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이른 아침의 한국을 떠나

사흘 뒤 다시 비가 내리고 있는 저녁의 공항으로 돌아왔다.

06시까지 초치기하며 걷기여행 책의 수정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06:30 청주공항을 향해 나섰더랬다.


바삐 삿포로를 다녀올 일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해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 총리 아베는 강한 불만과 함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고,

이에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해서 예약한 사람들은 가지만

여행만 해도 신규 여행자들은 줄고 있다 했다.

이 불매운동을 정당행위로 봐야 하는 건지, 국수주의라고 해야 하는 건지

의견이 분분할 터.

그간 이런 불매운동이 없지 않았으나 그 영향은 미미했는데,

이번은 어떨지.

그런데, 노 재팬(No Japan)이 아니라 노 아베야 하지 않을지.

그 집안만 해도 정한론 주창자의 계보를 잇는 아베,

한국의 경북대구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그는

뼛속깊이 군국주의자이다.

화살은 그에게로 향해야지 않을까.

그리하여 일본시민들까지도 연대해서 나아가야할.

일본사람들 모두를 적으로 둘 일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한국인 관광객은 많았고,

바다의 날 연휴랑 겹쳐 자국민들의 여행객 또한 북적였다.

최근 읽은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의 나쓰카리 이쿠코가 여기 태생이었네.

환자의 가족이었고, 그 역시 환자였던 정신과 의사인 그는

결국 자신이 만난 사람들이 생의 구원투수가 되었더라 했다.

그의 책과 함께한 여정이기도 한 셈.

거기까지 갔으니 넘들 다 간다는 관광지 몇 곳도 기웃거리다.

홋카이도 구 도청 뜨락 커다란 나무 아래 연못에서

주인장 노릇하는 거북이랑 놀기도 하고,

시마무이 미사키(곶)에서 애기 손바닥보다도 작은 돌 하나를 쥐고 나오기도 했으며,

오타루 번화가 유리공방에서 풍경 하나 업어오기도 했다.

사코탄 반도의 끝 카무이 미사키로 가는 길에서 떼쓰며 뒹구는 두어 살짜리 아이 하나,

물꼬에서 오래 산 사람답게 그 아이를 달래 같이 걸을 수도 있었네.

아, 사코탄 블루(색상 가운데 말이다)가 바로 그 사코탄의 바다였나니.


가족도 동행했던 여정이었는데

오가는 비행기에서 아들이 사진을 하나 찍어 남겼다.

“나란히 앉아 모두 책 읽고 있더라구요.”

식구들은 모이면 제 각각 그렇게 책을 들고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으면 고개를 들고 수다를 떤다.

그러다 다시 책을 읽고...


11일 나무날, 흐리다 이슬비 내리는 달골에

하얀샘과 학교아저씨는 미궁 벽돌을 기계로 다지고

그 위로 빈틈에 모래와 마사토를 깔았더란다.

12일 쇠날, 구름 조금 있는 골짝에 바람도 한 바람 두 바람 들었다지.

학교 고래방 뒤란 동쪽 개울 쪽 우물가

거기 거름장을 뒤집어주었더란다.

13일 흙날, 가을밭을 위해 풀을 정리했고,

14일 해날, 흐린 산마을에서 학교 식구들이 잘 쉬었다는.


가기 전 너무 서둘러 마감한 원고를 꺼내

끝의 몇 꼭지는 다시 좀 만져 새벽에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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