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내가 보인다

그리운 너보다

쓸쓸한 내가 보인다

 

(이생진, ‘여행중 3’)

 

이생진 선생님과 현승엽 선생님 다녀가시고,

사람들이 훑고 지나간 학교입니다.

 

너만 있으면

여기가 천국이야

먼 섬 바닷가

쓸쓸한 너의 출물

너만 있으면

여기가 천국이야

 

(이생진, ‘사랑 이야기 4 - 너만 있으면’)

 

그렇게 천국을 만들어주셨던 당신들이셨습니다.

 

어쩌면 저것들은

없이 살아도 넉넉해 보일까

남의 집 돌담 밑에서 버린 햇살 먹고 살아도

탐스럽게 꽃을 피울까

지나가던 바람이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네

 

(이생진, ‘쑥부쟁이’)

 

가난한 산골살이에 탐스럽게 시와 노래로 그리 꽃을 피워주고

선생님들 가셨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아침 수행 없이 8시 10분에 먹자던 아침,

늦어졌던 밤은 아침도 더뎠네요.

두 분 선생님이 먼저 일어나 나서고 계셨지요.

붙잡아 밥상을 차립니다.

생선도 굽지요.

선생님 늘 드신다는 상추와 좋아하신다고 희중샘을 파견해 구한 생선,

그리고 콩나물국밥과 섬을 돌아다니며 익숙해지셨다는 자판기커피를 냅니다.

 

여관방에 머물며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궁색을 떨지만

그래도 그것이 내겐 값비싼 자유라는 거

피 흘려 얻은 것은 아니지만

자유는 소중하다

 

(이생진, ‘가출기’ 가운데서)

 

식사를 마친 샘들을 아리샘이 실어 서울로 향했지요.

그제야 나타나 인사 못했다 아쉬워한 품앗이샘들.

밥을 먹고, 오래 도란거리고, 다시 시를 읽고, 또 먹는 가벼운 점심.

갈무리글들을 남기고 다시 짐을 꾸렸네요.

 

그리고 저녁,

돌아간 이들이 보내온 감동의 메일과 문자와 전화,

행사에 다녀간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문자와 전화들.

 

잊히지 않을 초여름 한 때였습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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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앗이샘들 몇 남긴 갈무리글

* 늘처럼 글은 최대한 원글 그대로, 맞춤법까지도 그대로

 

강휘령:

선물을 잘 받았습니다. 늘 물꼬는 선물이기 때문에 또 다른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좋아요, 좋아요.

달리지도,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 제 삶 속에서 온 것은 아마도 제대로 달리고 싶기 때문일인 것 같아요.

서로에게 힘이 되려면 잘 살아가야 한다고, 하신 말씀 잘 기억하고 있을 게요.

힘이 되는 사람이 될게요, 힘!

그로고보면 모든 사람들이 옥쌤과 연락이 닿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옥쌤이 그렇게 힘이 되어주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가 주는 감동도, 사람이 주는 감동도, 모두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고 집으로 갑니다.

옥쌤 힘!

 

송재진:

차분한 마음으로 물꼬에 왔습니다. 방갑게 웃으며 맞이해주신 옥샘님의 그 얼굴에서 포근함과 정겨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생진 시인님과 여러 손님분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음악과 시가 함께 하는 밝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여러 분들이 각자의 마음을 진솔하게 펼쳐그린 소중한 순간을 제 몸 속 깊숙이 갈무리하고 간직하겠습니다. 지금 행복한 이 마음 그대로 다시 저의 삶의 터전 속에서 웃으며 유지하겠습니다. 물꼬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앞으로 더 밝고 아름답게 덧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이다정:

아, 멋진 시와 멋진 사람들과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세상이 이기와 타산으로만 가득차있는 것 같다가도, 이렇게 순한 기운을 지키려고 선하게 살으려고 살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할 수 있다면 어제의 시간들을 두고두고 다시 체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제 기락선생님이 해주신 말씀들도 참 좋았고, 창우 아버님과 찍은 사진도 참 좋습니다. 운전해준 희중이도 참 기특하고, 재진오빠, 휘령이, 주영이, 그리고 너무 너무 멋쟁이! 이생진 선생님과 현승엽선생님! 어쩌면 이생진 선생님은 그렇게나 멋쟁이실까요. 80이 넘으셨는데도 그렇게 멋있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현승엽 선생님은 진정한 보헤미안... 정말 멋진 사람들!

 

신주영:

부채(미죽선생님), 우렁이쌀 튀밥, 이생진 선생님, 풀 되리라, 기타(엄청 좋아보임), 옥샘 칼솜씨, willing(* 옥영경 선생님), 자발성, 공동체, 이해할 수 없다면 좋은 시가 아니다(* 이생진 선생님), 각자 잘 사는 것이 서로를 돕는 일이다(* 옥영경 선생님), 장순이, 쫄랑이, 현승엽 선생님.

옥샘, 저도 이곳에 와서 기꺼이 말하고 알음알음 꾸리면서 살고 싶어요. 서울에서 학점관리, 영어점수만들기, 시험준비, 와중에 여러 스트레스 받는 인간관계, 단기알바 등등에 지쳐서 물꼬가 마음에서 멀어졌었는데 힘을 내서 이곳에 오게 되고 또 여러 소중한 분들을 만나고, 원래 알던 분들과는 더 친해져서 너무나도 기쁩니다.

 

윤희중:

아름다워

그들은 살기 위해 먹지만

먹는 것이 아름다워

내가 시 쓰는 갯가를 돌며

굴 따고

조개 캐고

미역 따고

일하는 것이 아름다워

하루 종일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처럼 앎다워

먹는 소리가 아름다워

먹고 사는 소리가 아름다워

굳이 시를 쓰지 않아도

그들은 시처럼 아름다워

 

(이생진, ‘아름다워’)

 

 

시와 음악에 젖는 밤

그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명상에 젖어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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