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7.흙날. 흐리다 맑음

조회 수 1250 추천 수 0 2007.04.16 01:00:00

2007. 4. 7.흙날. 흐리다 맑음


댓마의 김희정엄마가 건너와
학교문연날 잔치를 알리는 현수막을 만들었습니다.
영동 읍내에 하나, 황간에도, 매곡은 빼지 뭐, 상촌에도 걸고...
다섯 장의 광목천을 주욱 늘여놓고
척척 잘도 씁니다.
물꼬가 지난 94년부터의 모든 행사에 그렇게 하던 방식입니다.
작년에 여러 엄마들이 붙어 그렸던 그 꽃을 그려도 넣습니다.
어디랄 것 없이 지천일 봄꽃입니다.
참 좋은 봄날입니다...

굳이 사람 손으로 농사를 짓지 않아도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산에 들에 먹을 것 넘치는 골짝입니다.
식구들과 언덕에 머위를 캐러나갔습니다.
벌써 머위꽃도 한창이던 걸요.
살짝 데쳐 쓴 기를 빼고 두부를 으깨고 된장을 넣어 무쳐먹었지요.
쑥국도 끓이고 냉이튀김도 냈습니다.
작년에 베어 먹던 자리에 다시 솟은 부추도 잘라
겉절이를 해서 밥상을 차렸지요.
어제 월남쌈을 먹고 남은 재료와 생선소스도 꺼내놓았습니다.
“배부른데 너무 맛있어서 그만 먹을 수가 없어요.”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는 엄마 아빠 말을
번번이 무시하는 종훈이의 찬탄입니다.
우르르 쏟아져 나온 표고를 따와
삼시 세 때 잘 먹고도 있지요.
표고장에서 일하는 남정네들을 위해
묵은 김치로 부친 전과 막걸리를 새참으로 내고,
얼려두었던 떡을 구워
포도밭에서 어른 일손을 돕는 아이들에게 내기도 하였댔습니다.
이러자고 들어온 산골에서
걸음은 늘 바빴고, 흙 한번 묻히지 못하고 지나는 일이 흔했더랬지요.
이 봄이 고맙고,
이 삶이 복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56 작가초청강연(9.5) 갈무리글 옥영경 2022-10-04 416
1255 2021. 1.12.불날. 해 난 아침, 펑펑 눈 내리는 밤 옥영경 2021-01-27 416
1254 2020.10. 9.쇠날. 구름과 바람 옥영경 2020-11-18 416
1253 2021.10. 5.불날. 비, 비 / 설악·6 옥영경 2021-12-05 415
1252 2020.10.12.달날. 흐리다 비 두어 방울, 살짝 해 옥영경 2020-11-22 415
1251 2020. 8. 4.불날. 흐림 옥영경 2020-08-13 415
1250 빈들모임, 2020. 5.23.흙날. 맑음 ~ 5.24.해날. 소나기 / 나물 산행 옥영경 2020-08-12 415
1249 2020. 4.19.해날. 비, 비, 비, 가끔 바람도 옥영경 2020-07-07 415
1248 2020. 2.28.쇠날. 잠깐 비 지난 옥영경 2020-04-01 415
1247 2019.11.13.물날. 아침안개, 흐린 오후, 그리고 밤비 / 그게 다가 아니다 옥영경 2019-12-31 415
1246 2022. 4.22.쇠날. 흐림 옥영경 2022-06-04 414
1245 2021.12.14.불날. 흐림 옥영경 2022-01-08 414
1244 2021. 6. 9.물날. 맑음 / 설악 소공원-비선대-마등령-나한봉-1275봉-나한봉-공룡능선-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 옥영경 2021-07-07 414
1243 167계자 닫는 날, 2021. 1.22.쇠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21-02-10 414
1242 2020.10.18.해날. 맑음 옥영경 2020-11-22 414
1241 2020.10. 5.달날. 맑음 옥영경 2020-11-15 414
1240 2019.12.11.물날. 맑음 / 대체로 희망 쪽이기로 옥영경 2020-01-13 414
1239 2019.10.17.나무날. 흐림 / 주목 세 그루 옥영경 2019-12-05 414
1238 2022. 9. 7.물날. 갬 / 그대들이 준 감동으로 또 하루가 간다 옥영경 2022-09-28 413
1237 10월 빈들모임(10.22~24) 갈무리글 옥영경 2021-12-10 41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