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13.해날. 맑음

조회 수 1428 추천 수 0 2007.05.31 08:04:00

2007. 5.13.해날. 맑음


2007. 5.13.해날. 맑음
오늘 사택 앞의 내가 빌린 밭을 정확하게 임대하고 계약서도 썼으며 수확물을 “하다 65 : 학교 35”로
나누기로 하였다. 그리고 남은 밭에 조선열무, 잔치열무, 땅콩을 심었다. 이제 상추, 쑥갓, 시금치,
들깨, 옥수수, 조선열무, 잔치열무, 땅콩을(합계 8) 심었다. 이제 둑에다 고추, 팥, 수세미를 심을 꺼다
(2007. 5.19. 고추, 팥 심음 / 註. 후에 하다가 써 넣음)

(초등 2년 류옥하다)


짱짱해진 하늘 덕에 모두 밭으로 나갔습니다.
그런 만큼, 날 궂어서 잠시 다니러왔던 종대샘은
다시 집 짓는 현장으로 떠나고,
승렬이삼촌과 젊은 할아버지는 포도밭에 들었지요.
밥이며 참이며
승렬삼촌은 장정답게 큰산으로 먹어
차린 사람을 기쁘게 했습니다.
누가 다 먹냐 싶던 산더미 같은 스파게티도
맛나게 다 먹어주던 그이지요.
류옥하다와 학교를 관리하는 상범이삼촌이,
하다가 농사짓는 사택앞 밭에 대한 도지세 흥정으로
점심을 먹고 숨돌리던 우리들을 즐겁게 하였답니다.
“그래도 결국 50대 50이에요.
왜냐하면 (제가 따로 밥을 해먹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학교에서 먹는 거니까...”
류옥하다는 그렇게 수용하며 결국 계약서에 싸인을 했지요.


‘두레상’이 있는 저녁입니다.
오늘은 또 웬 물구나무서기 열풍이 불어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벽을 향해 몸을 거꾸로 세우고 또 세우고
쓰러지고 또 쓰러졌지요.
저 아이들이 없었으면 이 세상은 얼마나 무료했을지요...
“아침에 일어나보면 문 앞에 상추도 뜯어다 놓고 생전 못 보던 나물도 있고,
비오면 빨래도 걷어주고, 할머니들한테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요.”
박진숙엄마의 거울보기입니다.
삼촌은 포도밭소식을 전하였지요.
“포도잎이 많이 올라오고 있어 순을 따주고 있어요.”
류옥하다는 씨 심느라 바쁜 나날들입니다.
“싹들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심은 것도 있고(는데), 너무 늦게 심은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고,
달골에 제초제로도 해결이 안 되는 코아넷이 다른 밭둑으로 번졌다는데
참 걱정예요.”
농사고 학교일이고 저가 더 걱정입니다.

‘마음모퉁이’이라 이름붙인
감사와 불평과 마음에 인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이 오늘 두레상에서는 깁니다.
재밌습니다.
서서히 마음에 이는 생각들을 꺼내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해의 자리가 될 수 있을 테지요.
불편함이라면 그것이 어떤 쪽으로든 정리되기도 할 거구요.
밥알로서의 부담감에 대한 호소가 있었습니다.
“대외적으로도 공동체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 아닌가요?”
물꼬생태공동체가 전적으로 학교를 지원한다하더라도
이렇게 말하면 또 섭하지요.
“(부모가)얼마만큼 하라는 건지...”
‘마음을 내서’는 참 애매한 낱말입니다.
서로 어려울 수 있는 말이지요.
“상범샘은 보다 실무적으로 밥알의무를 수치화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그리고 김점곤아빠는 ‘학교를 꾸리는 주체’로서의 역할에 대해
지금의 생각을 잘 살펴보도록 하지요.”
언성이 조금 높아지기도 했던 양쪽을 그런 안으로 정리해줘 봅니다.
그간 농업학교에 다니느라 주중을 수원에서 보내고
주말에는 집안농사를 짓느라 학교일을 전혀 하지 못했던 김점곤아빠는
마음은 마음대로 바쁘고
그렇다고 학교일에 손을 보태지는 못해 부담이 컸던 듯합니다.
이것이 물꼬에서 최근 몇 해 있어온 일들의 반복인지
(자본주의 아래서 무상교육 기치를 내걸고 구조적 모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아니면 지나치게 계산적인 한 부모의 특수인지
다음 모임이 기대됩니다.
자유학교 물꼬를 존립하는 책임은
당연히 물꼬생태공동체에서만 하는 일이 아니며
부모들과 연대하는 일이지요.
물꼬의 학부모인 밥알과 물꼬생태공동체식구들이
자유학교 물꼬에 대해 공동의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나는 물꼬가 생태공동체라 그래서 농사에 대한 노하우가 좀 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 농사에 서투른 공동체를 향한 비난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할 거고 우리의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간 교육사업을 하는 일에 정신없었고 거기 마음과 정성을 다 쏟았다,
그동안 물꼬가 해온 교육적 시간은 오간데도 없이
농사일을 못한다고 그것이 비난까지 받을 일은 아니지 않느냐,
기본적으로 일이란 것이 투여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물꼬삶이란 것이 늘 학교일에 넘쳐 언제 그리 되더냐,
생태공동체 지향이면 누구든 잘할 거란 기대가 문제다,
아직 못하고 있다는 것이 결코 욕먹을 일은 아니다,
그런 얘기가 오갔지요.
마음모퉁이를 드러내는 시간이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그리고 전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싶데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말이 될 테니까요,
설득을 하거나 싸우거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296 119 계자 나흗날, 2007. 8. 3.물날. 맑음 옥영경 2007-08-07 1181
1295 119 계자 사흗날, 2007. 7.31.불날. 맑음 옥영경 2007-08-06 1250
1294 119 계자 이튿날, 2007. 7.30.달날. 간간이 해 나고 옥영경 2007-08-06 1368
1293 119 계자 사흗날, 2007. 7.31.불날. 맑음 옥영경 2007-08-06 1024
1292 119 계자 사흗날, 2007. 7.31.불날. 맑음 옥영경 2007-08-06 1004
1291 119 계자 사흗날, 2007. 7.31.불날. 맑음 옥영경 2007-08-06 963
1290 119 계자 이튿날, 2007. 7.30.달날. 간간이 해 나고 옥영경 2007-08-05 1022
1289 119 계자 여는 날, 2007. 7.29.해날. 소나기 옥영경 2007-07-31 1648
1288 2007. 7.28.흙날. 맑음 / 119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7-31 1719
1287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1986
1286 2007. 6.23.흙날. 차츰 흐리다 저녁 창대비 / 시카고행 옥영경 2007-07-02 2599
1285 2007. 6.22.쇠날. 비 내리다 오후 갬 옥영경 2007-07-02 1815
1284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23
1283 2007. 6.20.물날. 맑음 옥영경 2007-06-28 1270
1282 2007. 6.19.불날. 무더위 옥영경 2007-06-28 1185
1281 2007. 6.18.달날. 맑음 옥영경 2007-06-28 1418
1280 2007. 6.17. 해날. 맑음 / ‘전원생활’, 취재 옥영경 2007-06-28 1340
1279 2007. 6.16.흙날. 맑음 옥영경 2007-06-28 1231
1278 2007. 6.15.쇠날. 흐림 옥영경 2007-06-28 1282
1277 2007. 6.14.나무날. 비 옥영경 2007-06-28 116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