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 1.달날. 먹구름 지나다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07.10.13 23:27:00

2007.10. 1.달날. 먹구름 지나다


아이들과 ‘첫만남’을 하며 한주를 시작합니다.
한가위방학으로 열흘 가까이 비운 배움방은
가을바람이 어느 틈에 실어다 놓은 것들이 채우고 있었습니다.
기락샘 종대샘 젊은할아버지
그리고 휴가 나온 제자 정순이삼촌까지 손을 보탰지요.
세끼 밥해 먹기로만 바쁘던 가마솥방도
찬장 속속들이 행주질을 합니다.

‘우리말우리글’시간의 쓰기 시간을
오늘부터는 좀 다르게 보내 봅니다.
주로 생활글쓰기 중심이던 시간이었는데,
문학작품을 좀 옮겨보았지요.
더러 소설가들이
모범이 되는 작품을 열 번도 더 필사하며 문학수업을 한다던가요,
요새야 어디 그럴까요만.
최근 현대문학사에 최고의 단편으로 일컬어지는 한 작품을
필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른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되었지요.
아이들과도 그걸 해봅니다.
제 수준에 맞는 것들을 골라 주었지요.
좋은 공부가 될 듯합니다.

첫 휴가 나온 제자를 다시 보냅니다.
같은 공간도 각 개인을 다르게 성장시키지요.
사려 깊은 아이인지라 배움도 클 겝니다.
포도즙 첫 발송을 하고 돌아왔네요.
그리 오래지 않아 제대를 하는 시간도 올 테고, 공부를 마저 하고, 일을 하고...
세월이 그리 흐를 테지요.
성큼 다가선 이 가을이 흘러가듯이.

아이들이 우렁이를 월동 시켜보려고 한답니다.
논에 들어 우렁이를 잡고
본관 앞 마당가에 볕 좋은 곳에 그들의 집을 지어줘 봅니다.
아이들이 연방 들여다 보네요.
고추도 땄답니다.
종대샘은 그걸 또 고추지 담았지요,
전주 어머니께 여러 차례 전화를 하며.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있었습니다.
영화 보는 날이었네요.
스물 가량 모였습니다.
새로운 얼굴도 만났습니다.
소설가 김혁샘도 모임 새 식구로 함께 해주셨네요.
우리공동체 식구들도 우르르 나가서 보았습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류옥하다 선수가 젤 재밌어하였지요.
로베르토 베니니,
누구는 그를 설탕으로 현실을 빚는 남자라던가요.
그의 영화에는 꼭 그가 등장하고
그리고 그의 아내가 함께 합니다.
그래서 보면 더 따뜻한 영화들이지요.
<호랑이의 눈>의 아틸리오와 <피노키노>의 피노키오가 그렇듯
<인생은 아름다워>의 귀도 역시 삶에 대한 낙관이 무엇인가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살고 싶게’ 하지요.
그래서 생은 아름다운 거구요.
‘지금’의 상황이 우리를 둘러싼 전부가 아니지요.
현재 나치수용소에 아들 조수아의 미래가 같이 있는 것이고
훗날 아비를 추억하는 조수아에겐 과거가 있는 것이고...
나를 둘러싼 과거와 미래는
역시 현실 속에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하는 걸 겁니다.
생의 낙관이 바로 거기 있는 게 아닐지요.
그래서 지독한 상황에서도 어찌어찌 살아가고 뭔가를 하는 거고...
베니니 그는 위대한 시인입니다.
수용소에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떼를 쓰는 조수아에게 그가 말합니다.
"밖에는 지금 비가 오는데.. 독감에 걸릴 게 틀림 없다구.."
"상관 안 해요! 지금가요!"
"알겠다! 그렇게 가고 싶다면... 우리 물건을 챙기고 떠나자구나!"
"집으로 갈 수 있어요?"
"물론이지!"
"우리가 1등 할 수 있었는데... 니가 그렇게 가고 싶어한다면..."
"우리가 1등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지금 1등이야. 내가 얘기했잖아.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우리 여기서 그만두자구나"
탱크가 다 만들어졌으니 친구에게 잘 부탁한다고도 하지요.
"빨리 가자 그렇지 않으면 버스를 놓치게 될꺼야."
조수아, 가자!"
이제 상황은 바뀝니다.
"비가 오잖아요. 독감에 걸릴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그들은 게임에서 승리를 하지요.
"우리가 1000점을 얻었다구! 우리가 1등 한 거야!
이제 탱크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정말 탱크가 나타났고 조수아는 그 탱크를 타고 집으로 갑니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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