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19.해날. 맑음 / 보식 7일째

조회 수 1236 추천 수 0 2011.07.02 20:07:51

 

 

어제 이른 아침 할아버지 팔순잔치에 간 승기가

하룻밤을 묵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들한테 그리고 물꼬 식구들한테 맛난 것을 실어서 말이지요.

헌데 달골로 바로 가서 승기를 부려놓은 부모님,

곧 떠나셨다합니다.

마지막 해날큰밥상을 준비하느라 일찌감치 학교에 내려와 있었던 터라

얼굴 뵙지 못하였네요.

먼 길 밥이라도 한 끼 드시고 가셨음 좋았으련만...

“야, 엄마가 늘씬하면 다야?”

자주 승기를 놀리는 말이었더랬는데,

눈부신 그 어머니 결국 못 뵈었습니다려.

“왜 소개시켜주지 않았어!”

괜히 승기만 핀잔 들었네요.

 

이동학교 아이들이 들어오던 무렵부터 덧붙이고 있던 포스트잇들을

오늘 떼어냈습니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 해주고 팠던, 해주기로 했던 목록들,

그리고 지역특강에 모실 분들,

이제 그 마지막 해날을 맞으며 정리를 한 거지요.

양강의 박병일샘 비닐하우스 포도밭은 결국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아, 서송원의 유기농 포도밭도 못 갔네요.

전자는 마지막으로 잡힌 일정으로 실컷 포도를 따 먹으리라 했는데,

바쁜 마지막 일정을 보며 준환샘한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후자는 농원 샘들이 너무 부담스러워하셨기 때문이었구요.

곧 도착할 자전거사랑운동본부의 이소희샘의 자전거교육 메일을 끝으로

그렇게 공식 일정이 다 끝났답니다.

이제 아이들 갈무리하는 것만 남았고나,

아, 아이들이 갑니다...

 

늦은 밤 학교에 소란이 좀 있었습니다.

이곳에 오랫동안 오갔던 이가 물꼬에 몇 가지 도움을 청한 일이 있는데,

물꼬 형편으로서도 쉬운 일 아니어 거절하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지난 12월부터 이적지 겪고 있는 일의 연장이었는데,

결국 이웃에서 남자 세 분이 달려와 무마되었지요.

엊그제 빈집으로 이사와 산을 개간하기 시작한 분들로

아직 인사도 터지 않았던 분들을 그리 얼굴 보게 되었습니다려.

“술 드셨네. 술 드시고 이러면 안 되죠.”

책상이 망가지고 앉은뱅이 상이 발길질에 부숴지기도 한 광경을 보며

문제가 된 이에게 한소리를 해주셨습니다.

사람 사는 데 일어나는 일 여기서도 다 겪고 삽니다,

사는 일들이 그러려니 합니다.

“옥선생 그간 세상 편하게 살았구나, 밖에서 날마다 우리는 그런 일 겪으며 살아.”

수년 전 아주 어려운 일을 하나 겪고 있을 녘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벗 같은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었더랬지요.

그럼요, 사람 사는 곳, 아무렴 여기라고 어디 문제들이 비껴가겠는지요.

이제 ‘이웃’되신 분들이 사태 수습을 돕고,

새삼스레 함께 사는 ‘이웃’에 대한 고마움 되새기는 시간 되었더랍니다.

늦게까지 함께 하시면서 아무래도 당분간 물꼬를 날마다 드나드셔야겠다고도 하셨지요.

고맙습니다.

헌데, 마음이 어긋지고 있는 사람의 관계는 어이 풀어가야 하는지

여전히 숙제로 남습니다.

내가 문제이려니, 내가 생각을 바꾸어야 하리니,

결국 내가 실타래를 풀어가야 하리니, 그런 생각만 맴돌지요.

 

그런데, 여름 계자 공지가 나갔어야거늘,

그러려고 늦은 밤 교무실에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 소란 속에 밀렸습니다.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목이 빠질 것인데...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을 얼마나 많이 만나야 생을 다 하는 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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