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계자 나흗날, 2007. 8. 3.물날. 맑음

조회 수 1182 추천 수 0 2007.08.07 19:59:00

119 계자 나흗날, 2007. 8. 3.물날. 맑음


모든 기관이 눈을 꼬드긴다,
누구는 그리 호소하며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잠하고의 사투라고 계자를 표현한 어른도 있었지요.

‘해건지기’를 나선 아이들,
어제는 못 본, 논 가 습한 곳에서 자라는 ‘궁궁이’를 발견하기도 하고
물꼬 표고장을 들여다보며 버섯을 따기도 하고
닭들에게 모이를 내밀어보기도 합니다.
오늘은 달골에도 갔지요.
‘평화의 마을 여름 단식’을 달골 창고동과 햇발동에서 하고 있어
널린 빨래며 분위기가 흩뜨려지는 듯도 하였으나
그래도 좋은 길입니다.
“바글바글 살다가 일상과 떨어져서 그런(꿈) 걸 생각해보는...”
그래서 가고 또 가도 좋다는 샘들이지요.
“20년 뒤엔 저기 보이는 땅에다가...”
물꼬의 이상과 삶과 우리들의 꿈을 노래하는 자리랍니다.
그런데 낑낑대며 올랐다 내려가던 찬희,
“샘, 담에 또 올 테니까 이런 건 넣지 마세요.”
그랬다는데, 얼마나 애정 어린 말이던지요,
결국 다음에 올 거라는 걸 전하고 있는 겁니다.

‘손풀기’를 끝내고 ‘비온날 소금장수’시간입니다.
소금짐을 지고 돈 사러 나서질 않았으니 공쳤겠지요.
그러면 다른 뭔가를 했을 겝니다.
그렇게 빈 시간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요?
아이들이 꾸리는 한껏맘껏 시간이랍니다.
절반의 아이들은 ‘하는 자유’를,
절반의 아이들은 ‘안하는 자유’를 누렸습니다.
본 대로 하는 게지요, 예서 주로 본 것들을 중심으로
맘 맞는 아이들끼리(그래서 끼리끼리교실로도 불리는) 덩어리를 만들고,
열린교실을 열어 샘들을 초빙합니다.
“세 명 이상은 돼야 교실을 열어주는 거야.”

그래서 ‘뚝딱뚝딱’은 애가 탔지요.
용하와 준호 둘 밖에 없는 겁니다.
착한 승규형을 꼬드기데요.
그래서 셋이 잘 가다가,
승규가 그만 물놀이를 가는 애들을 따라가고팠네요.
울상이 된 그들을 보고 있던 샘이 한 마디 더해줬지요.
“중간에 바꾸기 없다고 해.”
그래서 겨우 열린 톱질망치질 교실입니다.
다행입니다, 승규한테도 흡족한 시간 되었으니.
나무 로봇을 가져서 어찌나 행복해라 하던지요.
현지 지현 진희는 놀러 나왔다가
표고 썰고 있는 태석샘을 발견하고 같이 썰어
얼떨결에 어제의 ‘다 좋다’를 이어받았습니다.
국선도는 어제의 펼쳐보이기 시간의 열광이 재현되었는데
물구나무 서는 사람만 받겠다 해서 신청 때부터 그 열기 뜨거웠습니다.
힘과 기술을 키우는 것은 모자라는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배려와 존중의 전통수련법의 뜻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전달이 되었을려나요.
‘한땀두땀’에선 어려운 건 잘하고 쉬운 건 못하더라지요.
매듭짓고 실 꿰는 건 못해도
바느질은 잘도 하고 있더랍니다.
“자기만의 것을 가지는 건 매력이 넘치는 일 같다. 특히나 땀 흘려 열심히 만든 건 더 애착이 가겠지. 구멍난 모기장도 꿰맸다.”
함께 한 선진샘은 하루정리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동진이는 혼자 펜비트(펜으로 드럼처럼 치는/이번 계자에 유행하고 있는) 한댔다가
둘을 못 구해 교실을 열지 못했지요.
그런데 필이는 혼자인데도 교실을 열었네요.
줄기찬 간절함에 곳간지기 상범샘이 설득당한 거지요.
“정말 하면 안돼요? 너무 하고 싶어요!”
단추로 거북이와 파리를 만들었더랍니다.
때로는 열외도 있지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물꼬이니까요.

볕든 날에 우산장수도 공치지요
점심을 먹은 뒤의 ‘볕든날 우산장수’ 역시
아이들이 저들 맘껏 꾸려보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어제의 연극놀이가 이 시간으로 보내졌지요.
가벼운 소꿉놀이쯤 되겠습니다.
대표자를 중심으로, 모둠별로,
이어진 옛 이야기 한 편을 네 장면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모둠은 배역 하나를 서로 하겠다고 해서 오디션도 봐야했다지요.
“대표가 대사 많은 거 해야죠. 대표가 적은 대사를 하면 어떻게 해요?
저는 연기 진짜 잘해요, 눈물도 금방 흘릴 수 있다니까요.”
찬희는 정말 금새 눈물을 흘렸다네요.
“저는 나이도 쟤보다 많고
학급에서 그만큼 연극해 본 경험도 많아서 제가 더 잘할 거예요.”
그리하야 보게 된 오디션이었답니다.
두 사람이 꼭 같은 표를 얻었는데
큰 경서가 양보해줬다지요.
승규는 흥부역을 맡은 뒤로
아이들이랑 어울릴 지점이 많아졌습니다.
연극의 완성도야 짧은 시간에 어려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그린 무대배경에 조명을 켠 무대, 적절한 음악이
아이들을 신명나게 했지요.
하면서 더 즐거운 연극이었더이다.

한데모임을 보고 있으면 제 모습이, 어른들의 모습이 거기 있습니다,
안 듣고 제 말만 하는.
류옥하다와 해온이, 3학년 두 녀석이 진행을 하였는데,
좀 건조했네요.
그럴 밖에요, 장소도 바뀌었고, 천장의 씰링팬 소리에 말도 먹히고.
고래방의 들뜬 분위기도 몫을 했지요.
샘들이 좀 적극적이지 못한 것도 까닭 하나였겠습니다
(아이들 속에서가 아니라 나란히 붙어 앉아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든지).
우르르 몰려온 새끼일꾼들 소란이 더하기도 했습니다.
크게 의논이 필요한 것들이 있는 오늘은 아니어
그럭저럭 하루를 돌아보는 구색만 갖춰 지나갔지요.
다음은 슬라이드로 동화 한 편 읽었습니다.
음악을 적절하게 입히지 못해 아쉽긴 했으나
한여름 밤에 보는 영상은 언제라도 좋습니다.
그 어수선하던 아이들의 고요라니요...

대구에 나가 사는 열택샘이 왔습니다.
빨래도 챙기고 비를 들고 예제 쓸고 다니고 설거지도 합니다.
공간을 잘 아는 사람이고 흐름을 아는 그인데다
부지런하기까지 한 사람이지요.
익숙한 샘들이 많지 않아 힘이 더 든 계자였는데,
적절한 때에 필요한 사람을 꼭 보내주는 하늘의 너그러움을
또 고마워하였지요.
아이들도 더러 열도 나고 배가 아프고 이도 흔들렸습니다.
“용하야, 우리는 치과도 있어.”
예서 까닥거리는 이도 뺐지요.

아이들 속에 있지 않으면 자꾸 딴 생각이 드는 법입니다.
늘어지고 있는 두엇의 샘을 봅니다.
이곳을 보고자 온 샘들일 경우 이럴 때
그들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평가도 짐작이 어렵지 않습니다.
부정적이기 쉽지요,
결국은 자신의 몫이겠지만.
이곳에 대한 평가가 보는 이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겠고
단점이 훨씬 커 보일 수도 있겠지만,
물꼬가 분명 그들이 구하는 답을 줄 수도 있을 텐데
다만 그걸 못 봐서 안타까운 거지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에는
같이 즐거워하는 것, 같이 행복한 것이 얼마나 큰 부분인지요...

아이들을 씻기고 있으면 그 소란과 수다가 노래라지요.
남자 애들 씻기는데 말 없는 놈이 없더랍니다.
동진이와 태윤이의 수다도 좀 들어보셔요.
상범샘을 못 믿겠답니다.
옆에 있는 경민샘이 더 믿음직하다네요.
“그래, 그래. 국선도도 하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상범샘은 도망갈 거야.”
이제 샘들을 놀려가며 놉니다, 이눔의 자슥들이.
이 수다들 속에 든 신뢰를 읽고 있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듯도 하고 가슴이 싸아해지기도 한답니다.

아침 9시부터 12시 넘어까지 강연이 있었습니다.
어제 하려던 것인데 도저히 몸을 뺄 수 없는 상황이어 양해를 구하다
고래방에 오십사 하여 강연을 하게 되었지요.
아이들 달골 아침산책 갈 때 선진샘과 새끼일꾼 태우가
구석구석 청소를 어찌나 잘해 두었던지요.
(그런데 우리만 포도즙 먹었슴다. 챙겨다 주지 못했슴다. 미안슴다.)
달골에서 열리고 있는 평마단식에 온 이들입니다.
“선수들 앞에서 제가 영성을 논하겠습니까, 공동체를 말하겠어요,
그렇다고 4천만이 다 일가견이 있는 교육을 어줍잖게 말하겠는지요?”
일가를 이룬 사람들 앞에서 하는 강연이 쉽진 않겠지요.
하지만, 내가 당신보다 모자라나
소박하고 소소한 우리 사는 이야기야 못할 게 무에 있겠냐,
아주 편하게 이 산골에서 살아가며 하는 생각을 들려주지 못할 건 또 없지요.
“어떤 뜻으로 이런 일을 하게 되셨는지...”
꼭 나오기 마련인 질문이 오늘도 있었지요.
소명이란 게 무엇입니까?
“팔자지요, 상황이 만드는 겁니다.
하다 보니 소명이 공고해지고 그게 밀고 가는 힘이 되지요.
지금 현재 이걸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고
무슨 대단한 게 아니라, 그게 ‘소명’ 아닐지요.”
말하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듣는 게 늘 문제이지요.
말이야 뭐라해도 듣고 싶은 대로, 들을 수 있는 대로 듣는 법이니까요.
감동은 또 늘 준비된 사람에게 있는 거지요.
좋은 강연은 청중이 만들어주는 것일 겝니다.
듣는 사람들 귀가 더 밝아 고마웠습니다.
누구보다 당신이 더 행복한 것 같다,
누군가 그리 말해왔지요.
그렇군요, 그랬군요, 그랬던 거였습니다,
강연 내내
아이들과 어우러져 사는 일이 내게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산골살림에 먼 데서 찾아든 이들을 위해 달래 나눌 건 없고
농사지은 표고나 겨우 조금씩 나눠드렸지요.
포도즙도 맛을 봬드렸더니
남아 있던 몇 상자를 그들이 팔아 광을 비워주었네요.
같이 있어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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