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4.해날. 흐리다 밤비

조회 수 435 추천 수 0 2020.01.10 11:30:21


 

맑던 하늘이 낮 두세 시를 넘기며 흐려갔다.

오후에 비가 있겠다고는 했으나 너무 말짱해서 그런 일 없겠더니.

도로를 뒤집으며 나온 헌 벽돌을 달골에 부린 지 여러 달,

그것으로 아침뜨락에 벽돌 길을 만든 지도 한참,

오늘도 벽돌을 깔았다.

아침뜨락 지느러미 아랫땅에 놓았던 벽돌을

트럭에 실어 두 차례 올렸고(이럴 때 트럭 가진 이들이 또 들어오는),

뜨락의 나머지 벽돌 길을 마감했다,

아가미길을 지나 허리를 펴면 미궁이 펼쳐지는 곳에서.

한 사람이 앞서가며 땅을 파서 길을 내고

또 한사람이 벽돌을 나르고

다른 한 사람이 그것을 깔고.

여름이면 차마 다 내려오지 못하던 어둠이

겨울이면 무거워 무거워 저녁까지 견디지 못하고 내려왔다.

멧골은 더했다.

그나마 일을 마쳐서야 비가 내려 고마웠다.

 

겨울잠이라고 부를만한 90일 수행 날들을

대개 안에서만 움직이리라 싶더니,

밖이래야 걷기명상이겠지 했는데,

아직 날이 푹한 이 겨울이라.

지나쳐서(춥지 않아)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있을지라도

여기 지금은 좋고 고맙다.

물꼬에서 살기가 어렵지 않은 겨울이 다 있다니...

 

지난 10월 교향시 공연에 갔더랬는데,

부부가 VIP석에 앉아 있더라며 보내온 사진과 기사 하나.

세상이 참...

실시간으로 내 삶을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내 삶이 기록되는.

그런 세상이다...

 

영화 <Border>(경계선/알리 아바시 감독/스웨덴/2019)

압도적이다, 라는 말은 이런 영화에 쓴다.

기이했으나 아름다웠고, 아팠으며 슬펐다.

인간사의 경계들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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