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5.달날. 밤 빗방울 잠깐

조회 수 1175 추천 수 0 2007.10.26 07:06:00

2007.10.15.달날. 밤 빗방울 잠깐


짧은 훈련에도 아이들은 금새 변합니다.
그것이 행동으로 할 습이 아니라면 더욱 쉽지요.
지난 학기에 한참 익혔던 쓰고 읽기가
긴 방학을 거치며 학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하더니
(몸에 익기 전이라)
부쩍 나아진 종훈이입니다.
여러 학자들이 말하는 ‘민감기’, ‘결정적시기’라는 말처럼
언어를 익히는데도 그런 시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때가 있다,
흔히 어른들이 공부하라며 하시는 말씀이 이러하던가요.
무엇보다 국어는 다른 공부를 하는데도 큰 뿌리가 됩니다.
오후에 아이들은
남아있던 마지막 고구마줄기의 껍질을 벗겼습니다.
그걸로 김치를 담을라니까요.
공부하고, 또 그만큼 일하고 있는 이 아이들을 보노라면
이곳의 배움에 대해 마냥 뿌듯해집니다.

저녁에는 흘목 윗마을에 건너갔다 왔습니다.
‘귀농사모 솔로산방’ 모임이라나요.
귀농을 꿈꾸는 혹은 귀농한 이들의 인터넷 까페인 모양인데
거기 홀로인 사람들이 방을 하나 차지하고 있나 보더라구요.
햇살마루 가온 수희 산골소식 귀도 ..바다 아카시아향기
병아리 보리 영동심마니 컨츄리보이 남정임...
그리들 모였데요.
남남들이 그렇게 모임이 됩디다.
산골에 들앉아 별일도 없이 살다가
재미난 구경이었더이다.
다 사는 얘기들이 나오지요, 뭐.
집을 짓는, 아니 정확하게는 보는 일에 관심이 많아
어데 목수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데,
마침 물한에 작은 한옥을 두어 해째 홀로 짓는 가온님도 내려왔지요.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이 모이니
자연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 만발하였습니다.
“전유성씨가 사회 보던 음악회할 때 갔었지요...”
물한 2리 이장님도 같이 와서 인사를 건네오셨네요.
좋은 연들이 되면 고마울 일이지요.

며칠 전, 본지 오래된 선배한테 안부를 물었더니
답장이 왔었지요.
공학도인데 늦게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부러라도 단조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중이기도 하지.
뿌려진 씨들만큼은 키워야 되겠지만
요즘 눈곱만큼도 보상 없이 모든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교통사고나 여러 가지 사고로 흩어진 시신을 맞추어 염을 해주는 분도 있고
아무런 소속 없이 집에서 노인을 10명씩이나 보살피는 친구도 만나고
장애인과 동거 동락하는 친구
청소년들에게 자기 것을 내주며 진실을 찾아가는 친구
그전에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관심이 있으니
참! 많기도 한 것 같더군.
많이도 사랑을 베풀고 많이도 주는구나,
이 죽어 없어질 조그만 가슴은
왜 이리도 어느 누구에게도 그리 주지 못하는 건지…….
나이를 먹으니 좋은 점도 있더군!
그전 일들이 생각이 가물가물해서
무엇을 가지고 그리했는지,
설상 무슨 일이면 어떠하리, 생각이 들뿐.
...
그전을 생각해보니
항상 고통 받는 건 젊은 청춘들뿐인 것 같아.
어른들의 사상들이 진부해서라기보다는 기억력이 떨어졌던 거지.”
열심히 살고 싶게 하는 이들이 참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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