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6.불날. 비

조회 수 441 추천 수 0 2021.02.12 23:49:34


 

우리는 계자를 끝냈지만 계자를 끝내지 아니하였다, 라고 쓴다.

코로나19 3차 확산세 속에서 167계자를 주말에 끝내고

2주간 자가격리에 가까운 날을 보낸 뒤 계자 정리글과 사진을 올릴 계획이었다.

무사히 지났고 이제 보름을 그저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될 때,

 

도청에서 미인가대안학교 실태조사를 하라고 해서...”

어제 군청 안전과에서 전화가 들어왔다.

전화가 잘 닿지 않는 이곳, 수차례의 부재중 전화 뒤 문자가 빗발쳤던.

대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확진자들 때문이었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기숙형 비인가 국제학교에서

엊그제 12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오늘은 광주에서 TCS 국제학교 관련 전수조사에서 10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한다..

제도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거다.

물꼬의 위치도 그러하다.

불과 며칠 전에 일어났다면?

167계자를 멈춰야 했을 테지.

물꼬의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아무렴 물꼬 계자 무사히 마치라고 일이 그리되었겠냐만.

결과는 그렇다!

어찌 신비로인 일이 아니겠는지.

그렇다고 그런 요행을 자꾸 기대지는 않겠다.

“도청에서 직접 가보라고 해서요...”

안전과에서 현장실사를 나왔고,

학교와 달골 기숙사까지 돌고 갔다.

상주인원은 보건소에 가서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권고를 받았다.

 

만두를 빚는다.

계자에서 아이들이 남긴 소가 많았다.

마침 가끔 물꼬에서 밥을 먹는, 고개 너머 이웃이 건너왔다.

처음 빚어본다 했다.

, 송편을 빚은 적은 있어요.”

경상도는 만두 빚는 가정이 드물었다.

요새는 모르겠다.

대해리는, 영동군의 남쪽인 이곳은

생활유형이 경상도에 가깝다, 억양도.

 

167계자를 끝낸 부엌을 정리한다.

계자 대형으로 쓰기 편하게 있던 물건들을 다시 일상 형태로.

냉장고도 정리하고.

산에 갔던 김밥이 아직 남아 있어

달걀 입혀 부쳐냈다.

서너 끼니에 한 접시씩 계속 올라오던 것이었다. 드디어 털었다.

계자가 끝나면 짜장이나 카레가 지나치게 남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그것 대신 야채죽거리와 생선찌개가 남았다.

오늘내일이면 그것도 마저 먹겠다.

여럿이 썼던 수저와 국그릇과 접시도 뜨거운 물에 튀긴다.

가스렌지도 박박 닦고 받침대도 꺼내 문지른다.

비로소 계자 후 일정의 끄트머리가 보인다...


오래 전, 무려 20년도 전의 학부모님이 글을 주셨다. 기억하다마다!

아이의 부모님 두 분 함자도 잊지 않았다.

독특하고 예뻤던 아이에다 그만큼 특이한 매력을 지니셨던 엄마! 

그 때 별스런 기억이 또 하나 있어...

그해 물꼬 수익사업 하나로 여기저기 공모에 글을 보내고,

무려 4타석 4안타를 쳤던 해였다. 5타석 5안타였을지도, 하하.

그때 그 어머님이 엘레강스 화분을 축하선물로 보내셨더랬다.

마지막 소식 들었던 게 2009년 2월이었다.

책을 보내셨고, 

그 아이는 벌써 자라 대학을 갔다 했다.

십 년도 넘어 된 시간이 또 흘렀다.

귀한 책을 보내신다셨고,

고마웠고,

덕분에 지나간 시간을 또 되짚어본다.

한 자리 오래 엉덩이 붙이고 사니 사람들 소식이 이리 닿게도 되는.

뭔가를 치우는 것이지만 챙겨 보내는 일은 또 노동을 필요로 한다는 걸 익히 잘 안다.

거듭 고맙다.

 

지금은 겨울90일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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