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한파라더니 옥영경 북토크 한파라고 하자, 하하.

그래도 볕이 좋았다, 낮은 기온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치.

그래, 잔치는 암만 해도 날이 좋아야지 싶더라.

서울에서 북토크가 있었다.

 

아침 9시 대해리를 나섰다.

품앗이샘 하나가 동행한다.

열흘 전에야 날을 잡았고 일주일 전에야 소식을 알렸다.

평일 낮 2시에 모일 수 있는 이가 또 얼마나 될까.

그래도 미루지 않고 일단 하기로 했다.

여름에는 한길사의 순화동천 아렌트홀로 얘기가 오가다가

가을에는 당인리 책발전소가 얘기 되다가

그렇게 겨울이 와버렸다.

일단 시작을 하기로 했다.

 

비로소 출판사 사람들을 보았네, 대표 미순샘이며 정연샘이며.

출간을 논의하던 때로부터 지금까지 얼굴 한 번 못 보고 1년을 보냈네.

본 행사 자리에는 함께 못해도 얼굴 보겠다고 아리샘이 밥 멕인다고 달려왔다.

마음이 시큰했다.

입은 옷도 살펴주고, 북토크 자리도 둘러보며 물이며를 미리 준비해주었다.

현장에는 정연샘과 또 한 사람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거 그래서 하는가 보다.

20년도 더 못 만나고 있었던 선배 경용샘이 다 왔다,

30년 전 화염병 뒹구는 거리에서 보냈던 우리들의 젊은 날을 들추기도 했던.

논두렁 상찬샘도 미리 다녀갔다.

휘령샘 유설샘 인교샘 소정샘 하얀샘 같은 물꼬 인연들이 있었고,

가객 승엽샘과 시인 이생진 선생님이 북토크 문을 열어주셨다.

서점을 온 걸음에 우연히 앉았다 들어온 이도 있고,

편집을 맡았던 주연샘과 지인들,

뜻밖에도 열렬히 질문하는 서른 즈음의 젊은 남성도 있었고, ...

뭐 겨우 일주일 홍보에 어찌어찌 이만큼이라도 모인. 

 

어떻게 책을 만들게 되었던가,

이런 자리에서 그런 얘기 한다고들 하기에 그것도 하고,

하려던 얘기를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술렁했고 헐렁했다.

따뜻한 출판기념회쯤의 자리였던 걸로.

책을 몇 권씩 사서 사인을 받기도 하던.

이래서도 괜히 하는 게 아닌가 봄. 

 

정작 북토크에는 못 오고 밥을 먹자는 이들만 많았다.

출판사 분들도 그렇고, 무범샘이며 서울에 있는 물꼬 식구들,

평일 낮에 올 수 없었던 여러 사람들,

모두 모여 먹기도 그렇고,

누구랑 먹고 누구는 안 먹는다?

공평하게 답했다. “대해리 바로 내려감!”

 

그리 선언해 놓고도 잠시 차 한 잔 마셨다,

휘령샘이며 인교샘이며 경용샘이며 하얀샘이며.

본 자리는 끝났는데 늦게 달려오는 이들도 있었다, 당연히 뒤풀이가 있겠다 하고.

정호샘이 달려오다 돌아가고,

광섭샘도 그러했다.

 

못 온 이들의 연락들도 닿았다, 수호샘이며.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는 또 다르게 진행되는 일정들도 있었다.

서울 있으면 보자는 연락들도 이어졌다.

성진샘이 인사동에서,

같은 시간 포럼이 있어 함께하지 못한 달맞이샘은

식물원에서 하는 한 작가의 전시회가 같이 가자고도 했다.

 

그런 일이었다.

혼례나 장례식처럼 그걸 빌어 서로 인사 나누는 그런 자리 같은.

고마웠다.

어렵게 자리한 분들, 준비한 분들, 애쓰셨다.

비로소 출간 일정이 끝난 것 같은.

 

, 소백산에서 엊그제 막 딴 굵은 사과를 한 알씩 나누었네.

강의가 부실하면 이런 거라도!”

어렵게 시간을 내온 이들에게 산의 싱그러움을 나누고 싶었네.

과일망 사이로 물꼬 도장이 찍힌 꼬리표가 달랑거리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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