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3.불날. 맑음

조회 수 1211 추천 수 0 2007.11.21 18:32:00

2007.11.13.불날. 맑음


민족건축인협의회의 양상현 교수님(의장)이 다녀가셨습니다.
물꼬의 큰 협력단체인 그곳은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을 설계해주었으며
(꼬박 한 해를 물꼬의 생각을 주욱 들으며 그렸던)
계절학교 온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건축학교를 열어주었고,
어느 해 여름엔 생태마을만들기 주제로 물꼬를 삼아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채우고 세워도 주었습니다.
내년이 안식년이어 미국에 머무신다지요.
출장길에 인사차 들리셨답니다
(아, 민건협 식구 중에
물꼬 나오는 ‘다큐 여자’ 예고편을 봤다고 소식 전하는 이도 있었다지요).
떠나는 이들이 많습니다.
교수인 다른 선배 하나는 작년에 미국에 머물다 왔습니다.
“사실 애들 영어 때문이지, 뭐.”
이네들이야 다시 돌아올 길이지만
아주 삶터를 옮기는 이들도 주위에서 적지 않습니다.
피붙이 딸 같은 후배는
살다 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구석으로 이민을 간다는 소식입니다.
예전에는 예서 뭔가 같이 해야지 않겠냐고 발목을 잡아도 보았지만
이제 가라 가라 하며 삽니다.
그래, 잘 가는 거다, 말해줍니다.
어쩌다 이 나라는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되었는지요?
일제를 피해 간도로 가는 것도 아니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48095&PAGE_CD=


저녁에 젊은 친구들과 안락사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삶이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죽음 또한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을 인정해야하는가,
안락사를 인간답게 죽을 권리로 보아야 하는가, ...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듣고 있는 얘기는 다음이었습니다.
“돈도 돈이고...”
불치병으로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을 때, 로 시작한 그의 말은
결국 병상에 쓰일 돈, 그러니까 버려지게 될 돈,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유용할 돈을
고치지도 못할 병에 계속 쏟아부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사람 죽음이 돈의 문턱에 걸리는 거지요.
거기에 오늘 안타까운(속상한, 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는) 사연 하나 더했지요.
무슨 ‘썬데이 서울’(아직 이 황색잡지가 있는지?)입니다.
가난한 여인이 남자를 보냈습니다.
돈이 없어서, 돈 많은 여자한테 그를 보내고 울었습니다,
(보낸 건지, 그가 간 건지 그 속내야 다 알 길 없지만).
고시에 합격한 남자가 가난한 시절 뒷바라지를 하던 여자를 버리고
이제 신분에 걸맞는 재벌가로 갔다는 신파야 신물나도록 보았던 예인데,
이 시대도 여전히 신파가 난무합니다.
바보같이 왜 보냈느냐고
어찌 그 여자를 탓하겠는지요.
돈이 문제입니다.
돈에 끄달리는 삶(‘개인적’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이라니...
돈이 에너지야 맞겠지만 우리 삶을 쥐락펴락 해서야 되겠는지요,
‘존재’를 그리 팔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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