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3.흙날. 맑음

조회 수 1061 추천 수 0 2007.10.26 07:05:00

2007.10.13.흙날. 맑음


“옛다!”
젊은할아버지가 얼려둔 홍시를 꺼내 류옥하다한테 줍니다.
굳이 올라가 따지 않아도
감나무 아래는 빛깔이 곱기도 한 감들이 더러 떨어져 있습니다.
잘 익은 색 사이로 볕이 닿으면 투명한 주홍빛으로 물들어
뒹구는 낙엽 사이에서 말을 거는 그들이었습니다.
허나 다들 제 할 일을 좇아 지나쳐 가버리면
젊은할아버지는 이른 아침 그것들을 모아
너른 바구니에 담아서는 식구들 오고가는 자리에 두거나
혹은 이렇게 얼려두셨지요.

요새는 포도밭 가지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매달린 포도들도 먹을 만 한 걸 따냈지요.
골골하긴 하나 귀한 맛으로 먹을 양입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더는 익지 않고 이제 말라가지요.
세상의 이치가 그렇겠다,
다 때가 있는 거구나, 그렇게 고개 주억거리게 하며.
종대샘이 두어 달 집을 지으러 떠났고
서울 갔던 기락샘은 다시 내려왔습니다.
이리 오르내리며 또 몇 해를 살아얄 테지요.

더는 늦지 않게 안내글을 올려야겠습니다.
‘학교안내하는 날’에 대한 문의가 간간이 있습니다.
예년이라면 시월 셋째 주에 있었으니까요.
쉬어가는 느낌의 해로 살았던 올 한해
느슨하고 여유로왔지요(사실 산골 삶이 결코 그럴 수 없었지만).
내친 김에 2010년까지 그리 살겠다 하였습니다.
따로 우르르 모여 하는 설명회 같은 것 없이
개별전형을 하겠다 하였지요.
삶터를 옮기기가 어디 쉬울까요.
게다 끊임없는 세상의 변화는
산골에 묻혀있는 삶을 쉬지 않고 흔들 것입니다.
아이들 교육 문제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마음, 그거 결코 내 안에 있는 게 아니지요.
보고 듣는 바깥에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에야 굳건함으로 시작하겠지만
서서히 불안해질 테고(또 그게 자연스러울 겝니다)
그러면 또 이곳을 떠나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어느 곳이고 옳다 싶은 곳에 살면 될 테지요.
어쨌든 웬만하면 살던 곳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셔요,
그저 그리 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밀치고 또 밀쳤는데도 그래도 꼭 예 와서 아이가 다녔으면 한다면
그때는 또 예서 살아가면 될 겝니다.

봄가을 계자(계절자유학교)에 대한 것도 알려야겠기에
글을 몇 자 적었습니다.
올 가을부터 공식적으로 봄가을 계자를 없애겠다고.
그 시간을 어른들이 모이는 자리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풍물도 하고 문학 잔치도 하고 명상도 하고 산도 오르고...
어른들이 놀 것도 많겠지요.
예년대로 여름과 겨울 계자는
5박 6일 동안 세 차례가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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