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계자 사흗날, 2007. 8. 7.불날. 비 오락가락

조회 수 1460 추천 수 0 2007.09.03 08:02:00

120 계자 사흗날, 2007. 8. 7.불날. 비 오락가락


이른 아침의 몸 풀기로 개운하다는 샘들입니다.
모자라는 잠으로 노곤해진 몸을 깨우고
아이들이 고래방으로 건너오기 전 영성의 기운으로 채우는
'어른들 해건지기'이지요.
오늘은 백팔배를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이 경건함으로 아이들을 대하겠습니다.

상욱 수현 재현 채현 종윤이가
배가 아프거나 졸립거나 땀나는데 춥다 합니다.
(상욱이는 허벅지에 뜨거운 물을 쏟아 약간의 화상을 입기도 했지요,
다행히 금새 괜찮아졌습니다만.)
정욱이도 늦게 일어났지요.
“자기 마음대로 하고 다니며 떠들던 아이가 눈에 켕해져...”
종대샘이 안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체력이 젤 달리겠지요.
류옥하다도 밤새 열이 높아 뒤척였습니다.
어제 풋고추 하나를 따와서 내밀던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자연은 대단해. 내가 돌봐주지 못한 때(달포를 다른 나라에 가 있었거든요)도 열무가 꽃을 피우고 쑥갓과 상추가 씨를 맺고... 자, 내 손으로 기른 첫 수확물이야.”
산골 아이들의 선물이 그렇습니다.
들꽃이고 돌조각 하나고 나뭇잎 한 장입니다.
기쁨동이이고 사랑동이, 뉘 집 아이들인들 그렇지 않을까요.
그 예쁜 것들 데리고 사흘을 보냈습니다.

“엄청난 분량의 설거지를 하고
엄청난 양의 빨래를 하니깐 아침이 훌쩍 갔어요.”
어느 댁 아주머니의 얘기라 아니라 새끼일꾼 소연입니다.
“해건지기때 함께 풀을 뽑는 것도 친해질 수 있는 열쇠가 되긴 했어요.”
새끼일꾼 경선이는 어제는 산책하는 아이들 곁에서,
오늘은 일하는 아이들 옆에서 보냈습니다.

‘우리가락’.
손풀기를 끝내고 고래방에 모였지요
“호남의 남원이라 허는 고을이 옛날 대방국이었다...”
춘향이와 이도령의 사랑 이야기를 듣습니다.
“오월 단오에 경치 좋은 곳에 나갔다가 춘향이가 그네 타는 걸 봤잖아.
그래 방자한테 묻는 거야.
허허, 저게 금이냐? 아닌데요. 그럼 저게 옥이냐? 아닌데요...
‘금이란 말씀 당치 않소. 금은 옛날 초한국 육출기계 진평이가...’”
이도령은 춘향이에게 방자를 보내지요, 사귀자고.
“방자 분부듣고 춘향 부르러 건너간다. 겅거러지고 맵씨 있고 태도 고운 저 방자...”
이러저러 긴긴 얘기가 판소리로 이어지는 가운데
아니리도 창도 발림도 추임새도 다 이해하지요.
아이들은 이야기에 빠져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둥글게 앉아 듣고 박수도 치고 보기 좋더라구요.”
샘들이 더 흐뭇해라 했지요.
류옥하다가 도움꾼으로 나와 판소리 공연을 하기도 했네요.
그리고 옛 가락이 묻어있는 노래 하나 배웁니다.
두 패로 나눠서 돌림노래라고 불러보니
여름날의 매미들 합창이 따로 없었지요.
풍물로 넘어갑니다.
“자연스런 분위기 아래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서서 앉아서 흥이 나서 신명을 어쩌지 못하는 모두입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기보다 큰 장구 북을 들고, 지난 주 다섯 골짝의 감동(험한 바위산을 가벼이 올랐던 어린 녀석들)을 또 느꼈습니다.”
처음 그 시간에 참여해본 종대샘이 그랬지요.
“오늘은 우리가락을 처음 배웠는데 너무 재밌었다. 학교에서도 배우고 그러지만 여기서 배운 것이 나도 기억에 잘 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새끼일꾼들에게도 좋은 시간이었다는 이슬이의 하루갈무리글입니다.

점심 때건지기.
가마솥방앞이니다.
영욱이랑 정현수가 가장 먼저 점심 먹으려고 신경전을 벌이다
입만으로 안 되니 손발도 오갔겠지요.
징이 울리자 냅다 영욱이 먼저 갔고
예외 없이 정현수선수 울어버렸습니다.
상욱 신현수 봉균이랑 아람이형님은 밥도 같이 먹고
놀기도 같이 하였습니다.
‘아람 유치원’에서 나들이 온 유치원 무리들 같았지요.
그때 마당에서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현조가 운동장 풀을 뽑기 시작했지요.
“풀이 많으면 더러워져서 꽃이 못 펴요.”
은결이와 윤조도 하고 아람형님도 같이 했습니다.
“너네 뭐해?”
여러 아이들이 와서 뭘 하냐 묻고는 같이도 하였지요.
은지샘도 호미를 들고 와 거들고 있네요.
가마솥방에서도 또 하나의 색다른 풍경이 등장합니다.
“설거지 하고 싶어요.”
민지였지요.
일상생활에 대한 훈련이 워낙에 잘 되어있는 친구이고
그걸 즐기기까지 하는 그입니다.
드물게 보는 아이이지요.
그네에서 노는 이들도 있네요.
윤정 상욱 재용 영후 민재가 그네를 타거나 에워싸고 있습니다.
“학교보다 재밌어요. 배려를 하고, 수업이 재밌어요.”
민재가 같이 앉은 선진샘한테 그랬다데요.

연극놀이.
지난 계자보다 1시간을 더 주었더니 벌써 꼴새가 달랐습니다.
무대에 들고 나는 것도 어수선하기 덜했지요.
‘콩쥐팥쥐’를 장면별로 나누어 한 모둠씩 이어달리기를 했습니다.
“팔이 더 맛있는데 왜 팥쥐가 나쁘지?”
승호랍니다.
종윤이는 어데서고 흥이 많았지요.
무대의 마지막을 알리는 ‘소금장수’ 노래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어깨춤을 덩실대는 그였습니다.

4모둠.
모둠샘이 무엇을 해얄지 난감한데
새끼일꾼들이 나서서 배역을 정하고 소품을 준비하고 대사를 짜고 있었지요.
“역시 겪어본 사람이 다르긴 다르더라구요.”
구슬샘은 초등시절 계자를 다녀간 경험을 가진 새끼일꾼들을
그리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귀찮아하는 애들이 많아 불러 모으느라 애먹었는데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고 연극 리허설을 하는 가운데 맡겨놓으니까
얘기에 참여하고 웃고 열정을 보여오더랍니다.
어떤 땐 ‘계속 밀고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는 가운데 재미가 일기도 하거든요.
소품을 도운 새끼일꾼 세인이도 그리고 누구보다 스스로들이
뿌듯해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두 명이 분장한 돌은 대사도 없는데 고생만하고 출연도 못하고...”
대사를 제대로 못한 바람에 돌 등장 장면이 사라져버렸던 거지요.
“그러나 애들 표정이 다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대사를 안보여 주니 되려 잘 하더랍니다.
그래요, 대사를 쓰면 그것을 외우려 들지만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 저들이 공연에서도 대사를 만들어가며 하지요.
서울에 물꼬가 있을 적 6개월 단위로 어린이 극단이 있었더랬는데
그때 역시 변함없이 확인한 것이 그것이었더이다.

3모둠.
태윤이가 먼저 새엄마역을 하겠다고 나서니
이래저래 금새 쉬 배역들을 잡았습니다.
“두껍! 두껍! 두껍!”
주영이는 무대 위에서 그리 울었습니다.
두꺼비역이었지요.
우물 역의 둘은 콩쥐가 우물물을 길으러 오자
맞잡은 팔을 흔들며 “우물! 우물!”하여
온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정현수와 영욱이 서로 소를 하겠다고 다투다
화가 난 현수, 전지에 쓰인 출연진 종이에 낙서를 해댄 일도 있었더랬지요.
결국 영욱이가 대사를 하고 현수가 같이 걸어가는 걸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얘만 왜 이리(예쁘게) 해요?)”
태윤이 저는 왜 같은 치마인데 무명으로 두르고
콩쥐역의 채현이는 이리 고우냐는 항변도 있었습니다.
“얘는 마음이 착한 애잖아.”
윤서의 한 마디로 소란은 평정되었지요.

2모둠.
시작은 미약하나 훗날은...
별로 의욕이 없던 모둠이었는데
“시간을 뒤로 미뤄달라고 말해볼까요?”라던 주형의 말대로
어느새 준비들을 하고 있었지요.
아무것도 안 맡은 아이들도 고래방에서 연극이 시작되자
다른 모둠 하는 것에 자극을 받기도 했더랍니다.
“그래도 우리도 나가서 인사는 하죠?”
봉균이었지요.
뭐라도 걸치고 나가니깐 볼만하고
작은 역할은 무대 뒤에서 만들면서
그래도 연기를 할 때는 제법들 합디다.
“애들이 하는데 너무 잘하더라구요.”
새끼일꾼 이슬의 감탄이었습니다.
“다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구동성이었지요.
바로 그래서 연극을 하는 게지요.

1모둠.
지난 계자에는 대표이던 어필이
선생더러 연필과 종이도 좀 갖고 오라 하며 전체를 끌고 가더니
대표도 대표 나름이더랍니다.
오늘은 세 명의 공동대표를 두었는데
자연히 사공이 많이 배가 산으로 갔겠지요.
(그 배가 물꼬의 큰마당에 있는 나무배 아니더이까.)
은결이는 울어야 하는데 웃는 듯이 울어 표정관리에 애를 먹고
뒷전에 주로 나가 있던 신현수까지 나름대로 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연 무대에서 모둠샘과 모둠 아이들이 배를 움켜쥐고 뒹굽니다.
내막 모르는 관객이야 그러려니 했는데
무대에서 대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까닭이었지요.
“볍씨 어쨌냐?”
“볍씨가 없네.”

우리가 무대를 향해 꺼진 불 아래 요절복통하는 동안
형길샘은 또 똥바지를 빨러 갔습니다.
여러 차례 한 녀석의 똥바지를 빠는 그이지요.
약을 먹지 않으면 하는 실수인 한 아이이지요.
그래도 예서만은, 이 좋은 자연 품안에서만은
그 아이도 약에 의존하지 않고 지낼 수 있게 해주고픕니다.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지나간 한 시간의 언저리를 떠올리며
똥을 털고 비벼 물로 헹구었더랍니다.
곁에 선 녀석,
마구 욕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그 녀석,
“죄송해요, 선생님.”
순해져서 그러는데,
그런 이뿐 짓에 우울하던 샘이 씨익 웃고 말았다지요.

이름하여 ‘물꼬축구’.
공을 향해 온몸을 던지는 대동놀이가 있었습니다.
마당에서 했던 앞의 계자와 달리
고래방으로 공간을 좁혀놓으니 그 열기 더했지요.
“드러내지 않는 열기의 직설적인 발산!”
형길샘이 그리 표현했던가요.
종대샘의 몰입이 결국 해찬이를 차기도 했고,
애들이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래도 무섭게 달겨드는 아이들이었지요.
상욱이가 엎어져 씌워둔 이가 부러진 것도 이 때였습니다.
“아이들이 다치면서도 또 하고 또 하는 모습을 보며
조마조마 하기도 좋아 보이기도 하고...”
새끼일꾼 경선이가 그러데요.

‘한데모임’에서 하는 손말이 참 예뿌더랍니다.
어디 새끼일꾼들 눈에만 그랬을까요.
앞에서 진행을 하고 있으면
꽃이 따로 없지요.
꽃밭 한가운데 앉았는 듯합니다.
채현이랑 재용이, 엄마 보고프다 울먹이며 옆방에서 선진샘이랑 누웠는데
자려던 재용이는 강강술래 노래에 이끌려오고야 말았지요.
(옆방에서 누웠던 정현수도 칭얼거렸는데
곁에 있던 채현이가 그랬지요.
“너도 꽃섬 얘기 해 달라 그래.”
저가 선진샘한테 옛 얘기를 그리 들었더란 말이지요.)
종윤이의 신명은 이 시간에도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강강술래를 부르며 아예 일어나 어깨춤을 춥니다.
“강강술래 또 해요!”

책방사용은 늘 한데모임의 큰 ‘꺼리’가 되지요.
“책을 볼 줄만 알고 그것을 잘 보는 같이 보고 관리하고 잘 나누는 법은 모른다.”
상범샘 한 마디를 그예 합니다.
(그러는 사이 동하안경이 망가져 종대샘이 글루건을 찾아 나가기도 하였네요.
참 일 많은 한데모임이랍니다.)
책갈피를 만드는 게 어떻겠는가 의견을 모았지요.
책을 책상에 두고 가는 것이
어떤 일정을 위해 나왔다가 다시 가서 그 책을 보려는 까닭이니
그 책이 어딨는지를 알도록 하는 갈피를 만들어두자는 겁니다.
내일은 낫겠지요.

모둠 하루재기 시간이었습니다.
동혁이,
“깁어머”
집에 엄마가 보고 싶다,
그리 쓰고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기특하지요.
일곱 살 아이가 집을 떠나 여러 밤을 잘 보내고 있답니다.

어른하루재기.
‘야간 경비원’ 최영샘은 동화책 읽어주는 일을 전담해주기로 하여
샘들은 일찍부터 하루를 갈무리를 하고 있었지요.
어찌나 실감나게 읽는지
아이들 잠을 도로 깨우고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60여명의 한 끼 식사 준비가 이렇게 힘든 것인지...”
부엌일을 도왔던 은규샘이 그랬지요.
그래요, 일을 진행하면 먹는 일이 다다 싶습니다.
“정말 봉사라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끼일꾼 이슬이네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보는 이에게 희망과 힘을 주지요.
십년을 넘어 되게 보아오는 형길샘이 아니어도
함께하는 품앗이일꾼 새끼일꾼들이 그렇습니다.
“오늘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연극놀이, 우리가락, 대동놀이다.”
새끼일꾼 경선이 쓴 대로
예, 신명나는 하루를 또 접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316 2007. 8.28.불날. 비 옥영경 2007-09-21 1200
1315 2007. 8.26.해날. 맑음 옥영경 2007-09-21 1241
1314 2007. 8.19-25.해-흙날. 비도 오고 그랬어요 옥영경 2007-09-21 1399
1313 2007. 8.18.흙날. 맑음 옥영경 2007-09-21 1131
1312 2007. 8.17.쇠날. 맑음 옥영경 2007-09-21 1158
1311 121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7-09-15 1341
1310 121 계자, 2007. 8.12-17.해-쇠날. 젖은 날 사이사이 볕들 옥영경 2007-09-15 1237
1309 2007. 8. 11. 흙날. 맑음 / 121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9-03 1706
1308 120 계자 닫는 날, 2007. 8.10.쇠날. 갬 옥영경 2007-09-03 1509
1307 120 계자 닷샛날, 2007. 8. 9.나무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7-09-03 1474
1306 120 계자 나흗날, 2007. 8. 8.물날. 소나기 오다가다 옥영경 2007-09-03 1468
» 120 계자 사흗날, 2007. 8. 7.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7-09-03 1460
1304 120 계자 이튿날, 2007. 8. 6.달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07-08-16 2090
1303 120 계자 여는 날, 2007. 8. 5.해날. 비 추적이다 옥영경 2007-08-16 2072
1302 2007. 8. 4. 흙날. 맑음 / 120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8-16 1230
1301 119 계자 닷샛날, 2007. 8. 2.나무날. 맑음 / 1,242m 민주지산 옥영경 2007-08-10 1369
1300 119 계자 닫는 날, 2007. 8. 3.쇠날. 소나기 옥영경 2007-08-10 1605
1299 감자 옥영경 2007-08-10 1068
1298 119 계자 나흗날, 2007. 8. 1.물날. 맑음 옥영경 2007-08-07 1314
1297 119 계자 나흗날, 2007. 8. 1.물날. 맑음 옥영경 2007-08-07 101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