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설악산행. 지난해 6월부터였으니 해를 넘겼다.

11월에 가는 걸음을 6, 마지막으로 두고 있다.

이번이 5. 나흘로 둔 짧은 일정이다.

남설악 쪽, 그리고 외설악 쪽에 각각 베이스캠프로 삼은 마을에 깃들어

날을 걸러가며 산을 오르고 내린 일정.

공룡능선이며 두루 걸었더랬다.

마을 사람들과 나물도 따고 고로쇠도 채취하기도.

 

언제나 시작은 청소, 끝도 청소.

떠날 때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정리한다.

그게 돌아왔을 때도 집을 들어서는 마음이 심란치 않는.

역시 돌아와서도 맨 먼저 청소부터.

달골을 둘러보고 학교도 돌아보고

2시에야 대해리를 나서다.

여러 차례 오갔던 길이라고 길이 짧았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길은 친구랑 가는 길,

더 짧은 길은 그리운 이들을 향한 길.

설악산이 있었고, 거기 깃든, 어느새 벗이 되고 이웃이 된 이들이 있다.

 

숙소의 주인장 구십 노모와 형님이 차려준 밥상이 맞았다.

바다골뱅이와 가자미조림과 쑨 묵과 열무김치와...

친정에서 먹는 밥 같은 상. 솜씨 좋은 어르신이 차린 이 밥상이 몹시 그리웠더랬다.

어느새 식구 같아진.

오색에서는 도토리풍년으로 즐거워들 하고 있었다.

세 해 동안 가물었던 도토리였다.

마을 사람들은 연일 경쟁하듯 줍고 있다지.

 

, 휴게소에서 운전하며 씹을 거리로 맥반석오징어를 사다.

가격을 잘못 들었는가 하고 다시 물었다.

7,500! 물가, 물가하더니 이랬고나.

3,000원할 때 사먹은 적 있다.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튿날, 9.19.달날. 비 내리다 긋다

태풍이 몰고 온 비로 06:10 입산통제.

오전에만 내리겠거니 하고 비옷 입고 산에 들려고

밥까지 볶고 배낭을 다 꾸렸는데.

잘 쉬어준 오전.

늦은 오후 점봉산 아래 작은고래골에 들어

도토리를 줍고 버섯을 따다.

노루궁뎅이 둘, 꽃송이버섯 한아름, 송이버섯 하나, 싸리버섯 두엇 무더기,

그리고 능이대신 개능이를 보다.

, 내려오다 말굽버섯도 두엇.

어둑해서야 내려와 숙소의 안주인 구십 노모가 차려놓은 저녁상을 또 받다.

이곳에 오면 내가 차려주기로 한 밥상이었는데.

 

사흗날, 9.20.불날, 맑은 하늘로 시작했으니 안개비와 가랑비, 그리고 갬/

한계령휴게소-한계령삼거리-서북능선(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분소, 12.6km

07:30 한계령휴게소발.

한계령삼거리까지 뒤에 오는 중년부부, 앞선 70대 남자 어른 둘이 만난 전부였다.

한계령삼거리에서 저기 남쪽에서 비가 묻어오고 있었다.

귀때기청봉은 너덜바위로 접근한다.

혼자 걷고 있었다. 안나푸르나 마르디히말에 오르던 날 같았다.

겉옷도 그때 입었던 옷, 그때처럼 안개 덮여 겨우 몇 발 앞만 보이는.

다행히 안나푸르나에서처럼 머리카락이 얼진 않았네.

차를 마시며 노닥거릴 한 시간을 더해도 9시간이면 충분한 거리.

하지만 바위는 미끄러웠고, 그 사이 사이는 시커멓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

많이 지체되었다.

서북능에서 만난 이라고는 마주오는 남자 하나.

끝청 어디께서 야영을 하자고 오르고 있었는데,

새벽에 출발하느라 남교리가 공사로 통제 중인 걸 모르고 들어섰다고.

아침빛에서야 공사 중임을 알았고,

오르며 비에 젖어 두렵고 지쳐가더라고.

이 산에 결코 홀로 있지 않아요. 서로가 있음에 위로 받읍시다!”

마르디 히말을 오르던 그때는 우퍼포인트에서 마지막 일행들이 돌아가고 걸었더랬다.

대승령을 2km쯤 앞두자 비 긋고 살짝 해도 보여 여유가 생겨

버너를 꺼내 차를 달이고 늦은 낮밥을 먹다.

대승령과 남교리와 서북능 갈림길에 닿으니 17.

장수대분소까지 2.7km는 내려서는 길.

서서히 저녁이 내렸으나 대승폭포를 그냥 지날 수는 없었다.

볼 만했다.

19시가 넘어서야 분소에 도착,

스르르 닫힌 문이 열려 깜짝 놀랬네.

큰길이었다.

오색 마을 형님이 차를 가지고 왔다.

묵은 곳에서 저녁상을 또 받았더라.

 

자정께 오목골 들다.

앞으로 설악산행에서 베이스캠프로 삼고자 하는 곳.

마을 형님 하나랑 텐트를 치고 마가목주를 한 잔씩 마시고

형님은 마을로 내려가고,

홀로 오목골을 지키다.

 

나흗날, 9.21.물날. 맑음

머잖은 곳에서 선배가 건너와

오목골에서 머물다.

차를 달여 마시고 오목골 탐방.

들어오던 길 반대편으로 오목골을 나와 오색약수터까지 걷고

다시 도로 따라 주차해둔 곳까지 걷다.

백암골에 들어 발 담그고

속초를 나와 7번 국도를 따라 대진항까지 올라갔다 양양 바닷가에 묵다.

 

이제 한 회차 남겨두고 있는 설악산행 프로젝트인데

아직 글()의 방향은 모르겠는. 게다 다른 책에 자꾸 밀리고 있는 중.

마지막 일정은, 남교리 공사도 마무리 될 테고

그러면 남교리-대승령-장수대분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꼬의 논두렁 몇이 동행할 수도.

멀리서 하는 물꼬의 작은 잔치가 될 것 같은.

 

학교에서는 운동장에 마지막 풀을 깎고,

마지막 여름 열매채소들을 거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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