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계자 사흗날, 2007. 7.31.불날. 맑음

조회 수 1024 추천 수 0 2007.08.06 09:01:00

119 계자 사흗날, 2007. 7.31.불날. 맑음


첫날은 이른 아침부터 멀리서 오느라고 길고
이튿날은 아침부터 이곳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내니 또한 길어
사흘이 되어야 비로소 안정감이 생깁니다.
아이들도 자리가 잡히고
다들 한 식구처럼 사는 것 같아지지요.

어른들이 108배로 시작한 아침이었습니다.
새끼일꾼들 나름대로 뿌듯하더라데요.
오직 숫자만 셌다고도 했고
좋은 몸풀기가 되기도 했다 합니다.
아이들은 요가와 명상을 끝내고
두 패로 나뉘어 침묵하며 풀을 뽑거나 들꽃공부를 나갔지요.

짧은 임시한데모임이 있었습니다.
속틀을 좀 바꾸었으면 해서 아이들의 의견을 물은 자리였지요.
오늘 오후에 있는 연극놀이를
내일 오후 ‘볕든 날 우산장수’(아이들끼리 꾸리는)시간으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동놀이를 조금 앞으로 당겼지요.

손풀기를 끝내고 열린교실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교실도 더해졌네요; 전통수련(국선도).
열린교실을 끝내고 모두 모여 서로에게 성과물을 전하는 ‘펼쳐보이기’에서
태윤이와 범순이가 아이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괴롭히는 적마저 섬기는,
상대의 공격만 꺾을 뿐 해치지는 않는 호신술을 배워
시범을 보였거든요.
이번 계자의 가장 큰 반향이지 않을까 싶데요.

어제 ‘자연물로 그리기’에서 나온 작품이
종규 희주 경덕 성준이의 호감을 샀나 봅니다.
책방 책상에 모여 나뭇가지와 모래와 잎과 뿌리와
그밖에도 주워 들인 자연으로 도화지를 채우고 있었지요.
집에 보내달라던 종규와 경덕이가 얼굴이 확 펴져
‘부적응아들의 놀라운 변화’라고들 했더랍니다.
거미다리까지 꼼꼼히 표현을 했고
나무뿌리는 고슴도치가 되었으며
꼭지 부분을 보이도록 자른 풋감은 초가지붕 위 박이 되었고
또 다른 풋감 반쪽은 거북등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붙여놔요.”
구경하던 아이들이 제안했지요.
하여 아예 알림판에 걸어두었답니다.

수현 재인 어필 필우는 단추랑 놀았네요.
어제의 실패가 진행자들을 자극했겠지요.
오늘은 작은 탑과 곤충을 만드는 아이들 곁에서
새끼일꾼 셋은 열심히 도움꾼을 하고 있었습니다.
글루건을 쓰기 전에 신문부터 쫘악 깔아놨데요.

한땀두땀에 들어온 인혁 동근 현지 경준 해온이는
쿠션과 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새끼일꾼 가희와 예진이는 이제 매듭도 곧잘 해서
아이들을 잘 도와주었지요.
어제는 자기 작품으로 여념이 없더니
아이들을 도와야 함을 오늘은 퍼뜩 깨달았던 듯합니다.

매듭이 예뻤던가 봅니다.
현진 준성 단을 수진 다현 선호 현지 세진 진희 경서 윤배,
오늘은 열하나가 들어가 있었고
태석샘은 정원에 상관없이 그 아이들 신청을 다 거두었네요.
샘들한테 줄 거라고도 하고
부모님께 선물할 거라고 하며
상에 고정시킨 실에서 눈을 떼질 않고 있었습니다.

어제 열여섯이나 모였던 뚝딱뚝딱은
오늘은 어떤 방법으로 방향을 잡았을까요?
태성 동진 수환 용범 용하 준호 승규가 있었는데,
오늘은 3학년이상, 그리고 정원대로만 받았다 합니다.
톱질을 한 토막토막들이 이리도 조합되고 저리도 조합되어
로봇이 되고 로켓이 되고 장식품이 되기도 했지요.
의자에 대한 꿈도 아직 버리진 않았다네요.

수정 소정 지현이는 옷감에 물을 들였습니다.
홀치기염도 어제보다 나아져
무늬가 곱기도 하였지요.
하트모양 손수건도 나오고
호박귀신보자기도 만들었데요.

‘다 좋다’에는 열하나가 모였습니다.
원하 성주 재준 찬희 호연 태현 경근 민웅 경모 금효 류옥하다.
이른 아침 젊은 할아버지와 태석샘이
물꼬표고장에서 한창인 버섯을 바구니 가득가득 따다 놓았더랬습니다.
그걸 썰었지요.
감자나 당근처럼 딱딱하지도 않으니 썰기도 좋았을 겝니다.
소쿠리에 꼼꼼하게 펴 밖에 널어 말렸네요.
“버섯 뒷면이 처음에 어지러웠는데, 썰고 나니 괜찮았어요.”
안쪽 살들이 어지러웠던 호연이의 말이었지요.
책방 정리도 했더랍니다.
원하는 따로 만화를 그린다 했고
다른 아이들은 어제처럼 그걸 또 잘 받아주었는데
그가 그린 만화는 벽에 붙여져
아이들 눈을 즐겁게 하였더이다.

어제는 보글보글로 저녁을 먹었는데
오늘은 점심을 먹습니다.
김치핏자에는
필우 용하 준호 원하 동진 태현 승규 류옥하다가 같이 했습니다.
“마감이 되어서...”
신청을 못한 경모가 울상입니다.
슬쩍 같이 끼워 가마솥방으로 갔지요.
“제가 이것 때문에 또 온다니까요.”
동진이의 너스레입니다.
원하는 지난 겨울, 그리고 올 여름 내리 네 차례의 보글보글을
김치핏자에서 다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모둠들에 배달을 나갈 땐
잘 자른 핏자에 감잎으로 장식을 하였더랬지요.

김치수제비는 오늘은 감자수제비로 제목을 바꾸어
성주 수현 재인 선호 황현지 세진 소정 태윤이가 했습니다.
떡볶이엔 열둘이 모였는데,
수진 종규 경덕 희주 윤배 어필, 찬희
다현 금효 수환 준성 재준 경근 현진 민웅...
얼굴이 더 많은 걸 보니
아무래도 호떡에서 건너와 기웃거린 녀석들 이름자도 섞였나 봅니다.
호떡은 반죽이 질어 애를 좀 먹은데다
갈수록 반죽이랑 속이 섞이고 말더라나요.
동근 호연 지현 경서 성준 단을 인혁이가 구웠습니다.

경준 태성 범순이는 김치부침개를 부쳤는데
오붓하게 둘러앉아 집안 이야기며로
주방에 모인 아줌마들 냄새를 풍겼지요.
“생각을 잘 한 애들이 와요.”
아이들이 잘 신청하지 않으니 많이 먹을 수 있다나요.
지현이는 샘이랑 둘이서 ‘감자구름’을 굴렸습니다.
“많이 먹을 수 있거든요.”
지현이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나요.
진희 해온 양현지 용범이는 김치김밥을 말았는데
어제의 인기를 재현했다지요.
“완벽한 양 조절!”
스스로들은 그리 말했다 합니다.

“물놀이 안가요?”
불 앞에 앉아 땀으로 옷이 다 젖은 모두는
계곡에 언제 가려나 애가 탑니다.
“대동놀이 한 판 하고...”
그리하야 볕 아래 ‘물꼬축구’가 벌어졌습니다.
온 몸, 큰 소리, 음악과 춤이 있는 축구이지요.
공을 좇아 우르르 몰려다니다
뒤늦게 음악을 듣고 급히 춤을 춥니다.
음악을 맡았던 상범샘은 창 너머로 보는 풍경에 신이 나더라지요.
“1시간만 더해요.”
정작 선수로 뛰었던 이들은 이러한데
외려 그만하자는 이들은 그늘에 앉았는 이들이었지 뭔가요.
오늘 점심차로 들어온 선진샘이 흥을 돋우더니
뽕짝에 맞춰 저 흔들어대는 몸 좀 보라지요.
아이들은 그 경황없는 가운데도
다리가 불편한 태석샘을 챙겨도 주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시간이었지요.
그런데 심판을 보기로 했던 샘들이 어디로 가셨을라나요,
심판들의 직무유기(?)로 재미가 덜한 아쉬움도 있었더이다.

계곡에 갑니다.
달골 가는 다리 아래는 귀한 수영장이지요.
그늘을 드리우니까요.
그 아래로 줄줄이 자리를 잡습니다.
그때 동네에 사는 종훈이(좀 통통해요)가
수영을 한답시고 엉금엉금 물바닥을 기는데
호연이와 재준이가 그를 보고 소리쳤지요.
“돼지가 떠내려간다!”
그때 윤배가 막 물에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호연이와 재준이,
“둘째돼지다.”
통통한 윤배에게 눈을 돌리며 말했지요.
그런데 하는 이도 무시하거나 하는 느낌이 아니고
듣는 이도 마음이 상하지 않습니다.
낱말이란 것이 그 뜻보다
어떤 관계 속에서 그 말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요.
이제 새끼일꾼들도 힘이 빠진 물놀이인데
아직도 아이들은 팔팔하게 날아댕기고 있었더랍니다.

한데모임을 합니다.
오늘은 태현이와 동진이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왔던 아이들이긴 하나 저들이 더 시끄러운 녀석들인데
한데모임 사회 보는 바람이 간절하기도 합니다.
참 어려운 시간이었지요.
말하고 듣기가 너무나 안 되는 거지요.
소란하여 정신이 없는데
그 와중에도 손들고 말하고가 이어지고 있데요,
정말 신기한 아이들세계입니다.
그러다 결국 중간에 어른의 개입이 있었네요.
왜 우리는 지금 이야기가 안 되는 걸까,
혹 야단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며 오늘 한데모임을 돌아보았지요.
자칫 샘들은 되고 애들은 안 된다는 손쉬운 대답이 나오지는 않을까 했는데
진행자의 자세, 이야기를 주고 받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이 시간을 잘 진단하고 있었습니다.
참 기특하데요.
정말 이럴 땐 웬만한 어른들보다 낫다마다요.
진행자를 바꾸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다시 해보잡니다.
좀 나아집디다.
하지만 아이들의 집중에 한계가 있지요.
그 사이 사이 어른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며 모임이 이어졌습니다.

왜 이번 계자에는 열린교실이 이틀 밖에 없냐,
하자, 강력한 주장들이 있었습니다.
“한 번 할 때 하나 밖에 못하니까
두 번 하면 두 개, 세 번하면 세 개를 할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어른들을 설득해나갑니다.
“우리 ‘뚝딱뚝딱’은 의자 만들어야 되는데...”
“산에 가는 시간을 빼서 열린교실 두 시간을 하는 건 어떨까요?”
“보글보글방도 한 번 더해요.”
충분히 이들의 열정을 읽은 어른들은
어른하루재기에서 결정을 내리겠다 전했지요.
역시나 이번에도 어질러진 책방이 문제가 됩니다.
어찌할까, 역시 흔한 해결법이 나오지요.
샘들이 책을 꽂지 않는 아이들을 감시해라,
벌을 줘라 합니다.
그렇게 쉽게 가지 말자,
뭔가 애를 써서 다른 방식을 찾아보자 하는데
이미 모임은 두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지요.
결국 낼 아침 임시한데모임을 결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감동의 밤이었더이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어른 둘이 여자방과 남자방을 들어가
동화책을 읽습니다.
곧 잠에들 들고
더러 뒤척이며 물을 마시러 오거나
오지 않는 잠으로 엄마가 보고파
혹은 배라도 불편해들 가마솥방을 다녀가고
이내 조용해졌지요.
샘들이 모였습니다.
“바깥세상이 어떤지 슬슬 궁금한 하루... 늘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연숙샘은 하루평가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교사들의 고질병이 있지요,
뭘 주어야 하고 가르쳐야 하고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뭘 가르친단 말인가요.
영락없이 나오는 얘기가 또 나오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이상을 찾아서 나온 대안학교,
현실과 이상의 조화가 가능한가,
대안에서 완벽한 이상은 없는 거고
대안도 현실과 타협해야지 않는가...
무슨 말을 할까요?
관찰자가 아니라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서 움직여보라 권합니다.
아무래도 평가하려는 시선을 가진 두 샘이 겉돌다만 가지 않을까
작은 걱정이 들데요,
아름다운 산자락이 둘러친 곳에서
아이들이 만드는 정토와 천국을 읽지 못하고 갈까봐.
또, 같이 자원봉사를 오게 되는 이들이 있을 때 생기는 문제가
다시 드러날까 우려도 됩디다.
‘우리’와 ‘너거’의 대별점이 생기고
심지어 서로 적이 되기까지 한 경험이 있지요.
그래서 특히 며칠이 이어지는 방문일 경우
우르르 자원봉사를 오는 이들은 같은 시기에 받지 않습니다.
계자를 같이 꾸리는 모두가 ‘우리’이지
다른 ‘너거’가 있는 게 아니니까요.
“새끼일꾼들이 대단해요. 잘 하니 못하니 해도 지금 이들이 여기 있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그 나이에...”
그래요, 그들이 이 소중한 자리를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연숙샘과 소현샘이 야참도 준비했네요.
몫들을 잘 찾아가며 움직입니다.
같이 있어서 고마운 모두입니다.

“이상해요. 낮에는 자유학교가, 밤엔 집이 좋아요.”
우리 어필이의 어록집에 오늘 실린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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