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10.달날. 맑음

조회 수 1303 추천 수 0 2007.09.25 01:26:00

2007. 9.10.달날. 맑음


“오늘은 구석 쓸기는 안 해도 되겠는데요...”
한 주를 시작하는 ‘첫만남’,
청소를 야물게 해놓은 행운님과 유수님 다녀가신 덕에
아이들이 은근히 신났습니다.
몸을 구기고 들어가서 하는 비질이 쉽진 않았을 테니...

달골 포도밭에는 이른 아침
김점곤아빠가 한 시간여 풀을 넘겼습니다.
하루 이틀 날 잡아 한 번에 하는 줄 알았더니
포도 딸 때까지 조금씩 할 모양입니다.

효소를 걸렀습니다.
지난 6월에 담은 것들입니다.
매실은 건져 도마에 놓고 방망이로 툭 쳐 씨를 뺐지요.
고추장에 묻어두려구요.
복분자 걸러낸 것으로는 잼을 만들었습니다.
따로 설탕을 넣지 않고 졸였는데,
씨가 걸리긴 해도 먹을 만은 합디다.

간장집 새는 지붕도 고칩니다.
목수샘도 바깥 일터에 나가 있고 식구들도 손을 내지 못해
결국 다른 사람들한테 맡겼습니다.
셋이 와서 반나절 하니 뚝딱 지붕 단장이 끝났지요.
마침 걸러낸 효소와 아직도 남은 묵은지로 부친 전이
좋은 참이 되었습니다.

국화시간을 위한 책상도 마련했습니다.
아이들이 많을 땐 엄두도 못 내다
창고에서 그예 커다란 탁자를 꺼내 배움방에 놓았지요.
몇은 족히 화선지를 펼 수 있겠는 상입니다.
그간 앉은뱅이 상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대로 앉고 서기를 반복하느라
샘은 여간 힘이 들지 않으셨을 겝니다.

서울 갔다 돌아오는 기락샘 편에
울산의 조카 종범이 함께 왔습니다.
한 주 동안 수확철 일손을 보태러 왔다 하였지요.
스물댓 살 장정이니 큰 힘이다마요.

영동 생명평화모임도 있었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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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생명평화모임 >

때: 2007. 9.10.달날. 저녁 7-10시
곳: 영동문화원
뉘: 이주형, 정봉수, 황대권, 양문규, 이영현, 최아선, 손석구, 옥영경

(달마다 두 차례(둘째 넷째 달날) 모임을 갖고
지난달부터는 그 가운데 한 번을 영화보기로 놓았습니다.
우리끼리만 좋은 게 되지 않도록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자 하는 노력이지요.)

열흘도 넘어 된 우기 같은 긴 비가 멎었고
젖어있던 어깨를 털며 하늘이 또 고마웠지요.
마음 모아 절을 하며
잘 살아내준 서로에게 만나 반가움을 전하며 모임을 시작합니다.
이어 ‘거울보기’.
보지 못했던 시간 동안 자신의 삶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그 속에서 어떤 마음이 오고갔는지 가볍게 꺼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한 다른 식구들 소식도 전했지요.
박운식샘은 수술 뒤 회복에 들어가 조금씩 운신을 하고 계신다 합니다.
비가 포도수확농가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해
더러 고성이 오가기도 했나 본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그 사람이라면 어찌했을까,
그런 생각거리가 되기도 했다지요.
굳이 탈레반피랍사건이 아니어도 종교에는 할 말들이 많습니다.
“프로들은 교회에 나오라 안합니다. 제 일만 하죠!”
어느 종교의 ‘선교’방식이 던져준 바가 크겠습니다.
설득이란 게 큰 목소리나 말에 있는 것이 아닐 테지요.
다만 긴장을 놓치지 않으면서 열심히 맹렬히 살 일입니다.
이 바쁜 시대 경전이나(?) 쥐고 앉는 자리가 조금 지리한 느낌이 들다가
이 시간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사는 일이 고맙고 함께 모이는 일이 왜 중요한가를 되짚게 되는 듯합니다.
한 아이의 다섯 평 농사짓는 이야기도 잔잔한 여운입니다.
자신의 밭이 생기고 나니
주위가 온통 풀숲을 이루어도 그 자리는 맨질맨질 하도록 땅이 가꿔지는 거며
농작물이 키우는 사람의 뜻대로 자라는 게 아니라
다 자기 가늠으로 커나가더라는 깨우침,
그리고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가,
내가 돌봐주지 못할 때도 쑥갓은 꽃을 피우고
열무씨는 열매를 맺더라’지요.
자연이 가진 생명의 길을 좇아가다보면
배움은 자연스레 일어나는 행위 아닐는지요.

모일 때마다 돌아가며 시를 한편씩 준비합니다.
오늘은 이정록의 ‘의자’를 읽고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지난번에 본 영화 얘기도 좀 더한 뒤
다음 영화는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을 보기로 했지요.

공부를 해오고 있던 <바가바드 기타> 9장 10장으로 넘어갑니다.
‘생성과 소멸을 초월한 영원한 차원이 있고 그것을 깨달으면 생사윤회의 세계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과 헌신(물론 만물을 창조하고 자신이 창조한 만물 속에 머물고 있는 신에 대한 것이지만 일반화해도 무리는 아니겠는)을 통해 그 목표에 이르는 게 가능하다.’
이러면 줄거리가 되려나요.
“그러면 사랑과 헌신은 또 어떻게 하는 걸까요?”
본문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그대의 모든 행위가 나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도록 하라.
무엇을 하든지
무엇을 먹든지
무엇을 바치든지
무엇을 베풀든지
또는 무슨 수행을 하든지... ; 제 9장 가운데서

모임 진행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의논하며 갈무리를 했습니다.
일을 맡아서(간사?) 할 이도 정하고
영화모임 활성을 위해 서로 할 일도 챙겨보았지요.
한가위로 모임이 빠지니
다섯 주나 되는 시월에 세 차례 모이기로 하고,
첫 주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둘째 넷째에는 <바가바드 기타> 공부를,
그리고 ‘생명평화 등불’지(誌)도 꼭 챙겨 같이 읽기로 하였습니다.

* 아, 이영현님댁서 유기농포도가 왔지요.
그 빗속에서도 얼마나 실허게 컸던지요.
참 맛나게도 먹었습니다.
어찌 키우면 그리 되는지 잘 배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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