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 8.달날. 젖어있던 아침이더니 해에 마르다

조회 수 1264 추천 수 0 2007.10.17 18:44:00

2007.10. 8.달날. 젖어있던 아침이더니 해에 마르다


교무실에는 업무용으로 쓰는 인터넷(물론 컴퓨터야 또 있지요.)이
달랑 한 대 있습니다.
그것도 내내 앉았는 이도 없지요.
그런데 지난 여름 여러 사람이 무시로 드나들었습니다.
계절학교에서야 아이들처럼 어른들도 꼭 같이
인터넷 휴대폰 없이 지내지만
어른들 행사를 위해 이곳에 와 있던 이들이
날마다 메일을 확인하거나 일을 하느라고 왔댔지요.
헌데 인터넷이 되는 유일한 컴퓨터에 웬만한 학교 관련 자료도 다 들었네요.
딱히 비밀스러운 문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또 그런 걸 굳이 들여다볼 것도 아니라지만
그래도 일을 하다 잠깐 일어나 펼쳐놓은 화면에
학교 내부 문건이 있을 수도 있지 않냐,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쓰는 인터넷은 따로 있음 좋겠다,
몇 어른들의 지나가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 일이 그렇지요,
아이들과 가는 걸음처럼 세월이 없습니다.
그게 무에 그리 바쁠까요,
다른 일도 많은데.
그러다 또 잊혔지요.
그런데 오늘 종대샘이 꼼지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인터넷공유기를 설치한답니다,
마침 어데서 생겼다고.
“아이들하고 자료도 찾으시고...”
당장 담주엔 버섯 자료들을 아이들이랑 찾아야겠습니다.
별 필요한 것도 없지만
있으면 무엇이나 요긴한 것이 또 산골삶이지요.

가마솥방에선 부추김치를 담았습니다.
그 잔 밭에서 나온 것인데도 양이 제법입니다.
오전에 종대샘 삼촌은 마주 앉아 마늘을 까고 계셨지요.
젖은 날에는 이리 안일에 손이 많습니다.
우리 밭에서 기른 마늘은 또 어찌나 작은 지...
상범샘은 큰 마당가에서 우렁이를 돌봅니다.
겨울을 한 번 나게 한다는데...
오후에는 아이들이랑 고구마를 캤지요.
“관리를 못하니 이렇게 되는구나...”
여름 계자를 하는 동안 손이 못 간 논밭은
이렇게 가을을 우리에게 내밀지요.
“고구마가 거의 없어요.”
“캔 것도 아니야.”
얼마 안 되는 양이어도
가을걷이를 생각하며 움직임을 잘 잡아보자 합니다.


저녁 7시 영동문화원에서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있었습니다.
손석구, 양문규, 이영현, 정봉수, 최아선, 황대권, 옥영경이 함께 했습니다.
달마다 둘째 넷째 달날에 모이는 모임인데
시월에는 세 차례 모이기로 하였더랬지요.(1일, 8일, 22일)
삼배를 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1. 거울보기
서로 살아온 한 주를 돌아봅니다.
송광사에서 지난 주 있었던 종교인한마당 소식부터 전해졌습니다.
생명평화결사 5년, 이제 평화선언을 하자는데
내적성찰과 자기 수행으로 먼저 평화가 되자는 이들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현실참여를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서
어디에 초점을 둘까 얘기가 한창이었나 봅니다.
포도농사를 지었던 이는 이제 모처럼 한숨 돌리고 있다 하고
곧 토란을 수확하러 간다는 이가 있었으며
수확철답게 자잘하게 거두어들이는 산골 삶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자전거, 타이국수, 콘돔, 빨랫줄, 도서관, 씰링팬, 무당벌레,
이렇게 지구를 살리는 일곱 가지 도구들을 소개하면서
모두 ‘자기는 어떻게 할까’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며
당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있다는 이도 있었네요.
집안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한 과정을 통해
결국 현대문명의 구조악이더라며 누구는 개탄을 하고,
어느 이는 자본과 맞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여야 하더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답니다.

2. 시 나눔
이형기님의 ‘낙화’를 읽었습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주 읊는 시인데도 낡지가 않습니다.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같은 시 가운데서)
이병철님의 ‘기타를 읽다’도 읽었습니다.
마침 기타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3. <바가바드 키타>(시공사)본문 읽기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세히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있으며
나의 한 부분으로도 온 우주가 가득 찰 수 있다는 것만 알면
그것만으로도 그대의 앎은 충분하다.”(10장 가운데서)
“흔들리지 않는 헌신을 통해서만
나와 하나 될 수 있고
나를 알고 나를 볼 수 있다.
나를 모든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하는 사람,
그리고 이원적인 대립을 벗어나
누구에게도 적대감을 갖지 않는 사람은
나의 존재 속으로 들어와
나와 하나가 된다.”(11장 가운데서)
그리고 11장에서
진정으로 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크리슈나의 사랑하는 친구이며
세상은 이런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지 못한다 하였지요.

4. 논의
오는 20일 충주에서 있을 ‘2007 생명평화대회’를 앞두고
우리 지역모임에선 뭘 준비할까,
그리고 다음 주 좋은 영화보기에선 어떤 영화를 볼까,
머리들을 맞대 보았습니다.

10월 20일 충주모임에서들 만납시다.
아름다운 그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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