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결이 태풍이라도 오려나요

비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감꼭지도 그리 떨어집니다.

 

낼이면 아이들이 서울을 향해 자전거여행을 시작합니다.

그것은 물꼬를 떠난다는 의미이고,

이동학교 85일이 끝난다는 뜻이지요.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사람을 보내는 일은 늘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드릴 쥐고 나무 작업 좀 했습니다.

반나절만 하리라 하던 것을 종일 매달려있었습니다.

아이 어린 시절 다 보내고 7학년 된 이제야

아이 방에 놓을 박스형 가구(라고 하기엔 조악한)를 만들어봅니다.

나무를 다루는 일, 이번 학년도에 꼭 하고팠던 것이었지요.

그예 흙집이랑 간장집 문을 만들어 달고 말리라 합니다.

 

푸하하, 팥빙수를 개시했습니다.

선정샘이 보내온 육중한 기계로 말이지요.

팥을 삶아야지 하는데,

벌써 샘들이 빙수팥도 사놓고 고명들도 준비해두었습니다.

성능? 말로 다 못합니다.

계자에 올 마흔 넷 아이들도 한 번에 다 충분히 아올겠습디다,

모둠마다 큰 양푼이에 하나가 아니라

한 명 한 명 그릇 들고 줄 설 수 있는.

 

류옥하다는 이동학교 서울 귀환 길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7월 13일께 있는 발표회도 가기 쉽지 않으리라 짐작되었지요.

해서 그동안 해왔던 스스로공부(개인프로젝트)를

저녁에 발표키로 하였습니다; <이동학교가 7학년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 85일간의 산골 살이>

열심히 ppt 자료를 만들고 있더군요.

한번 읽어봐 줘야지, 생각이야 여러 번이었는데,

결국 발표 직전에 겨우 교무실에서 함께 앉아 아주 잠깐 들여다보았습니다.

“뭐, 되는 대로 해라.”

모둠방으로 건너가서 같이 듣기도 했음 좋았을 텐데,

엄마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해서 전해오는 분위기만 헤아렸네요.

열심히 전하고, 열심히 듣고,

'이 프로젝트가 너에게는 어떤 의미였는가' 같은 질문들도 있었다 합니다.

관찰에 세심해지고, 친구들을 관찰하며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너무 긍정적인 면만 기록한 것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도 있었다는데,

긍정성을 더 부각시키고 싶었다던가 어쨌다던가...

 

글의 얼거리는 이러하였습니다.

1. 들어가며

 

2. 일에 대한 태도변화

1) 집안일

2)부엌일

3)들일(유기농사)

 

3. 관계의 변화

1) 아이들끼리

2) 타인과

3) 샘들과

 

4. 언어의 변화

1) 욕

2) 회의

 

5. 생태에 대한 태도변화

1) 관찰자가 보는 변화

2) 아이들이 스스로 보는 변화

 

6. 부모에 대한 생각변화

1) 초기

2) 중기

3) 후기

 

7. 결론 및 제언

 

그런데 글의 마지막을 읽으며

오래 같이 사니 글쓰기도 아주 비슷해진다는 생각 문득 들었습니다.

‘한편, 그만큼 배움의 대가로 문제도 많았다. 프로젝트나 자기 할 일들, 그리고 농사일이나 집안일들을 싫어하면서 제대로 못하고, 안 했고, 많이 싸우고, 몸싸움을 했고, 불평도 많이 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이 행동을 바꾸었듯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닥치는 문제들을 그리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가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꾼다면, 우리는 보다 많은 것을 보다 많이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동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힘이 들어도 지나고 나면 아름답다. 이곳에서 힘은 들었지만, 지내면서 익힌 것들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힘들 때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모두 모두 애썼다.’ (류옥하다의 '이동학교-' 마지막)

다른 모두가 그러하듯 류옥하다 역시 이동학교를 해내느라 애썼습니다,

집을 떠났던 아이들과 달리 아무리 제 집에서였다고는 하나.

 

저녁, 아이들 마지막 달골 오르는데, 비 떨어집니다.

조금 있으면 지날 비겠으나

그냥 마지막이라는 그 아쉬움에 그 밤에 차로 아이들을 실어 나릅니다,

여느 때라면 어떡하든지 운전을 안하려들면서.

준환샘 차는 돌아가는 짐들로 꽉 차 있었거든요.

그리고, 희진샘이 아이들과 오르고,

준환샘과 영현샘과 소사아저씨랑 아이들이 비운 가마솥방에 앉습니다.

가벼이 곡주 한 잔.

준환샘은 과일까지 냉장고에 채워주셨더랬네요.

그제야 알았지요.

“아이들 가고도 남은 물꼬 식구들 먹으라고 넉넉히 장을 봤는데...”

그게 벌써 바닥이라 했습니다.

“그 봐, 우리 애들이 그리 먹어댔어.”

그러고나서 한 이틀 지났는데, 어느새 또 이것저것 채워두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남은 이들에 대한 배려, 그런 것으로 사람 평가합니다요, 물꼬. 하하.

 

 

2011.6.23.나무날. 비옴. <100일학교 마지막 날>

어제 저녁에 100일학교 마무리 파티를 했다. 고기도 먹고, 등돌리기극도 하고, 담력훈련도 하고, 쿠키와 떡볶이 등도 먹었다. 정말 추억에 남을만한 밤이었다.

오늘은 짐을 챙기고, 서로 100일학교 마무리 평가나눔을 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안타고 서울에도 안 가는 나는 10시경에 홀로 ppt로 개인프로젝트 갈무리와 발표를 했다.

애들한테 잘 못해줘서 아쉽다. 빨리 끝나서도 아쉽고, 많은 걸 하지 못해서도 아쉽다.

애들과 싸우지 말고 황룡사사건도 나지 않게 몸싸움도 하지 않고, 애들한테 조금 더 양보할 걸 그랬다. 특히 준이나 남자애들에게 빡치게(?) 하지 않고, 내가 올바르게 행동할 걸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내가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아이들이)왔을 때는 깔보듯이 말하고, 잘난 체하고, 나서고, 의견정리를 못했는데, 이제는 최소한 1/5쯤은 나아진 것 같다.

처음에는 막막했던 100일학교/이동학교를 재밌게, 잘 보내서 좋다. 내 인생의 1/360인데 너무 쉽게 허비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얘들아! 사랑한다! 고맙다! (류옥하다)

 

마지막 하루스케치.

와~ 길고 긴 100일학교가 드디어 끝났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할까. 집에 가는 건데 왜 이렇게 우울할까? 물꼬랑 헤어지기 싫어서...

지금 하루스케치를 쓰고 있는 동안에도 내가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서울에 돌아가면 물꼬가 매우 그리울 것이다. 달골로 올라가는 높은 경사길, 나의 첫 번째 방 별방, 햇빛 잘 들어오는 바람방, 나의 몸을 청결하게 해주었던 화장실,... 이곳에서의 일들을 나는 잊을 수 있을까? 싸운 일이 50%였지만 나는 이곳을 ‘87’일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나는 이곳을 영원히 기억할 것 같다.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벗어나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한 삶. 그것은 분명히 나에게 좋은 시간들이었다. 부모의 큰 마음이 아니라, 친구의 충고 한 마디, 선생님이 조언으로 계단을 쌓아 올라가고 성장해가는 나. 100일학교는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었고, 관계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민하은)

 

오늘은 대망의 D-1일이다. 내일이면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우리는 내일 출발하니까 우리는 샘들게 감사파티를 했다.

우리가 음식을 준비해야 되는데 젊은할아버지가 목살을 사와주셨다.

아주 오랜만에 고기를 먹으니까 고기에서 단물이 나오는 것 같았다. 대략 4달만에 고기인데 정말 대~박 맛있었다. 우리는 맛있는 밥을 먹고 샘들께 편지를 낭송했다. 나는 나가서 글 읽는 것을 잘 못해서 다른 애들에 비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낭송을 했다. 우리는 낭송을 모두 다 하고 담력훈련을 했다.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상자 찾는 게 제일 힘들었다. 우린 담력일정 후 친국들의 변화 점에 대해서 공유했는데 내가 모르는 면들이 면했다는 걸 알려준 아이들에게 고맙다.

나는 이곳 물꼬에서 모두 보고싶겠지만 특히나 젊은할아버지가 가장 뵙고 싶을 것 같다. 왠지모르게 정말 뵙고 싶은 것 같다.

우리는 오늘 밤에도 모임을 했는데 100일학교 소감을 발표하는 것이였다. 나는 카메라가 앞에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다 못해서 아쉬웠다. 오늘은 마지막이다. 믿겨지지가 않는다. 여기 온 게 엊그게 같은 눈물이 날려고 하네. (민승기)

 

D-1.

하루 남았다. 정말 꿈같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처음 영동 물꼬에 도착했을 댄 약 80일이란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도저히 상상을 못했따. 지나며 난 점점 더 아이들과 가까워졌고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빨리갔다. 난 지금 아이들과의 거리가 굉장히 많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내 첫 하루스케치는 D-87부터 시작한다. 개인 프로젝트를 하며 나를 찾으면 드디어 D-1으로 달려왔다. 백일학교 즐거웠고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옥샘과 젊은 할아버지께 받은 것들 언젠가 돌려드리러올 것이다. 내게 많은 것을 주신 깜신, 아지께도 감사한다.

마지막 날에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물꼬는 내게 큰 위안과 편함을 주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서울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형과 엄마에게도 감사하고 아빠에게도 감사한다. 난 이곳에서 행복하다. 서울에 가서도 행복할 것이다. (김다형)

 

대해리에서의 마지막밤

23일! 내일이면 100일학교, 정든 물꼬를 떠나 서울로 가는 길에 오른다.

100일간 친구들과 단물, 쓴물 모두 맛본 정든 물꼬를 떠나자니 매우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쉽기도 하다. 지금까지 100일간은 항상 집에 가는 것만 생각하고 시간이 잘 흐리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날에 접어들고 나니 100일간의 추억들이 생생이 기억나며 그간의 기억들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심지어는 한 일주일 정도 이곳에서 시간을 더 보내며 조금이라도 더 서울에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100일동안 물꼬에서 살면서 나는 적응과 정이란 구리도 금으로 바꾸고 오리도 백조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서울에 비해 불편하고 이곳에 있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100일동안 농사를 짓고 친구들과 모든 일을 함께 하며 같이 울고 웃으니 이곳에서의 추억들과 기억들이 모두 금처럼 소중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나에겐 고작 볼품없는 구리였던 이곳이 지금은 금이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다 나 자신도 이곳에서 새태, 친구관계, 농사 등을 하며 굉장히 몸도 마음도 커져서 마치 작은 오리였던 내가 지금은 백조가 된 기분이었다. 나 자신은 이곳에서 백조가 되었고 이곳에서 생활한 추억들은 모두 금처럼 소중해졌다. 이런 나를 만든 건 적응과 익숙,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의 ‘정’이었다. 그 정으로 나를 백조로 이곳의 가치를 금으로 만들어준 이곳에서 같이 지낸 모든이(친구들,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 (현홍준)

 

오늘은 슬픈날~

물꼬에서 마지막밤이다.

오늘은 하루죙일 대청소를 했다.

아침에 8시에 기상이었는데, 너무 졸려서 9시까지 씻는 걸 마쳐TEk.

그리고 구역을 나누고, 청소를 했다.

오늘은 강유, 하은, 내가 햇발동 복도, 화장실, 바람방 청소다.

우선 계획을 짜고, 쫌 쉬다가 청소를 했다.

서랍장을 비우고 가방 안엔 짐을 넣는데, 무언가 슬픈 느낌이 들었다.

이제 바람방이 내 방 같은데, 이제 못 쓰다니 아쉬운 마음이었다.

아쉬워서인지, 청소할 때 느리게 했다. 짐을 싸다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시간 참 빠르게 지나간 거 같다.

4월 5일 날씨 맑음. 처음으로 바람방에 돌어옴. 서랍장 넣고, 짐풀기, 이불깔기 등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서랍장을 빼고, 짐정리를 하고, 이불을 정리하고, 바람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내려가서 또 청소하고, 소감나누고, 마지막 달골 가는 길을 올라갔다. 예전엔 헉헉거리면서 올라오던 길을 차타고 올라가는데, 영화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지나갔다.

앞으로 다시 못올 달골 그리울 거 같다. 잘 지내렴 바람방아~ (오선재)

 

(* 강유의 날적이는 옮기지 못하고 읽기만 해서 기억나는 요점만 옮깁니다.)

뒷정리하고 깜신이랑 부엌청소했다.

많이 꼼꼼해진 것 같다.

100일학교 소감나누기 했다. 정말 잘 생활했고, 같이 살았다는 게 뿌듯하다.

4월 추운 날씨가 엊그제 같은데...

서울에 가서도 생태적으로 살려 노력할 것이다. (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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