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9-22.나무-흙날 / 유기농업연수

조회 수 1491 추천 수 0 2007.12.31 17:49:00

2007.12.19-22.나무-흙날 / 유기농업연수


돈을 보고 따라가면 영원히 자본의 종살이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생명의 가치관으로 물질을 넘어설 때 자유로운 것 아닐까.
그리 농사짓고 살아라!

유기농업 연수 하나를 다녀왔습니다.
한 분 한 분 먼 곳이어도 열 일 제치고 달려가 뵐 분들이
마침 한 자리에 다 모이신다 하기
짬내기 쉽잖은 몇 날을 쏟았지요.
“병원 가지 말고 고기 먹지 말고 학교 보내지 말고 원조물자 먹지 말자”던
스승의 가르침을 좇아 이렇게 많은 학교와 병원이 있어야 되느냐 의문을 품고
대안을 제시해 오시는 시골교회의 임락경샘,
서울살이에서 물꼬가 하는 행사에 같이 자리한 후
십년 동안 뵙지 못한 정경식샘,
30년을 짓고 계신 논농사의 대가 강대인샘,
유기축산농가의 선봉(?) 전석호샘,
오리농법을 진두지휘(?)해 오신 주형로샘,
관행유기농(없는 말입니다만 근접한 표현인 듯하여)의 한 사례 정상묵샘,...
살아오신 세월만큼 던져주신 것도 많았지요.
좋은 일은 좋은 사람들을 모은다고 믿는 주형로샘,
실천으로 설득하고 계신 김준권샘,
경험이 선생이라는 강대인샘,
그리고 우찌모라 간조 선생의 ‘천직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를
당신 삶에서도 묻고 또 물었다던 전석호샘.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그게 천직이다.”(우찌모라 간조)
그렇겠습니다.
‘어떻게 말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살까’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지요.
결국 삶이 문제이지요.
내 삶의 방향이 정직한가가 중요한 것이겠습니다.

그런데, 사고도 칩니다요.
사람이 덜 되어 어딜 가나 좌충우돌이지요.
한 샘이 루돌프 슈타이너를 좇은 농법을 소개했는데
(루돌프 슈타이너의 능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갈고리 같은 게 마음에 일었지요.
가을에 해서 겨울을 나고 봄에 내는,
혹은 봄에 시작해 여름을 나고 겨울에 내는,
뿌리거나 거름으로 쓰는 프리퍼레이션(농사 예비제?)을 만드는 과정을 들으며
아니, 그 정도 정성이면 다른 무슨 농법으로 한들 성과가 없겠는가,
30년 유기농 전통이면 그 안에서 우리 것에 대한 새 실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 싶었지요.
게다 굳이 그 재료를 독일에서부터 가져와야한다면
우리 안에서 발견하는 실험도 해야지 않느냐 싶었고,
한 생명에 바람이 닿고 이슬이 닿고
달과 별, 우주의 온 기운이 닿는다는 거야
어느 존재라고 그렇지 않을까,
그게 어디 슈타이너의 주장이기만 할까,
삐딱했던 거지요.
그런데 어떤 주장이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또 중요하겠습니다.
욕도 노래처럼 하는 슬기로운 이가 있더이다.
헌데 슈타이너교육에 대해 있었던 시끄러운 논쟁의 중심에서 보낸
한 때의 감정이 올라오면서
제 말은 여간 거칠지가 않았습니다.
밥 먹으러 나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음 쓰여 하고,
가뜩이나 당황하면 말은 뒤죽박죽에...
발도로프스쿨이 가진 예술적 성과물을 인정하더라도
슈타이너 교육이 한국인의 지적허영과 닿아있는 면이 많지 않더냐,
왜 슈타이너만 만나면 다들 교조가 되는 거냐, 감정에 휘둘렸지요.
오랜 역사를 가진 유기농법경험이 어떤 안티라도 받아낼 수 있을 테고
그래서 어리광이나 공격이나 다 허용될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에 업혀가기도 했겠습니다.
어차피 초짜니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했고,...
그러나, 같이 할 얘기 따로 할 얘기,
또 부드럽게 할 얘기 급박하게 할 얘기가 따로 있을 텐데,
과했습니다.
어디서 그런 공격성이 나왔을까요, 낯이 뜨거웠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게 자신인 걸요.
어디서고 자신의 모습은 드러나기 마련이지요.
그런 자신과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 밖에 수가 없는 게지요.
잘 살아야지요, 나아지겠지요.
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람이 아니라 키우는 것들이랑 더 많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아무렴요, 날을 더하며 좀 낫지 싶은 기대로 사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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