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28.흙날. 맑음 / 영화 <마이 파더> 촬영

조회 수 1441 추천 수 0 2007.05.14 01:57:00

2007. 4.28.흙날. 맑음 / 영화 <마이 파더> 촬영


황동혁감독의 <마이 파더>의 한 장면을 예서 찍었습니다.
영화제목이 나오고 첫 장면이 춘천보육원이라던가요.
낡은 보육원을 배경으로 써야하는데,
요새 어디고 보육원이 다 리모델링이란 걸 해
그럴 듯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감독이 들어서며 제작부장에게
자신이 그리던 그림과 꼭 맞다 반겼다는데,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면 좋겠습니다.

간밤에 미술팀이 와서 대문을 낡아보이도록 칠했고,
이른 아침부터 촬영을 준비하는 이들이 먼저 닿았습니다.
이어 밥차도 들어오고 장비차도 들어오고,
사람들을 실은 대형버스며 차량만도 열이 넘었지요.
전주에서 초등 열명의 아이들도 도착했네요.
보육원 아이들입니다, 물론 영화에서요.
공을 차는 장면을 몇 차례 찍는다데요.

아침 밥부터들 챙겨먹었습니다.
우리 식구들도 게서 밥을 먹었지요.
“무슨 내용인지 알아?”
“너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으로 지원한 입양아가 아버지를 찾아오는데,
그 아버지가 사형수래.
그리고 우리 학교가 자기 어릴 때 살던 보육원인데,
여기서 찍는 게 3분 나온대.”
산골소년 류옥하다는 예제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 틈을 좇아다니며
주워들은 얘기로 아주 신이 났습니다.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네.”
곁에서 밥을 먹던 촬영감독이 재밌어라며 동의를 해주고 있었지요.
곧 주인공으로 나오는 배우 다니엘헤니와 카투사역의 김인권도 왔습니다.

주한미군으로 자원해 고국을 찾은 제임스는
카투사 친구의 도움으로 입양 전 잠시 머물렀던 춘천의 한 보육원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자신의 한국 이름이 공은철이란 사실을 알게 된 그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친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방송을 통해 친부를 알고 있다는 한 신부님과 연락이 닿은 제임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가족,
유일한 핏줄인 아버지가 10년째 복역중인 사형수(김영철)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서먹한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사람들한테 너무 치여서...”
그동안 촬영현장마다 사람들이 많이 붐볐던가 봅니다.
그런데 여기는 달려오는 이도 없고 더구나 배우를 잘 모르기까지 하니...
애들조차 저들이 배우라는 개념조차 없으니 말입니다.
우리 사는 곳이 참말 산골이고 깡촌이다 싶데요.
배우를 향해 사진기나 휴대폰을 들이대는 걸 막느라도 진땀을 뺀다는데,
이곳 사람들은 뭐 그런개비다 하고 스윽 쳐다보고 말지요.
“다니엘, 전 당신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 몰랐어요.
우리는 텔레비전은 보지 않고 살거든요.
그런데 어제 교사모임을 가서 당신이 우리 학교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했더니
다들 와야 한다며 열광하더라구요.”
다니엘이랑 같이(?) 밥도 먹고
살구나무 그늘에 서서 한참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의 매니저도 다가왔지요.
매니저에게 제 발음 좋다는 칭찬도 잊지 않데요.
흐흐, 그는 몰랐던 겝니다,
처음 하는 단 세 마디만 그렇단 걸.
“그런데 당신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그래서 ‘물꼬생태공동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유학교물꼬’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데요.
따갑기가 누그러진 저녁답의 햇살 아래
그랑 이런저런 수다를 그리 떨었습니다.
잠깐 봐서 모를 일이기야 하겠습니다만
겸손이 묻어놔서 참 좋데요.
사람이 참 ‘나이스’합디다.
‘젠틀’하다 하나요.
참, 떠나고서야 알았지요,
그가 시카고대를 다녔단 걸.
남편이 지금 시카고에 머물고 있다는 거며
미시간호수와 네이비피어, 박물관들과 해롤드워싱턴도서관, 시카고삭스 같은
시카고에 대한 많은 얘기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김인권과도 점심을 먹기 전
튜울립나무 아래 프로듀서랑 셋이 잠깐 앉았습니다.
방송가 얘기며 그의 결혼과 아이 이야기도 들었지요.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당신, 어린 사람이 아니데요.”
떠날 무렵 굳이 차를 세우고 인사를 건네온 그에게
그리 덕담을 주었더랍니다.

그들 바라지를 하며 종일 마당에서 보냈습니다.
순간 순간 필요한 것들이 생기면 달려왔지요.
“응접테이블에 쓸 천이 혹시 있을까요?”
“세제가 떨어졌는데...”
반찬이 떨어져 곤란할 뻔도 하였지요.
김과 밀가루(이게 또 ‘우리밀’ 아닙니까요)를 꺼내주기도 하였습니다.
모니터 앞에 서서 찍은 화면을 보기도 하고,
아이들을 데려온 아줌마들과 수다도 떨고,
음악이며 조명이며 분장이며 영역마다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리고 짬짬이 학교 마당 풀도 뽑았습니다.

“사진 찍으셔야지요.”
갈 무렵 배우들과 사진을 찍었지요.
“글쎄, 카메라가 어디 있을라나...”
넘들은 찍겠다고 다 준비해두는데, 이 사람들 참,
뭐 그런 표정 아니었나 몰라요.
제작부장이 나서서 그의 사진기에 담아주었습니다.
살구나무 아래서 소나무를 뒤로 하고
김인권과 다니엘헤니, 류옥하다, 종훈이랑 담겼답니다.

사람들이 갈무리도 깔끔하게 하려 무지 애를 쓰데요.
오래 일해 온 사람들인 것 같진 않았는데,
하는 모양새를 보니 일들을 노련하게 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도 많이 당해서...”
말은 그리하지만 당신들로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려는 게 컸겠지요.
“여러분, 담배꽁초는 함부로 버리고 말고...”
촬영을 쉬고 있을 때
촬영감독이었던가 감독이었던가가 꽁초를 주우며
다른 이들을 향해 외치는 소리도 두어 차례 들었더랬습니다.
학교라고도 많이 신경을 써주었던 듯하데요.
“선물을 준비할라다가 마땅한 게 생각나지 않아서...”
후원비도 내주고 갔습니다.
예를 다 갖추고 가는 그들이 고마워
물꼬표 포도주 독을 그예 열었더랬지요.

영화가 잘 되면 좋겠습니다.
“티켓 보낼게요.”
감독이 그리 인사하며 떠났는데,
사서 보겠다고 해줄걸 그랬습니다.
그래도 한국영화만큼은 돈 내고 봐야하는데...

아, 저녁답에 풍수학회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이렇게 큰 촬영이었어요?”
촬영팀이 나가는 걸 보며 들어오셨지요.
이곳 산세와 물꼬의 관계를 살펴본다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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