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7.나무날.맑음 / 과학공원

조회 수 1235 추천 수 0 2005.11.01 19:31:00

2005.10.27.나무날.맑음 / 과학공원

먼나들이 갔습니다.
대전 사는 선배를 불러 내려 운전을 맡겼지요.
에너지 관련연구를 하는 선배한테 일찍이 도움 메일도 왔더랍니다.
"...김밥 도시락에 맛있는 것 싸서 엄마가 주셨어요.
파란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 오색풍선 걸리고..."
'운동회 날' 노래마냥 아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김밥과 빵을 가방마다 챙겨 나섰지요.
순전히는 아니지만 '불이랑'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가을학기의 중심생각공부가 깊어지면서
더한 움직임이 필요했던 게지요.

무엇이 놀이가 안될까요.
작은 차에 구겨져 들어간 아이들은 고속도로에서 절묘한 놀이 하나 꺼냈습니다.
"어, 어, 어, 읍!"
굴이 나오면 숨을 멈추고 굴을 빠져나오면 그제야 숨을 쉬는 겁니다.
두어 개 터널을 지나 그걸 눈치 챈 우리의 운전수도 놀이에 끼어들었지요.
"처언천히 가야지이."
아이들은 몸을 비틀어대며 숨을 참으려 애씁니다.
어떻게 아이들과 재미가 없겠느냔 말입니다요.

엑스포과학공원 앞에서 동선을 그려본 다음 들어갑니다.
세 관을 돌아볼 수 있는 표를 샀지요.
아무래도 '에너지관'이 맨 첫걸음이 되겠습니다.
어, 그런데 '휴관'이라네요.
아니, 누구 맘대로?
어제까지도 별 안내가 없던 일입니다.
그때부터 30여분도 넘게 전화로 관리측과 씨름을 하지요.
그 사이 아이들은 곁의 놀이공원을 쳐다보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가보면 좋겠지만 우리 목적은 따로 있으니..."
류옥하다가 입맛을 다시지만 그뿐입니다.
아이들은 휘익익 한바퀴씩 돌고 하는 88열차인지 청룡열차인지 하는 것들이
내려올 때마다 탄 사람들보다 더 소리를 쳐댑니다.
노는 법도 참 갖가지지요.
에너지관은 공원 쪽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관리공단에서 하는 건데
마침 오늘 체육대회(나중에 알고보니 등반대회)를 갔답니다.
전화는 몇 사람을 거쳐 담당 관리소장한테까지 이어졌습니다.
"전 직원이 다 산에 올라와 있는데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보고 갈 수 있게 해주세요!"
표를 물리는 걸로는 해결이 안되지요.
달포 전에 이미 계획한 일이고,
한 주 전에도 전화로 휴관계획이 없음을 확인했으며
어제도 홈페이지로 혹시나 해서 챙겨둔 일입니다.
공원산하가 아니라지만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요, 버젓이 공원 안에 있는 곳이니,
게다 사람이 쓰러진 것도 아니고 등반대회로 안내도 없이 닫힌 문이라니...
아이들이 조바심을 칩니다.
"옥샘, 우리는 이것 때문에 왔죠?"
확인해가며.
"꼭 보고 가게 해주께."
큰 소리야 쳐보지만 저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지요.
사정 얘기를 잘 들은 소장님이 다행히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산꼭대기라 가려면 세 시간은 잡아야 하는데..."
기다린다 하였지요, 우리가 이리 산골을 나올 기회가 어디 쉬울라구요.
"협박에 굴복한 게 아니고?"
듣고 있던 선배가 농을 던집니다.
'전기에너지관'을 돌고 난 다음
저들이 꼭 들어가고프다는 '입체 영상관'도 다녀옵니다.
"밥 먹을 시간이 없다니까..."

서둘러 길 건너 '대전교육과학문화원'도 댕겨왔지요.
일반인들에게 별 알려져 있진 않은데
알만한 사람만 아는 좋은 무료 과학체험장입니다.
유성 사는 선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정보였지요.
그런데 바로 그곳은
뱃속에 8개월 된 아이를 안고 98년 강연을 왔던 곳이었더이다.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리가 모자라 통로에 서기도 했던,
물꼬 이야기를 참 열심히도 듣던 자리였습니다.
원래 말하던 주제는 책읽기에 관한 것이었던 듯한데...
반가웠지요.
손으로 다 만지작거릴 수 있는 방이 다섯이나 있는데,
에너지관이랑 약속한 세 시 때문에
아쉬움 남기고 돌아서야 했답니다.

'에너지관'.
제 2실의 '모닥불에서 원자로까지'는
젤 먼저 우리를 산골에서 예까지 불러냈던 제목이었지요.
에너지가 무엇인지, 인류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된 그것이 어찌 변화되어왔는지,
지나친 쓰임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래서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뭔지를
살피게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통통거리는 배마냥 다녔지요,
우리들만을 위해(정문은 여전히 '휴관' 팻말이 세워져 있었지요) 불이 켜진 그곳이었으니.
재촉할 법도 하련만 안내하던 분은 꼼꼼하게 놓치는 게 없도록 도와주십니다.
모두 노는데 혼자 산 아래 내려오기 참 쉽잖았을 테지요,
그런데 정말 정성스레 설명을 아끼지 않으셨더이다.
"김병곤님, 정말 고맙습니다!"
안봤으면 정말 안타까울 뻔하였지요.
"젤 재밌지요, 옥샘?"
아이들이 묻습디다.

나오면서 패밀리카라고 불리는 커다란 마차(자전거 두 대를 붙인 듯한)를 빌려
온 데를 끌고 다녔습니다.
운전에 아주 재미가 난 아이들이었지요.
남은 마지막표(에너지관에서 쓰지 않았으니)는 한빛탑을 오르는데 썼습니다.
한 눈에 과학공원을, 그리고 대전을 한 바퀴 휘 둘러보고
돌아가며 패밀리카를 타고 들머리로 다시 향했지요.

대해리 들어오니 밥알식구들이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다니러가는 주말이지요.
서둘러 저녁을 먹고 어둑해진 학교를 빠져나갔습니다.
류옥하다도 영양편에 안동 고모네로 떠나고
공동체 어른들만이 남았답니다.

발바닥이 무지 아풉니다,
무릎앓이로 잠을 설칠 듯합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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