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12.나무날. 맑음 / 난계국악단 봄맞이음악회

조회 수 1276 추천 수 0 2007.04.20 07:21:00

2007. 4.12.나무날. 맑음 / 난계국악단 봄맞이음악회


‘스스로공부’를 하고
교무행정일을 보고
지난 거친 바람에 다시 날아간 된장집 지붕을 고치고
달골에 쌓아두었던 포도나무 가지를 내리고...
나무날의 흔한 풍경입니다.
배도 고쳤지요.
큰 마당에는 사공이 많아 산으로 온 배가 오래 부서져 있었더랍니다.
이제는 하도 아이들이 끌고 다녀
마당 흙 패인 곳에 좌초해있던 배이지요.
오늘은 그를 살려 소나무 그늘 아래 두었답니다.

4:30 영동대, 참사랑봉사단 조현님.
6:30 영동,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교실 박경희님.
7:30 난계국악당, 난계국악단 신춘음악회.
서둘러 다닌 걸음이었네요.
잔치를 앞두고 있어서도 바깥 만남들이 잦습니다.

식구들과 읍내에서 난계국악단 정기연주회에 갔습니다.
바람이 기분 좋게 얼굴을 스쳤지요.
봄밤, 봄밤입니다.
사연도 많았던 국악단이 상임지휘자로 손범주샘을 모시며
전체 수준도 끌어올려졌다는 평이 있었지요.
종묘제례악 가운데 전폐희문을 듣고
가야금 거문고 병주 ‘침향무’도 들었습니다.
박용호샘이 대금으로 청성곡을 불러주었고
관악합주로 사람의 목숨이 하늘과 같이 한다는 ‘수제천’도 연주하였지요.

그런데 1부와 2부의 가운데
‘육군종합행정학교 유치 군민환영’ 행사가 있었습니다.
경과보고, 유공자표창에 두엇의 식사, 너댓의 축사, 그리고 꽃다발 증정.
그것도 1시간 여를.
곁에 앉았던 아이들조차
이런 식으로 사람 동원한다고 툴툴거리고 있었습니다.
당신들 행사 끝났다고 우르르 나가고
또 그 뒤를 줄서서 나가는 같은 색깔의 사람들이 있었겠지요.
“바쁘신 분들 무대 뒤로 들어왔다 다시 조용히 빠져나가시라 하지...”
그런 추태가 없었습니다.
세련되게 잘 녹여낼 수도 있었으련만,
결코 변화될 것 같지 않은 지방 공무원의 발상 앞에
관객 모두 들러리를 서며 서글퍼 한 듯도 합니다.
음악회에 와서 앉았는 이도 앉았는 이지만
막 뒤 무대에서 준비하고 있는 분들께 미안하데요.
나이든 협연자들도 모셔다 그렇게 기다리게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또 하나 걸리는 문제.
평화를 외쳐도 시원찮은 판에 전쟁을 하겠다는 군사학교를 들이는 게
정말 환영할 일이 맞는가요,
그것도 삭발이며 군민대회며 온 군이 들썩여서 하는 게 ‘바람직’한 건가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일 텐데,
역시 돈이 되는 일에 몰린다는 이 시대의 경제논리겠지요.
자본주의 그늘 아래 우리 사는 양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산골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물꼬의 삶에 마음을 다잡습니다.

2부에서는 관현악을 위한 ‘축제’와
민의식샘의 가야금 협주곡 ‘달하노피곰’,
정수년님의 해금협주곡 ‘상생’이 연주되었습니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씨가 사회를 잘 보았지요.
불쾌감을 날려 보내는 추임새를 끌어내었고,
그러면서 관객들은 기분이 나아졌고 좋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영남지방에서 주로 정월대보름에 불리던 ‘성주굿’을
조갑용 박상득 최재학 권준성님의 사물놀이를 더해 들었습니다.
예년의 정기연주보다 퍽 안정감이 묻어납디다.

봄밤은 꿈꾸는 자(혹은, 것)들의 시간이지요.
단 바람이 나비들의 접은 날개에도 닿고 있겠습니다.
우리들의 한 해가 이 아름다운 봄밤 꼬리에 붙어갑니다.
식구들 모두가 오랜만에 함께 한 나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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