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6.불날. 맑음

조회 수 1249 추천 수 0 2007.10.26 07:06:00

2007.10.16.불날. 맑음


콤바인으로 벼를 거둔다 해도
논 가장자리는 기계가 닿지 못합니다.
해서 가 쪽은 손으로 베주어야 하지요.
아이들이랑 벼를 벴습니다.
할머니들은 마지막 메뚜기를 잡고 계셨지요.
“이 논만 메뚜기가 들어.”
그럴 밖에요,
마을 젤 웃다랑이인 물꼬 논엔 농약을 치지 않으니까요.
올해도 우렁이농법으로 지었더랬습니다.
할머니들은 이 가을
틈만 나면 논두렁에서 손으로 휘익 휘익 훑고 계셨지요.
볶아 먹으면 그게 그리 맛나답니다.

아놀드 로벨의 <길을 가는 메뚜기>였지요, 아마.
그 왜, 개구리와 두꺼비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하던 작가 말입니다.
어느 날 메뚜기는 느닷없이 여행이 가고 싶어서 길을 떠납니다.
길 위에서 딱정벌레도 만나고 모기도 만나고
나비와 잠자리떼도 만나지요.
모두 늘 똑같은 생각을 하고, 늘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요.
자신들이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많은지,
그 길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먼지가 자욱하고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여행을 가는 메뚜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얼마쯤 그걸 알 수 있게 될까요?
누군가 햇살처럼 빛나고 아침 이슬처럼 영롱한 삽화라고 했더랬습니다.
낼은 아이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어야겠습니다,
논에 나가 마지막 메뚜기를 좇아다니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416 2022. 4. 7.나무날. 흐리다 맑음 / 설악산 아래·7 옥영경 2022-05-05 458
1415 2021. 3. 4.나무날. 비 옥영경 2021-03-26 458
1414 2020. 3. 1.해날. 맑음 옥영경 2020-04-01 458
1413 2020. 1. 2.나무날. 조금 흐림 옥영경 2020-01-20 458
1412 2019. 9. 4.물날. 비 / 조국 때문에 받은 문자? 옥영경 2019-10-16 458
1411 2019. 7.28.해날. 비 추적이다 멎은 저녁답 옥영경 2019-08-22 458
1410 2020. 1.19.해날. 아침 이슬비 옥영경 2020-02-20 457
1409 2019.10.31.나무날. 맑음 / 가섭 아니고 가습 옥영경 2019-12-16 457
1408 2022. 4.14.나무날. 비 근 아침, 흐린 종일 옥영경 2022-05-07 456
1407 2021. 1.31.해날. 맑음 옥영경 2021-02-14 455
1406 2020. 3.23.달날. 맑음 옥영경 2020-05-03 455
1405 2020. 2.26.물날. 갬 옥영경 2020-04-01 455
1404 2019 여름 산마을 책방➁ (2019.8.24~25)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10 455
1403 2022. 4. 9.흙날. 맑음 옥영경 2022-05-05 454
1402 2021. 1.30.흙날. 해 옥영경 2021-02-14 454
1401 167계자 나흗날, 2021. 1.20.물날. 해 옥영경 2021-02-08 454
1400 2020. 2. 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3-05 454
1399 10월 물꼬스테이 닫는 날, 2019.10.20.해날. 맑음 / 아고라 잔디 30평을 심은 그 뒤! 옥영경 2019-12-05 454
1398 2019. 7.10.물날. 비, 여러 날 변죽만 울리더니 옥영경 2019-08-17 454
1397 2020. 4. 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5-27 45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