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달골까지 산책하라고 날이 말짱하였습니다; 늘 고마운 하늘.

저 뒤에서 다 큰 두 놈, 승준이와 우현이 새끼일꾼 윤지샘의 손을 잡고 걷습니다.

승준이는 우현이가 들려주는 여러 얘기를 들으며

소리 내서 웃기도 하고 걷기도 잘(보행이 쉽지 않은 그) 하였지요.

‘힘들어 보이는데도 손 꼭 잡고 힘들어도 힘들다 소리 안하고 중간에 조금 쉬면서 끝까지 잘 갔다. 너무 뿌듯하고 이뻤다.’(새끼일꾼 윤지형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그런데, 다녀온 승준, 아무래도 힘이 들긴 했나 봅니다.

아침을 거의 먹지 못했지요.

또 다른,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별 역시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만 방에서 울어버렸네요.

그러나,

‘달골까지 가는 길이 멀기는 해도 필요했고 가치로왔던 시간’이었다는 아리샘 말처럼

물꼬가 지나온 시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간을

짚어보는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서현샘은 어린 진섭이가 혼자 샤워하고 있자 그를 바라지한다고 학교에 남아

참 좋은 아침 산책을 포기해야 했더랬네요.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을 지나 ‘손풀기’ 마지막 날.

선은 차츰 복잡해졌고,

아이들의 그림은 며칠 사이 커졌으며,

그건 자신감이고 마음의 자람이겠습니다.

집약적인 어떤 부분은 긴 시간을 끌어오지 않아도

아이들의 변화와 역량을 끌어내게 한다는 걸

우리는 바로 눈앞에서 확인했더랬지요,

자기가 자기 그림에서, 그리고 타인의 그림에서도.

 

‘보글보글방’ 두 번째 시간입니다.

만두를 빚지요.

‘착한 만두’집에는 무량 승산 다경 원규 승완 지섭 은섭 철우 해찬이가 있습니다.

이름처럼 착했다는 후문인데,

그러나, 아직 뒷정리에 대한 아쉬움은 남더라지요.

‘깜찍한 만두’를 신청한 아이들은 무슨 마음이었을 려나요.

성원 규리 동화 려빈 민서 해인 집섭 윤섭 민아 우현이 거기 있었습니다.

‘배려 깊은 만두’에는 유현 서연 현비 현아 성빈 가은 예원 민경 별,

그리고 ‘용감한 만두’에는

준우 태웅 석찬 태훈 강현 려빈 준호 은렬 윤호 건호 승준 무겸이가 들어갔지요.

용감한 만두라는 이름의 효과가 컸겠습니다; 남자아이만 12명.

고만고만한 나이 또래 아이들이 모여 있어선지

배가 산으로 갈 판이었다나요.

준비하고 아이들 진정시키는데 한참이 흘러서야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10명 마감이라며 승준이를 받아주는 합의를 구하는데도 한참 걸리고,

이름이 잘 보이지 않게 쓴 김무겸을 받아들이는데도 오래 오래 걸리고...

진행이 원활할 수 있게 아이들 사이에서 적절히 작용하는 보조샘에 대한 아쉬움을

아리샘이 토로하기도 했네요.

그만큼 힘들어서 그랬겠지요.

그리고 ‘마음 넓은 보자기’들,

준수 준호 일환 동영 태형 기환이 만두피를 밀었더랍니다.

방마다 한 판씩 군만두를 먹고,

만두피네를 위해서도 또 한 판을 구워 보내고,

쪄먹고 끓여도 먹었지요.

보글보글은 샘들도 좋은 훈련과정이기도 합니다.

새끼일꾼 동휘는 요리에 대한 공포를 극복했다던가요.

 

그리고 그 끝에 칼국수를 멕입니다.

부엌샘들이 벌써 알고 국물을 한 솥단지 만들어 놓으셨지요.

남은 반죽을 열심히 밀고 썹니다.

“옥샘은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칼질을 보고 아이들이 부추기는 흥에

더 신이나 칼국수면을 뽑았더랍니다요.

 

보글보글에서 땀깨나 흘린 아이들,

계곡에 들어가 한바탕 물장구 쳤으면 딱 좋겠지요.

그런데 거기 오가자면 또 한참이겠다 하고

마당에서 물로 대동놀이 한판합니다.

그런데, 손발이 맞지 않은 조금의 아쉬움 있었지요.

놀이도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그래야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되는 거지요.

헌데 물을 맡은 기린샘과 유진샘한테

처음 해보는 이들인데 안내를 충분히 주지 못했던 겁니다.

서서히 젖어가야 재미가 일거늘

처음부터 물세례를 벌여 흥이 떨어졌네요.

놀이가 서서히 달궈지면 재미가 더한데...

하지만 마지막 물잔치가 그 늘어진 재미를 보충해주었습니다.

모두 물벼락을 맞고, 모두 생쥐가 되어 푸드득거렸던 거지요.

‘낮에 하는 대동놀이를 하면서 너무 감동이였다.

아이들에게 섞여서 옥샘이 노시는 걸 보고 아이들과 호흡하는 게 쉽지 않은데...

어딜 가나 아이들과 호흡하년 옥샘을 배워야겠다.

저녁 시간의 홍샘의 이야기는 나에게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서 너무 감사했다. 어딜 가서 이런 인연을 만날까...

“옥샘에게 배워. 너한테 가까이 훌륭한 사람이 있는데... 뭘 그리 멀리까지 가서 배워”라고 하시는 데... 너무 공감됐다.

나중에 물꼬를 배워서 200번째 계자 정도가 되면 내가 전체일정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

낮에 하는 대동놀이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는데. 낮에 하는 놀이라서 햇빛에 나가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는데, 아이들이랑 물놀이 하다 보니 기분이 풀려서 2차까지 가서 놀았다. 신나는 물꼬 이야기!’(유진샘의 하루 갈무리글에서)

물꼬 다음 주축 구성원인 그랍니다.

 

그 서슬로 우리들은 계곡으로 달려갔습니다.

남자 샘들이 별 없어서 새끼일꾼 윤지가 가운데서 그 역할 하나 하네요.

거인폭포에서 미끄럼을 타러 기어오르는 아이들을

하나씩 안고 옮기기를 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기환이는 계속 장난을 치고,

결국 그 성격 좋은 윤지 형님, 한 소리를 해주고 있습디다.

 

잠시 재봉질을 합니다.

끝이 뜯어진 이불이 몇 개 됩니다.

재봉틀로 잠깐일 것을 짬을 못 내다 그예 했지요.

물에 갔다 먼저 들어온 아이들이 재봉틀을 둘러칩니다.

이런 일상적 삶이 함께 하는 물꼬의 계자가 참 좋습니다.

일상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어 말이지요.

그래서 계자는 캠프이면서 캠프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벤트 중심이 아니라 일상의 질감이 함께 하고,

그래서, 대처에서 공부하다 방학이면 집에 돌아오는 아이들처럼

여기 또 오게 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물놀이로 연극놀이 할 시간을 다 잡아먹었습니다.

헌데 그냥 가기는 또 섭섭하지요.

하여 저녁 먹고 연극놀이.

“무리해서라도 하는 건 이유가 있는 듯...”

서현샘이 그랬지요.

아리샘의 말대로

‘짦은 시간에 너무나 신나게, 멋지게 준비했고 마무리했습니다.

의상을 갖추기 위해 아주 아주 두터운 겨울옷도 마다않고 입고

자기에너지를 한껏들 날렸지요.

그리고 장애완전통합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답니다.

아, 그것이 준 감동이라니...

장면 2에서는 지나가는 부모들이 물꼬 이야기를 들먹이는 대목도 나옵니다.

장면 3의 박은 아이들이 서로 얼기설기 모여

일어서며 터지는 대목을 제대로 표현해냈지요.

장면 4에서의 조유현의 빛나는 연기와 애드립도 박수갈채였네요,

열린교실 한땀 두땀이나 다른 활동에서도

성실하고 열심히 그리고 재주 있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샘들이 입을 맞추던 예쁜 그 아이.

 

한 아이는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좀 겪기도 했습니다.

늘 감정이 올라가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짜증을 내면서 눈물까지 살짝 보입니다.

분노조절에 특히 어려움을 보이는 거지요.

진섭이는 전체진행을 방해하는 주책스러움이 있어도

자기가 관심 갖는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연극 준비하면서 아주 아주 신나했습니다.

감정이 조금만 가라앉아도 집타령을 하던 승록,

조용히 오더니 하고 싶은 역할을 이야기하고 적극적으로 분장하고 대사 준비를 합니다.

한편 장애등급이 있는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불만을 토로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 대해 적절히 설명해줘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지요.

이해와 관용이 쉬운 일은 아닐 겝니다.

하지만 여기서 설득이 다 되지 않아도

이 순간들이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임에 틀림없음을 믿습니다.

동화는 태웅이가 연극 때 해야 할 대사를 놓쳤다고 굉장히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제 뜻대로만 연극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연극이 모두가 함께 하기 좋은 공부이다마다요.

태웅이는 늘 멀리서 관조만하더니

연극에 이르러서는 분장하고 머리하고 옷 챙기느라 걸음이 잽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장애아가 방치되지 않고 그 아이를 우리 모두가 책임지고

모두가 그와 함께 지내고 있음을 우리들이 느낄 수 있었고

이 자연 이 분위기 속에 연극은 공연 뒤 대단원의 막을 내렸더랍니다.

‘그리고 분장 때문에 참여도 잘 못했는데도 연극을 할 때 즉흥적으로 대사, 행동하는 것이 신기하고 기특했다.’(새끼일꾼 윤지)

준샘은 아이들의 즉흥력 창의력에 감탄, 감탄이었지요.

 

승록이도 귀에 물이 들어가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마침 준샘이 치료를 하러 나가는 걸음이기도 하여

일정에서 힘을 굳이 빼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지요.

이곳의 일들은 그렇게 늘 적절하게 이루어집니다; 물꼬의 기적!

일환이는 동영이보다 여성적인 감수성이 높은 것 같고,

동영이는 착하긴 하지만 거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샘들이 이번 계자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7학년 두 아이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기도 합니다.

무량이가 운 일이 있었고,

민아와 해인이가 티격태격하기도 했고,

부모로부터 아무런 안내가 없었으나

틱장애가 있는 듯 보이는 한 아이가 실내에서도 침을 뱉고 다니는 일도 있었지요.

이 모든 것이 사람살이 풍경이려니,

다 그렇게 자연스러웠지요.

 

손말을 익히고 노래 부르고

그리고 내일의 산오름을 준비하는 한데모임이 있었고,

일정의 가장 큰 산맥인 내일의 여정을 위해

모두 연대하고 준비하고 각오하는 밤이었습니다.

 

샘들 하루재기.

서현샘, 지난 여름 재이 진이 응가 닦으며 사람 공부하고 간다 눈물 핑 돌더니

또 오늘 눈시울 붉어져 있었습니다,

어디 가서 내가 이런 공부를 해보겠냐며.

오늘은 별이 토해놓은 것들을 치우고 닦았더랬지요.

특수교사를 준비하는 샘들한테도

장애통합인 물꼬 계자는 좋은 훈련의 장입니다.

‘역시 반응이 있는 아이들보다 없는 아이가 더욱 힘들단 말 동감하였고, 다시끔 자책하기 시작했다. 특수학급, 학교에 들어간다면 내가 참아낼 수 있을까 내가 철우에게 하려고 하는 바가 맞는 것인가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철우에게 중간 과정에 참여해줄 수 있도록 해주지 못했던 것. 그것을 내 자신이 인정하지 못했던지 겉모습으로는 계속해서 시도했지만 속으로는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고 포기했었는지 모른다.’(휘령샘)

한편 장애아는 우리 삶의 자극제로도 작용을 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즐거워하지 않는 사소한 일에도 즐거워’하는

그네들을 통해 유진샘도 여러 생각 들더라지요.

장애등급이 있는 아이야 넷에 불과 하지만

경계선급 범주성급까지 더하면 장애아가 무려 4분의 1이 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 불편치가 않습니다.

적어도 같은 학년끼리 모아 그 수위에 미치지 못할 때 잔인하게 벽이 그어지는

흔한 학년제도와 달리

나이가 섞여있는 이곳은 덜 잔인하지요, 그들에게.

외려 사람에 대해 더 깊이 배우는 시간이 되고 있다지요.

 

잠깐의 설전도 있었습니다,

‘모든 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있어야 먹고, 만들고

나 같은 경우 그냥 모인 아이들부터, 대개 자유롭게 했었는데

좀 나와 달라서인지 너무 힘들었다.’

같은 방에서 만두를 빚은 새끼일꾼과 품앗이일꾼의 작은 갈등이었는데,

결국은 균형이고 조율 아니겠는지요.

“나는 그래!”, 바로 이게 문제일 수도 있을 겝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정도 필요하고,

혹 내 취향을 고집하는 건 아닌가 의심도 하기로 합니다.

취향과 정의는 분명 다르니까요.

정말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이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최선인가’가 아닐지요.

그리고 잘 하네 못 하네 해도 새끼일꾼들 움직이는 걸 보면

이만큼만 해도 최상이구나 싶지요.

 

밤이면 기린샘과 준샘이 아이들 똥통을 비우고 있습니다.

청년들이라 하나 쉬운 일은 아니지요.

‘별 고민 없이 하게 되고 끝나고 나면 파묻어버리고 오는 듯...’

‘애들 똥 치우고 나면서 개운...’

하루 갈무리글에서 그리들 쓰고 있었습니다.

푸른 젊음! 아름다운 청년!

그런 낱말들을 생각했습니다.

처음 온 기린샘과 준샘이지만

그 성품으로나 움직임으로나 어른으로서나

다른 품앗이들이며 새끼일꾼들한테 참 좋은 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공간을 처음 만난 준샘은

내년에도 온다 공언을 했지요.

“얘들아, 적어 놔라.”

새끼일꾼들에게 얼른 적어놓으라 했습니다.

그런데, 준샘은 곧 제도학교 새내기교사인데 그게 어디 쉬울라구요....

 

가끔 우리는 지나치게 많이 자주 먹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은 밥에 잘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밥에 정성을 쏟는 것이야 늘 그러하였지만

밥을 조금 더 정성스럽게 먹어보는 건 어떠려나,

간식을 꼭 먹어야 한다는 그 습관에 대해 다른 접근을 좀 해보려구요.

워낙 냉장고 문을 여닫는 것에 익숙하고

널린 간식들의 시대를 사니 말이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좀 아쉽다는 평입니다.

다음 계자는 다르게 생각을 해야 하나 고민이랍니다.

 

‘물꼬가 새롭다는 것. 일반 하루가 지나가면서 느끼는 건 같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속속들이 보면 다르다는 것. 그게 아마 새롭다는 것 아닐까?’

유진샘의 하루 갈무리글은 그렇게 끝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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