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10.달날. 대체로 맑음

조회 수 450 추천 수 0 2020.03.06 23:59:06


 

기온은 다시 영상으로 꺾였다.

 

2월 어른의 학교가 마감되었다.

공지하자마자 올 사람들 거개 연락 되고 신청을 마친.

3일 밤 공지했고, 10일 오늘 늦은 밤 마감. 일주일 만에.

하기야 얼마 되지 않은 규모이니.

올까말까 망설이는 이 정도가 한둘 있으려나 올 사람 다 신청한.

지난겨울 165계자를 함께했던 이들이 절반,

논두렁과 품앗이샘들, 새끼일꾼들이 다 채우고

그래도 새로운 인물도 하나, 먼 이국에서 인연을 맺었던.

물꼬 인연 십년이 되었어도 계자를 제외한 일정에 처음 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십수 년 한결같이 달려오는 이가 있고,

모자와 선후배와 자매와 사촌과 친구들이 있다.

계자에 오려고 하였으나 품앗이로 신청을 하고도 못 왔던 아쉬움으로도 오고,

큰 산 같던 시험을 끝내고 오는 이도 있고,

이제 고3 수험생 아들을 두고 기도하듯(순전히 내 해석으로다가) 오는 이도 있고,

설렌다. 사랑하는 이들이 한 차에서 쏟아져 내리는 광경일지라.

 

이른 아침 멧골을 나섰다.

남도의 한 섬에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다.

마침 그곳에서 머잖은 절집에 정원을 구상해주었던 연도 있어

들렀다 올 것이다.

품앗이샘도 하나 동행하다.

만나기로 한 이를 기다리는 사무실에서 상주하던 이와 명함을 주고받는데,

제가 명함 같은 건 없고...”

마침 어디 전하려고 가져있던 내 책 <내 삶은 내가 살게...>가 있었다.

, 책값은 만오천 원입니다.”

정말 지불을 하고 책을 사준 그니였다.

사람을 기다리며 트레킹기 교정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의 아내가 몇 해 전 산티아고를 걸었고, 올해 다시 간다 말을 보태며

반가워라도 했다.

뜻밖의 곳에서 뜻밖의 만남들이 늘 이어지는 사람의 일이라.

 

문제의 사람을 만났다.

굳이 에둘러서라도 설명을 좀 하자면

일종의, 시골 어른을 만만히 보고 함부로 일을 처리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하자.

짠했다.

그리 좋을 일이 아닌 일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그가,

그런일로 사람을 찾아가야만 하는 내가,

그런 자리에 동행한 품앗이샘까지,

그런 일에 연루된 어르신들도.

사는 일이 참...

해결에 대한 절차를 합의하고 일어서다.

좋은 일로 보았다면 아무렴 좋았겠지.

허나 사람의 일이란 꼭 그렇게만 살아지는 게 아니어.

그래도 큰 소리 없이 서로 사정을 헤아리고 합의할 수 있음에 감사.

이견으로든 이권으로든 그 간격을 두고도 서로 논의할 수 있음에 고마움.

 

만족스런 밥집에 닿아 먼 길이 그리 나쁘지 않았고,

어릴 적 간 적 있는 장을 돌아보며 한 시절 만났던 사람들을,

아니 그 시절 그 사람들을 만났던 어린 나를 생각하였네.

쉰이 넘도록 살지 몰랐던.

정녕 내일 일을 모르는 인간사라.

 

그리고 돌아오며 들린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정작 잔존유적지라고 경비대 막사 벽체(?) 하나가 전부인 것을

참 많이도 벌려놓았다는 생각이 들데.

과장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 같은.

전쟁기념관보다 평화박물관을 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느낌을 가진 것은.

세상이 그렇다고 하지만(체험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놀이공원 같아서도 불편했음직.

아무래도 그런 게 재미있을 나이가 아니어서도 그랬을 것이다.

입장료며 체험비며 관광모노레일까지 타면 5만원 돈이더라.

눈으로 주욱 훑고, 잔존유적지만 까치발로 보고 나왔다.

거제도포로수용소 관련 논문을 하나 준비하던 때가 있었다.

최인훈의 <광장>을 시작으로 가졌던 관심이었고,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에 많이 기댄 글이었다.

(조선 사회를 막시스트 관점에서 분석했던 그였다.

북한을 진지한 담론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것도 그였다.)

그때의 경험으로

아마도 포로수용소 당시의 사투를 절절하고 생생한 역사로 기억해서,

그리고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지를 들어가 보았던 여러 차례의 경험으로

각별한 그곳이어서 현재가 낯설고 편치 않았을 수도.

역시 나는 옛날사람이어 그런 걸로.

 

물꼬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한 작업실에서 밤을 새고 있다.

오늘 아침 출판사에 보내려던 교정지였는데 결국 여기까지 들고 와

새벽 5시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네.

내일(그러니까 오늘이 되는 거지) 소인으로 우체국에서 보낼 수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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