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5.나무날. 맑음

조회 수 458 추천 수 0 2020.04.08 07:59:08


 

서리처럼 앉은 싸락눈이 멧골을 덮은 아침이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에 모두 도로 들어가겠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댔다.

옛 시절에는 많기도 했던 빈대를 흙벽 바르며 없애기도 했다고.

봄이 시작되니 여기저기 집도 좀 살피라는 말이었겠지.

바람 거친 속에 학교와 달골을 누볐다.

 

사이집 소각로에서 마른 풀이며들을 태우고,

돌담 앞 기둥에 드디어 안내판도 달고,

어제그제 팠던 아침뜨락 지느러미 수로를 이제 정리하고,

아침뜨락의 밥못에서 내려오는 계단에 방부목 다시 박고,

뽕나무 아래로 돌아 흐르는 수로도 치고,

그 앞의 너럭바위 곁으로 땅을 3단으로 정리도 하다.

금룡샘이 때때마다 모아준, 서울의 오피스 건물에서 나온 화분들이

햇발동 앞에 하릴없이 세워져 있었기

그 자리로 옮겨볼까 하는.

 

어제만 해도 교사들은 9일에 출근하라던 안내는

다시 개학에 맞춰 23일로 연기되었다.

최소인원 근무체제로 돌아가기는 하니 불려나가는 날도 있을.

이번 학기는 한 초등의 분교 특수학급 담임을 맡기로 했지.

물론 물꼬의 주말학교는 계속된다.

교장샘과 교감샘으로부터, 또 본교 특수학급 교사로부터도 확인 연락이.

아직 공문을 수령하는 상황이 아니고(나이스 가입도 해야 하네)

쉽지 않게 낸 걸음에다

(물꼬 내부 일도 내부 일이고 인근 중등 예술명상수업도 다음 학기로 넘기고 가는)

새로 합류할 인력이라서도 마음들을 써주시는.

 

이런 뜻밖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하더라.

한 친구는 이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쓸지 조언을 구했다.

앞으로 의료계에서 일할 것이니

공부로서도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바이러스 사태가 정치 사회와 어떻게 물리는지, 의료계도 들여다보고...

방향을 정해 심층 글을 써볼 수도 있을 테고.”

물꼬의 학생장이라 할, 3이 되는 친구에게도 문자 한 줄.

이렇게 얻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할 테다.

기본시간은 다 열심히 하는 시간일 것이니.

3월에 바짝 긴장하며 시작하는 수험생활일 것인데,

그 호흡을 놓치지 마시라 하였네.

 

내가 2018학년도를 바르셀로나에서 보내는 동안

달골을 관리했던 무산샘이 오랜만에 전화를 넣었다.

이제는 직장에 손발이 묶여 물꼬에 오는 시간이 쉽잖은데,

얼마 전 도마령 넘어 지날 일 있어 멀리서 달골을 보고만 갔더라지.

비가 오는 날이었다고.

산과 들을 다니며 측량하고 길을 만들고 안내판을 붙이는 그의 일은

사람을 덜 만나니 코로나19에 큰 영향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물꼬를 거쳐 간, 이제는 보기 쉽지 않은 그리운 이름자들을 떠올리는 밤이네.

부디 평화와 건강과 함께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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