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 7.물날. 낮은 하늘

조회 수 1285 추천 수 0 2007.11.19 07:25:00

2007.11. 7.물날. 낮은 하늘


보건소 소장님댁에 건너갑니다.
젊은 나이는 아니나
마을의 젊은 축으로 오가는 걸음이 잦았고,
국선도며 풍물이며 같이 한 시간도 많았는데,
어째 나날을 헤치기가 가파르니
올해는 거의 드나들지를 못하였네요.
누가 아파서라도 가련만
식구들이 또 몸은 잘 건사하고 사는지라...
오늘은 아이들과 건너갔습니다.
물꼬에 재봉틀이 세 대나 있는데
영 시원찮았거든요.
지난 해 말에 김천 나가 다 고쳐도 왔는데
그러고도 내내 신통찮았습니다.
막 입는 옷들 가운데 주머니로 쓰면 좋겠는 감들을 찾아
둘둘 말아서 갔지요.
주머니 만들기를 합니다.
손바느질은 이미 익힌 아이들입니다.
재봉질을 했지요.
필요한 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주로 보여주기만 하였는데,
배우는 모든 것이 다 재밌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지난 달날에 마지막이라하고도
어제도 오늘도 감을 털었습니다.
“진짜 끝이에요.”
미련 없을 만치 따내렸습니다.
정말 더는 손이 닿지 않는 곳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오늘도 감을 깎고 걸었지요.

국화시간.
미죽샘도 오늘은 아이들 곁에서 작업을 하셨습니다.
장식부채에 그림을 넣으셨지요.
우리들에게 하나씩 마련해준 선물입니다.
그림과 더불어 시도 실렸는데,
샘은 또 시인이기도 하였더이다.
해를 더할수록 아름답기 더한 샘이십니다.

저녁답에 읍내 병원 영안실에 다녀왔습니다.
또 한 분을 보냈지요.
댓마의 남기원할아버지.
서울 큰 병원으로 가신 게 달포 전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먼저 보고 좇아 나오셔서
꼬옥 껴안으며 눈물 흘리셨네요.
퍽이나 가까웠던 당신들입니다.
물설었던 이곳에 뿌리내리는데
얼마나 큰 힘이셨던 어르신들인지요.
참으로 선하신 분들이셨습니다.
풍끼가 있어 온전치 못했던 할머니 두고
저승으로 어찌 걸음 옮기셨을 라나요.
대전을 다녀올 일이 있어 서둘러 일어서려는데
신동훈할아버지며 박희만할아버지 조병우할아버지가
그리고 할머니들이 그예 앉혀 밥을 멕여주셨습니다.
자꾸 눈물이 떨어지던 밥상은
어느새 산 자들의 너스레로 일상이 되고,
가라앉았던 빈소가 떠들썩해서야 그 인자하던 미소 되찾으며
비로소 당신은 저 생에서 아내를 맞이할 집터를 둘러보고 계시잖을지...
돌아오는 차에서
가만 가만 초혼가를 불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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