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계자 닷샛날, 2007. 8. 9.나무날. 비 오락가락

조회 수 1472 추천 수 0 2007.09.03 08:06:00

120 계자 닷샛날, 2007. 8. 9.나무날. 비 오락가락


“어디 간다구?”
“다섯 골짝 지나 거기!”
네, 거기 갑니다, 1242미터의 민주지산.
산오름으로 계자의 날들을 갈무리 하는 셈이지요.
어쩌면 산오름을 향한 준비가 앞에 있는 날들인지도 모릅니다,
단단히 마음을 준비하고 꾸준히 체력을 보강하며.
‘이른 아침 가마솥방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김밥을 싸는 시간이 좋았다.’
구슬샘이 쓴 대로 샘들이 새벽부터 점심도시락을 준비했지요.

샘들이 준비를 끝내고 아이들을 깨우자마다
후다닥 이불을 개고 모두 채비를 합니다.
신발이 없는 놈은 물꼬에 있는 신발을
양말이 없는 녀석은 그들대로
모자가 없는 이는 또 그들대로
청바지 밖에 없는 이는 바지를 찾아 옷방을 뒤적입니다.
떡국 한 그릇 뚝딱하고
어른 뿐 아니어도 가방을 나눠들겠다는 지원자들이 점심배낭을 지고
버스가 지나는 대해계곡 들머리까지 1.5킬로미터를 걸어나갈 참입니다.
빗방울이 들었지요.
출발하면서부터 젖은 몸이면 힘깨나 들 겝니다.
그래서 잠시 시간을 좀 벌기 위하여
학교를 나서던 걸음들이 방으로 다시 들어갔지요.
잘됐습니다.
이야기 한 편으로 시작해도 좋겠다는 산행이지요.
오늘은 초식공룡이야기입니다.
그 큰 몸을 유지하려면 풀을 얼마나 먹어야할까,
고도에 따라 다른 식물을 먹었을 거라는 짐작,
소화기관은 어땠을까,
아이들이 솔깃하기도 했겠지요.
“사우로포스(용각류)는 1톤 가까운 식물을 먹었대요.
그런데 이가 원뿔 모양이어 씹지를 못했는데...”
‘위석’이 등장합니다.
“닭의 모래주머니처럼요?”
아이들이 금새 반응을 하지요.
“그 가운데 트리케라톱스라고 있었는데...”
그 발자국이 있더라는 소문이 민주지산에 있잖겠어요.
풍성한 이야기가 있는 산골입지요.
그러면, 이제 우리가 산에 가는 목적은
바로 그 발자국을 찾아 떠나는 탐험이 되는 건가요?

더는 지체할 수 없을 쯤 마침 이슬비가 멎었고
달려가 버스에 올랐지요.
윤서: 이 버스타고 춘천가면 돼. 외할아버지 만나러 가는 거야.
현조: 진짜 갈 수 있어?
윤서: 응!
1학년 동년배 친구들 곁에 섰던 형길샘이 듣고 섰다
진실을 말했겠지요.
형길: 아냐. 이 버스는 못가. 여기서만 다니는 거야.
윤서: (형길샘을 얼른 올려다보며)역시 그렇죠? 못가는 거죠?
참말 재밌는 윤서와 현조이지요.
윤서: 너 왜 예쁜 짓만 하니?
애교 많은 현조, 그만큼 사랑을 받는 현조한테
윤서는 곧잘 그런 말을 던지고는 한답니다.

산 들머리에서 산을 오르는 이의 자세,
우리들이 밟을 길에 대한 안내를 하지요.
그때 동하가 형길샘한테 귓속말을 했습니다.
우리한테 다 들렸는데...
“선생님, 덜 힘들게 오르는 법, 알려드릴까요?”
“응!”
“입 말고, 코로만 숨쉬고, 말을 하지 않고, 혼자 올라가면 돼요.”
안내를 듣긴 잘 들은 모양입니다.
오늘은 또 어른 산오름이 될까요,
오늘은 어떤 선물보따리가 우리를 기다릴까요?

1지점, 깊은 계곡물 소리 앞 바위 덩어리에서 다리쉼을 하고
2지점을 향합니다.
큰 골을 건너 바로 쉬는 곳이지요.
이런 궂은 날이면 민달팽이 꼭 게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무거워지더니 비가 쏟아집니다.
“괜찮을까요?”
“계속 가도 될까요?”
샘들도 걱정이입니다.
비가 좀(조옴) 굵어야지요.
정말 걸음을 돌려야하는 건 아닐까요?
조금만 더 가보지요,
그러다 안 되면 내려오지요,
그렇게 젖은 옷을 털며 3지점을 향해 봅니다.
가는 길에 그를 만납니다.
두꺼비!
늘 그 즈음 가면 있지요.
축축한 날이면 어김없이 우리 눈을 한 번 붙잡아줍니다.
그도 심심하던 참이었겠지요.

형길: 상욱이 정말 잘 올라오네!
상욱: 선생님, 제가 왜 빨리 올라가는 줄 아세요?
형길: ...
상욱: 배고파서요.
형길: 너무 무리하지 마.
상욱: 그런데 무리가 뭐지?

3지점 계곡에서 물통을 채우고
멎었던 비가 다시 후두둑거리는 걸 뒤로 산을 오르는데,
4지점에 먼저 닿은 이들이 멀리 늘어진 후미를 불렀겠지요.
“어이?”
“어이!”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는데,
숨을 몰아쉬던 상욱 선수,
상욱: (작게) 뭐 하는 짓이야?
사람들: 어이!
상욱: (크게) 그래서 뭐?
곁에 선 이들이 멈추고 한바탕 웃어댔지요.
정현수는 ‘어이’가 마냥 재밌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도 하였겠지요.
동혁이는 그게 시끄럽기만 합니다.
“그만해. 자꾸 하면 친구 안 해준다.”
정현수는 그 다음에도 어이를 외칠 수 있었을까요?
“샘 힘들어요? 제가 끌어드릴까요?”
공룡 발자국을 찾는다니 힘이 넘치는 현수였지요.

‘...힘들다고 자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어느새 나보다 먼저 올라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비가 와서 돌이 미끄러워 넘어지는데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울지 않고 잘 견뎌내 준 것 같아서 고마웠고...
주희가 발에 힘을 주라고 하기도 하고 이쪽 바위를 밟으라는 중 신경 써주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이뻤다...’
새끼일꾼 아람이 하루를 마치고 쓴 글이었지요.
미끄러지고 미끄러지면서 아이들은 오르고 있었는데
가파르기가 수직인 것만 같은 4지점은 아이들을 자꾸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수다도 즐겁습니다.
아이들 하나 하나의 여러 모습을 가까이에서 또 보는 시간이지요.
“이가 날려고 그리 열이 났던가 봐요.”
이틀 밤을 호되게 열이 나 아팠던 류옥하다 선수는
자기 진단을 그리했지요.
“배고파요. 배가 물렁물렁해요.”
신현수입니다.
민재 동혁 정현수는 맨 뒤 잊지도 않고 공룡의 흔적을 찾고 있었지요.
“화석 흔적이다!”
계속된 민재의 대사였습니다.
현수와 동혁이가 맞다고 맞장구칩니다.
“이 풀, 공룡 먹이인 것 같애.”
“여기(웅덩이)! 공룡이 밟아서 생긴 거야.”
올라가는 만큼의 무수한 공룡이야기가 쏟아졌겠지요.
손잡고 가던 동혁이는 어느새 자기 힘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공룡은 여기서 살기 힘들었겠다.”
바위 많은 곳에서 제일 힘든 곳을 지나는데 현수가 그랬지요.
그래, 그래서 멸종되었던 겁니다!

다들 정상에 서면 힘든 걸 다 잊는다지요.
너나없이 그런 생각으로 선 꼭대기입니다.
“사람들이랑 얘기하다 오니 덜 심심하고 재밌었어요.”
은지샘이 그러자
“시원하게 펼쳐진 구름 이 맛에 오는 구나...”
열택이 그랬지요.
“아래에서 보면 뾰족뾰족한데 위에서 보면 나무가 동글동글해요.”
구슬샘입니다.
마을도 동글동글하더라지요.
“알아서 안전한 길을 찾아내는 게 몸에 배여있더라구요.”
공기 좋고 물맛 좋고,
구슬샘의 감탄만 어디 이랬을까요.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아이들)들을 지킬 수 있겠어?”
“니 믿고 갈란다.”
새끼일꾼 경선이는 윤정이의 팔을 잡고 매달리다시피 올랐답니다.

김밥을 다 먹었을 무렵 갑자기 비가 꽈악 묻어옵니다.
안개도 덮쳤지요.
열택샘 맘이 더 바쁩니다.
가야잖겠냐 재촉이네요.
지난 해 여름 악몽의 빗속 산행에 혼이 난 기억이 있지요.
불어난 물에 샘들이 만든 인간줄다리기줄로 아이들을 건네며
정말 잘못되는 건 아닌가 마음을 졸였더랬습니다,
완전히 아홉시 뉴스 특보감이라며.
잘못되면 그런 거지요, 준비 없이 갔다는 둥, 무리했다는 둥,
그냥 죽을 놈, 죽을 학교 되는 거지요.
그래서 웬만해선 아이들과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게
흔히 교사들에게서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 아이들의 경험의 세계도 줄겠지요.
정상을 밟았으니 그리 아쉬울 것도 아닙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더 여유로이 만나게 되는 산 구석구석인데
바쁜 걸음에 다만 안타까운 게지요.
보물을 찾는 아이들의 함성을 기다리던 초코파이는
고스란히 어른 손에 불려나와 능선길인 4지점에서 나눠졌지요,
바람 거칠어진 곳을 벗어나기도 하고 나무 그늘이 짙기도 하니
웬만큼 비도 피하느라.
그런데 쪽새골로 내려서자마자 은지샘이 미끄러졌네요.
앞에 있던 경표랑 태윤이가 덩달아 미끄러졌습니다.
“그래 갖고 누굴 지켜주겠어요?”
내내 핀잔을 들어야했습니다,
저들 죽을 뻔했다고.

3지점께 이릅니다.
그런데 같이 내려오던 몇 가운데 영욱이가 안보여요.
뒷패랑 아주 거리가 먼데
중간에 혼자 헤매고 있는 건 아니려나요.
아이들이랑 털퍼덕 앉아 기다려봅니다.
“음...”
영욱이가 나타나 머뭇거리며 왜 늦었나 까닭을 말합니다.
화장실을 갔던 게지요.
열댓은 꼭 볼일을 보고 사는 산오름이지요.
재래식 화장실이라는 조건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참을 때까지 참았던 아이들의 욕구를
뻥 뚫린 화장실이 자극한 게지요.
이래서도 참 좋은 자연이랍니다.
“샘을 부르지. 다들 화장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잖아.”
“너무 급해서...”
“그래서 닦는 건?”
“나뭇잎으로...”
“잘했다. 나와서는 그러는 거야. 돌도 있고 지푸라기도 있고 나뭇잎도 있고...”
“그런데, 고사리잎 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옆에 나뭇잎을 향해 엉거주춤 가서 해결하였다나요.
다들 자지러졌지요.
그런데 그의 얘기는
같이 가던 무리 모두가 화장실을 찾고픈 욕구로 이어졌네요.
3지점에선 화장지들을 찾아대는 겁니다.

“내려올 때가 더 힘들어.”
샘들도 아이들도 그렇다네요.
“선생님, 이게 꿈이겠죠?”
“뭐가?”
“너무 힘들어요.”
봉균이도 무지 힘이 든갑습니다.
그래도 말은 나오는 게 재밌어라 형길샘이 웃습니다.
그치요, 말도 산 열둘은 오르는 아이들이니...
재용이는 자꾸 자빠진 끝에 산길을 걷는 법을 알았습니다.
상범샘 말대로
“혼자 힘으로 걷는 법과 넘어져도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산오름입니다.
주형이랑 소연이 떠드는 소리도 높데요.
재잘대는 이들이 그들뿐이었을까요.
그렇게 깊이 우정을 나누는 자리가 또한 산오름입니다.

맨 앞에 내려가던 이들이
홀로 산을 오르던 어른 하나를 만났습니다.
저만치 그가 멀어지니 바로 그가 화제입니다.
“어른이 되면 나도 혼자 와야지...”
“나도!”
류옥하다의 말에 동하도 덩달아 소리쳤지요.
영욱이도 얼른 말을 받았습니다.
“나는 빈둥빈둥해야지!”
듣고 있던 태영이는 뭐라 그랬을까요?
“나는 돈 벌어야 돼.”
그래, 이눔아, 많이 벌어라, 해주었지요.
그래서 물꼬도 잘 도와주라는 말은 그만 잊었네요.

어, 그런데 새끼일꾼 현선이를
조막만한 여자애들이 부축하며 손을 잡고 옵니다.
3지점에서 2지점 다 이르렀을 무렵이지요.
신발 바닥이 분리되어 너덜거리다 걸레가 되고
결국 맨발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돌산이라 발이 많이도 아팠을 겝니다.
“지윤이(새끼일꾼 지윤이 아니라)가 옆에서 손을 잡아주어서...”
그래서 힘이 되고
그래서 견딜만했더라지요.
서로 어깨 겯는 걸 배우는 산오름이기도 하다마다요.
2지점에서 모두가 모여 다리쉼을 하였네요.
재현이가 자꾸 혜린이를 놀립니다.
“재현, 관심을 관심이라고 말해야지...”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던지는데
곁에 있던 승호가 그러네요.
“관심 아닌데, 남자라서 제가 아는데...”
그렇습니까?
아, 그렇단 말이지요...
그런데, 기어이 사고 하나 일어났지요.
아이들이 계곡에 돌을 던지며 놀았는데
한 녀석이 돌에 맞았겠지요.
오래전 어느 봄날에 했던 계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더랬습니다.
아이들이 웅덩이에 돌을 던지다 돌을 차츰 구하기 힘들어지자
웅덩이에 던져진 돌을 집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서 있던 아이의 돌이 맞아
이도 부러지고 입술도 터져 119에 실려갔댔지요.
그 생각이 겹치면서 저러다 위험하겠다 일어서려는데,
역시 한 발 늦고 말았습니다.
돌에 맞은 뒤였지요.
정작 돌을 던지던 아이들이 아니라
징검다리를 지나던 녀석이 엄하게 맞았습니다.
다행히 혹이 두 개 나고 피 조금 비치는 거였지만,
머리란 놈은 차라리 터져야지,
터지지 않고 안으로 고이는 피가 더 문제라던 어른들의 걱정을
더러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잠시 망설입니다, 병원에 가나 아니가나 하고.
어쨌든 내려가야지요.

물한 주차장, 너무 일찍이네요.
하늘도 갰습니다.
버스 시간은 한참 멉니다.
아이들이 계곡으로 들었지요,
도란도란 모여 있기도 하고.
먼저 내려가 있던 현조가 팔을 뻗쳤습니다.
올려오려고 잡아달란 말인 줄 알았더니
하하, 저를 잡아주려 하는 겁니다.
그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리 팔을 뻗었지요.
저 나비 같은 녀석이
저게 어떻게 사람을 받치겠다고 저러나,
우습기도 하고 그 따스한 마음에 감동하기도 하고
돌산을 그리 타고 내려와서도 팔팔한 것에 놀랍기도 하고...
아, 깡통축구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요.

“병원에 가봐야지 않겠어?”
머리에 돌을 맞았던 류옥하다 저가 더 걱정입니다.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도 데려갔다 와야겠다고
은규샘이 차를 끌고 갔지요.
열택샘이 그 편에 학교로 와서
트럭을 끌고 흘목에서부터 아이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트럭 짐칸에서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바람도 맞는 기분에
아이들의 남은 피로가 다 날아갔을 테지요.
쉬운 ‘위로’, 아이들에게서 늘 배우는 겁니다.
소박한 기쁨 같은 것들 말입니다.

아이들만 영웅담, 후일담이 있는 게 아니지요.
‘헉헉대며 윤정이를 팔을 꼭 잡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동안은 미끄러질까 무서워서 조심히 내려오다가 비실이란 별명을 얻고... 그렇게 해서 애들을 어떻게 돌보려하느냐고...’; 새끼일꾼 경선
‘중간에 비 내리는 것도 다 맞고 춥고 모습이 정말 말이 아니었다. 온 몸은 땀과 비로 냄새가 나고 오늘처럼 힘든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내려올 때 다시 비가 와서 정상이 안개로 뒤덮였을 때 꼭 한라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새끼일꾼 이슬
‘내리막길에서는 비가 와서 그런지 미끄러지는 애들을 많이 봤지만 우는 애들을 보진 못했다... 나도 넘어져서 알지만 정말 아프기 때문에 울 애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기특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발가락 발목 발바작 등 여러 곳이 너무나 아팠다.’; 새끼일꾼 세인
‘가방 너무 무거웠다. 미련한 건지 남에게 부탁을 못해서 그런 건지...짐 분배가 잘 되도록 해서 서로의 어깨를 좀 더 가볍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등산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남지 않도록 말이다... 애들이 다치지 않도록 잡아주고, 들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혼자서도 좀 더 안전한 길을 찾아 씩씩하게 올라가고 내려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구슬샘
‘...지난번에 현지(2년 여) 때문에, 이번에는 현조(1년 여) 녀석 때문에 좌절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내려올 때까지 사뿐사뿐한 발걸음이란...’; 종대샘

버스에서 내려 대해리 마을길을 따라 걸어오는 아이들도 있었지요,
트럭을 기다리기보다 걷다가 타겠다고.
옛 이장님댁을 지나는데 부부가 표고목을 나르고 계셨습니다.
“하나씩만 날라줘도...”
의준이엄마가 농을 하셨는데
허, 이 녀석들 기꺼이 옮겨주겠다 나섰습니다.
경표 재현 정우 종윤 영욱 승호가 정말 하나씩 안고 움직이니
한더미가 정말 금새데요.

돌아와서도 저녁 밥상이 놓이기까지
놀고 또 놀았겠지요.
씻는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또 놀았습니다.
무쇠 같은 아이들입니다.
그래놓고도 강강술래를 하며 들썩들썩하고...
게다 밤은 자꾸 늦어집니다.
오늘은 한밤의 공연도 있지요.
난계국악단의 대금연주자 김정훈샘의 특별공연입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연주를 열심히 들어주어서...”
늦어 계자를 신청하지 못하고
잠시 달골 창고동에 묵으러 온 논두렁 수민이네(진주)도,
지윤이형님도 상범샘도 종대샘도,
가마솥방 식구들도 모두 모두 대금 소리 참말 좋았다 합니다.
아이들도 화평을 나누는 얼굴이었더랬지요.

젖은 하늘로 장작놀이 대신 고래방에서 촛불잔치가 있었습니다.
숙연함마저 들었지요.
‘매우 어른스러워서 며칠 사이 커버린 것 같아 대견하였다’고들 하였습니다.
그토록 말에 고파하던 녀석들이
정말 하나하나 지난 닷새를 돌아보며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젖어있데요.
시간이 금방이었다,
또 오고 싶다,
산오름이 젤 좋았다,
샘들이 고맙다,
정말 재미있었다,
보람되었다,
대금연주가 정말 좋았다,...
“내일 엄마 아빠 보니깐 좋지?”
일어나서 나올 때 아람이형님이 은결이한테 물었습니다.
“물꼬에서 더 있고 싶어요.”
“저도요.”
주희도 대답을 더했지요.

샘들의 일정전체갈무리도 이어집니다.
은지샘: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즐길 수 있고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항상 ‘사람’이 더 앞서는 것 같다. 하기 싫고, 귀찮고, 힘들고 어려워도 옆에서 함께 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싫은 일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물꼬에서의 며칠은 참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뛰놀며 지낼 수 있었다...
새끼일꾼 경선: 물꼬에 온 목표가 자신감 기르기, 리더십 기르기, 타지역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 지 보기 등이었는데, 대부분 이뤄진 것 같아서 뿌듯하다...
새끼일꾼 아람: 처음엔 물꼬가 재미없다고 하던 아이들도 몇 있었는데 이젠 모두 재밌다고 또 오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좋았다...
새끼일꾼 지윤: 캠프에서 항상 느끼는 것이 친해질 때쯤 되면 헤어진다. 이번 계자에 오기 전 엄마께서 다른 애들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어쩌구 저쩌구 너 이번이 마지막일 줄 알아 그랬는데... 내일 서울 올라가는 것이 끔찍하다. 1주일만 더하고 싶다. 마지막 날인데 애들 얼굴 보면서 섭섭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316 2007. 8.27.달날. 비 옥영경 2007-09-21 1228
1315 2007. 8.26.해날. 맑음 옥영경 2007-09-21 1240
1314 2007. 8.19-25.해-흙날. 비도 오고 그랬어요 옥영경 2007-09-21 1397
1313 2007. 8.18.흙날. 맑음 옥영경 2007-09-21 1129
1312 2007. 8.17.쇠날. 맑음 옥영경 2007-09-21 1157
1311 121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7-09-15 1340
1310 121 계자, 2007. 8.12-17.해-쇠날. 젖은 날 사이사이 볕들 옥영경 2007-09-15 1235
1309 2007. 8. 11. 흙날. 맑음 / 121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9-03 1704
1308 120 계자 닫는 날, 2007. 8.10.쇠날. 갬 옥영경 2007-09-03 1507
» 120 계자 닷샛날, 2007. 8. 9.나무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7-09-03 1472
1306 120 계자 나흗날, 2007. 8. 8.물날. 소나기 오다가다 옥영경 2007-09-03 1467
1305 120 계자 사흗날, 2007. 8. 7.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7-09-03 1460
1304 120 계자 이튿날, 2007. 8. 6.달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07-08-16 2083
1303 120 계자 여는 날, 2007. 8. 5.해날. 비 추적이다 옥영경 2007-08-16 2072
1302 2007. 8. 4. 흙날. 맑음 / 120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8-16 1230
1301 119 계자 닫는 날, 2007. 8. 3.쇠날. 소나기 옥영경 2007-08-10 1604
1300 119 계자 닷샛날, 2007. 8. 2.나무날. 맑음 / 1,242m 민주지산 옥영경 2007-08-10 1367
1299 감자 옥영경 2007-08-10 1067
1298 119 계자 나흗날, 2007. 8. 1.물날. 맑음 옥영경 2007-08-07 1312
1297 119 계자 나흗날, 2007. 8. 1.물날. 맑음 옥영경 2007-08-07 100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