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들 보았으면 좋겠다, 이 영화.

 

이런 걸 정주행이라고 하던가.

아들의 넷플릭스 계정으로 내내 보고파라 하던 영상을 챙기다.

미국 8부작 미니시리즈 시즌1: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그레이스 라스무센과 캐런 듀발

두 형사가 성폭행 피해자들을 만나고, 마침내 범인을 잡는 이야기.

유치장에 갇힌 초라한 나신의 범인을 카메라가 천천히 비출 때 통렬하고 고맙다.

그간 이런 류의 영화에서 카메라는 피해를 입은 여성의 몸을 향해 그리 했으니까.

범인을 잡아낸다는 데 방점이 있기보다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교본(?)을 보여주는.

교사로서도 아이들을 대하는 데 있어 지닐 섬세한 감정에 대해 말해주는 영화.

캐런이 성폭행 피해자에게 말한다, “네가 언제 말할지는 네가 결정하는 것.”

사과(“미안해.”)와 감사고마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함.

 

두 인물을 엿볼 수 있는 대화(냉소적이고 거친 면을 지닌 그레이스와 신앙심이 깊고 완벽주의자인 캐런).

늦도록 일을 붙들고 있는 캐런에게 그레이스가 말한다.

일을 인생의 최우선 순위에 두면 문제에 부닥치게 될 거야.

물론 이런 급박한 상황에 내려놓는 게 쉽지 않지.

그러나 그게 생존기술이야. 그렇다고 나쁜 경찰은 아니야.

캐런이 답한다. 자신은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남아있는 사람이라고.

그레이스는 그렇게 남아 범인을 잡았고, 캐런은 그렇게 남아 범인을 잡았다.

캐런의 차 안에는 이런 메모가 붙어있었다.

“HERE I AM. SEND ME.”(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이사야서 6:8)

하나님이 나타나 섬길 사람을 찾을 때,

정화할 것이 있는데 누구를 보낼까 물었을 때 이사야가 한 대답이었다.

 

범인이 잡힌 뒤 피해자 마리 애들러는 캐런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까지 살면서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믿고 싶었어요. 그래야 희망이 생기니까.”

강간과 일련의 사건(자작극이라는 오해도 있었다)을 겪으며 그는 희망이 없어졌더랬다.

세상이 이리 나쁜 곳이라면 여기 남을 필요가 있나...

그러다 뜬금없이 두 사람 얘기를 들었어요.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저를 위해 움직이고 잘못된 걸 바로 잡고

그 사람 감옥보다 가는 것보다 두 분이 모든 걸 바로 잡았다는 얘기."

이제 좋은 일을 생각할 수 있다고,

내게 그런 일을 해주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멀리서 쓰는 애가 누군가에게 도움일 수도 있다.

어쩌면 물꼬에서 살아가는 나날이 그런 기대이겠단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의 애씀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게 한다면!

 

그리고 에피소드마다 남긴 적바림.

 

E3

(성폭행의 그림자는) 척추에 박힌 총알처럼’ 박힌다. 어디 성폭행만 그렇겠냐만.

 

E.5

알아낼 수 없는 건 없다.

그 남자를 잡는 데 필요한 정보는 사방에 널렸다.

제대로 된 질문을 다룰 줄 알면 된다.

 

E5.

여자 경찰 40%가 자기 애를 학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여자 경찰 40%는 일자리를 잃겠지.

플로리다 논문에 따르면

경찰이 아내를 때렸으나 아직 안 짤린 경찰이 얼마나 될까? 30%

가정폭력과 타인에 대한 폭력이 엄청나게 연관돼 있는 건 누구나 안다.

플로리다의 아내 패는 경찰 3분의 1이 배지 달고 총 차고 돌아다니고 있다.

 

E 6

길이 안 보인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죠.”

그레이스와 캐런은 처음 맡았던 강간 사건(15년 전에 일어났던)을 지금도 기억한다.

디나 존스, 열여섯 살 생일을 하루 앞둔 애,

메리 팻 오언스 서른두 살, 세 아이의 엄마.

 

동료가 수사 과정에 집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으며 미안해 하자

캐런이 말했다. “가족 돌보는 일로 사과하지 마.”

 

E8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다-마태복음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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