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조회 수 2091 추천 수 0 2007.06.15 12:50:00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오늘은 소쩍새가 어예 저리 운답니까.

“눈물 아롱아롱/
피리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 걸 슬픈 사연의/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부질없는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지친 밤하늘/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목이 감겨서/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맞을 래나 썩 자신은 없지만
지금도 한번 씩 외는 서정주의 ‘귀촉도’입니다.

부쩍 소쩍새가 많이 우는 밤들입니다.
귀촉도, 자규, 불여귀, 접동새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우지요.
촉나라 망제가 재상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가 쫓겨났다합니다.
그 재상이 임금이 되더니 자신의 아내까지 빼앗아 버렸다지요.
그래 두견새가 되어 한을 토한다(그의 입은 핏빛이지요)는 전설이 있었지요.
“소쩍! 소쩍!! 솥솥쩍!”
며느리에게 밥을 주지 않으려 작은 솥에 밥을 짓게 해
결국 굶어죽은 며느리가 새가 되어 밤마다 운다고도 했습니다,
솥쩍다, 솥쩍다 하고.

접동새 이야기 또한 애잔합니다.
“접동/접동/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소월의 ‘접동새’ 역시 긴가민가하며 지금도 가끔 읊어보는 시랍니다.
의붓어미 시샘에 몸이 죽은 누이는 접동새가 되었고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운다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소쩍새에 얽힌 절창들이 참 많기도 합니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르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
조지훈님의 ‘낙화’도 있지요.
신석초님의 ‘바라춤’도 있습니다.
“...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긴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으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

것만 있을까요.

梨花(이화)에 月白(월백)하고 銀漢(은한)이 三更(삼경)인제,
一枝春心(일지춘심)을 子規(자규)야 알랴마난,
多精(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드러 하노라.”(매운당 이조년)

서거정은 《동문선》에서 고리(高麗) 이견간(李堅幹)의 시를
두견을 읊은 절창 4수 중 으뜸이라고 하였던가요.

旅館挑殘一盞燈 여관도잔일잔등
使華風味澹於僧 사화풍미담어승
隔窓杜宇終宵聽 격창두우종소청
啼在山花第幾層 제재산화제기층

객관에서 잔등(殘燈)을 찾아 돋우니 한 점의 불뿐인데
꽃바람을 쐬게 하니 중보다 더 얌전히 너울거린다
창밖에 두견새 밤이 다하도록 울어 예니
두견새 울음 산화(山花) 속에 쏟아지네 지는 꽃잎들 몇 겹이나 쌓일꼬
(번역이 분분한데 가장 그럴듯하게 들려 선호하는 번역이랍니다.)

정서의 정과정곡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
(前腔) 내 님을 그리워하여 울며 지내니
(中腔) 山접동새와 난 비슷하여이다
...

“소-쩍, 소-쩍, 소-쩍...”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도 그리 울었다더니(서정주, ‘국화 옆에서’)
이 밤 이 해는 뭘 위해 저리 운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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