 닫는 날, 8월 6일 흙날 구름 >

모두 또 떠나갔지요, 머잖아 또 올 테구요.
"한 주 더 두면 안될까요?"
주환이네 집에서 온 전화였는데,
우리 주환이, 맛난 것(핏자, 햄버거?)과 컴퓨터 게임이 너무 그리워 못견디겠다 하기
그냥 보내주었더랍니다.
열린교실을 극찬하며 갔지요.
"성생니감사함미다."
우리 일곱 살 민혁이, 인사 깍듯이 하고 갔구요.
누가 "합니다"로 고쳐주었네요.
해인이는 누구보다 깜짝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하였습니다.
산에서 만난 두더지의 코 얘기에 깔깔대던 소영이,
품앗이로 와서 전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하고 떠난 샘들한테 정이 많았던 승현,
지난 해 입고 왔던 옷이 이제 작아져버려 땡글거리는 휘연이,
민주지산을 내려올 때 여섯 차례나 떨어졌는데도 재밌더라는 유찬,
집에서 두부과자를 해먹겠다는 곽예지,
토끼를 젤 열심히 잡던, 온갖 게 불편하지만 그 재미로 용서를 해주던 기원이,
그리고 너무나 예쁘게 웃던 연호가 있었습니다.
그런 사랑 오랜만에 받았지요, 연호 말입니다.
샘들한테 입만 벙긋하면 저를 물었다는데
정작 제가 보이면 슬쩍 비켜가고는 하였지요.
물꼬 같은 학교는 필수여야 한다 역설하는,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연규,
민주지산 가서 "밥은 아 맛있었다"던 희주,
몰랐던 손말을 배운 게 인상 깊었다던 재형,
대동놀이와 보글보글방이 젤 신났다는 도현,
그 작은 모닥불도 좋은 큰 기억으로 남겨준 소박한 주현,
떡잡채와 양갱이를 또 만들어 먹으려는지 뚜렷이 읊는 승호,
자유학교 물꼬가 없어지면 안되겠다는 정정훈,
옷감 물들이기에 흠뻑 빠졌던,
다른 학교와 이 학교가 다른 점 가운데 교가가 두 개라는 걸 알아채준 유림,
민주지산 꼭대기에 서서 오르기 싫었던 마음이 그만 다 사라져버리더라는 호정,
열린교실에서 만든 보따리 인형을 엄마한테 선물할 거라던 선재,
민주지산이 힘들어 그만 죽을 것 같더라는 영서,
그리고
6년째 다니며 오고갈 때마다 많은 것을 알고 간다는 큰 형아 태우가 있었지요.
넙죽넙죽 말도 잘하고 우리를 자주 웃게 해주던,
하도 좇아 다녀 옥영경스토커라 불린 지선이,
평가글 쓰랬더니 샘들 평가를 좌르륵 해놓은 병권,
모닥불가 풍경을 잘 그리던(글로),
글이 너무 매끄러워 되려 재미없다고 슬쩍 놀려준 경목,
하도 '다 좋다'만 좇아다녀 다른 교실도 있단다 알려준 동희,
아, 그래요,
그림동화처럼 글과 그림을 종이 가득 채우던 꼬랑지머리 용석,
계곡을 못넘고 있던 희주를 용석이랑 넘겨주던 기원,
수민형님의 자리를 크게 느껴 그가 가자 잠시지만 깊이 슬퍼하던 다미와 민지,
아빠가 유기농사를 지어(사실은 유기농 판매장) 물꼬 농사를 더 이해한다던 한슬,
물꼬의 계절마다의 모습이 갖는 운치를 다 담아내던 세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는 진배,
물꼬가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하도 시끄러워 눈살을 찌푸릴 만했으나
애교로(?) 잘도 넘어가던 철민,
산꼭대기에서 먹은 초코파이가 '참 맛났던 걸로 추정된다'는 이예지,
쇠를 열심히 치던, 나무 때문에 너무 상쾌했다는 민주지산에서의 큰 멋쟁이 다미,
일곱 살 나이에 결코 쉽지 않았을 점자를 재밌어 한 영인,
한땀두땀에서 바늘에 여러 차례 찔리며도 너무 재밌다던, 참한 지현,
물꼬에 다니고(상설학교) 싶다는 기환,
가는 길이 마냥 섭섭하다는 창욱,
산 속 두더지가 귀엽고도 신기하다며 딴에 두더지를 열심히 그리던 창기,
바이올린을 들으면서 밥 먹는 게 좋았다는 윤정훈,
엿새가 아주 느리게 흐를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하다는 대호,
밖이 더 많이 궁금하던,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바깥 소식을 전하던 경호,
부르면 아닌 척 모자 푹 눌러쓰며 씨익 웃던 경준,
그리고
새 신발 떠내려갔다고 대성통곡하던 공동체 아이 류옥하다가 같이 있었지요.

생각하면 뿌듯한 품앗이
열택샘 유상샘 이근샘 승현샘 선진샘 태석샘 근영샘 창원샘 준세샘,
한치도 의심할 수 없이 좋은 어른으로 커갈 새끼일꾼 무열형 수민형 미리형 선아형,
광주에서 쉽잖은 길을 달려와 반짝공부를 고래방에서 해주신 동철샘과 연자샘,
부엌일을 도왔던 이웃 양계화님과 조은희님,
가마솥방을 지켜주신 김애자님,
그리고 공동체 식구들,
애 참 많이도 쓰셨지요.

빛나는 여름 기억 한 자락을 만들어준 모든 이들,
어떤 말로 고마움을 다 전할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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