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2.흙날. 맑음

조회 수 1266 추천 수 0 2007.06.15 12:51:00

2007. 6. 2.흙날. 맑음


달골에 새참을 냅니다.
종대샘이랑 삼촌이 포도밭에 있습니다.
점심도 실어 올라갔지요.
탁 트인 풀섶에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며 먹습니다.
“저런, 저런...”
대문을 닫아두고 왔는데 웬 차가 들어서더니
나올 땐 또 대문을 활짝 열어둔 채 나옵니다.
류옥하다가 햇발동에 좇아가 망원경을 내왔지요,
번호판을 보겠다고 말입니다.
“희정이이모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희정이이모도 학교를 한바퀴 돌고 나갑니다.

온 산골에 딸기 지천입니다.
먹고 또 먹고 또 먹어도 또 있습니다.
달골 내려오는 길에도 마을 길 지나는 데도 댓마 저수지 가는 길에도...
“포도밭 가에도 많아요.”
젊은 할아버지의 안내로 딸기를 땁니다.
잎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고 잎자루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저것은
산딸기입니다.
흔히 야생딸기를 다 산딸기라 일컫습니만 이게 ‘산딸기’이지요.
줄기에 가시가 드문드문 있고 붉은 샘털이 촘촘히 난 저것은
붉은가시딸기라 부르는 ‘곰딸기’입니다.
입안이 벌겋도록 어찌나 따 먹었던지...
파이를 만들기 위해서도 듬뿍 따 담았습니다.

오후에 종대샘이 달골 콩밭을 관리기로 갈았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도 그렇겠지만 경사지라 더 힘이 든 모양입니다.
다 간 것은 아니고 200여 평 갈아엎었습니다.
손이 닿지 않아 도라지밭처럼 개망초가 뒤덮고 있던 밭이지요.
“그 농사를 어찌 또 할라고?”
다들 걱정들을 하길래, 일단 갈아만 달라하였습니다.
‘태평농법’으로 하려지요.
식구들 반대로 그간 못해봤던 일이었습니다.
식구들 많지 않은 틈에 시도해 보려지요,
손이 없어서도 별수 없지만.
거기 콩과 옥수수를 뿌리려합니다.
모종을 내는 게 아니라 직파하려구요.
마침 이철수아저씨네에서 얻어다 놓은 씨앗들이 있거든요.
하늘과 땅 그리고 콩과 옥수수 그네와 하는 교감으로
농작물을 한 번 길러보려지요.

밤.
달골 햇발동에 올라 딸기파이를 구웠습니다,
오븐이 거기 있어서.
“우리 어디 있을 때 딸기파이 만들어 먹었잖아요?”
다른 나라 공동체를 돌던 때가 생각난 아이입니다.
필라델피아의 브루더호프커뮤니티에 머물 때
같이 지내던 식구들과 산에 올라
야생 딸기를 오전 내내 땄던 어느 흙날이 있었지요.
파이를 얼마나 많이도 먹었던지...
아, 그런데 다하고 나서야 딸기조릴 때 계피를 넣지 않았음을 알았네요.
자주 하는 일이 아니면 꼭 이렇습니다요.
맛만 보고 낼 새참으로 내자 하였습니다.
고래방에 모여 국가대표 평가전도 보았습니다.
네덜란드전이었지요.
성긴대로 이래저래 재미가 또 있는 이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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