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15.해날. 맑음

조회 수 1215 추천 수 0 2007.04.24 00:20:00

2007. 4.15.해날. 맑음


댓마 신씨할아버지네가 마지막 남은 아들을 치웠습니다
제가 다 고마웠지요.
혼례를 올렸다고 끝이 아니긴 합디다만
이적지 하던 자식들 뒷바라지가 이제 시름을 던 건 분명할 겝니다.
읍내 예식장을 다녀온 마을 사람들은
경로당에서 남은 음식으로 또 잔치를 벌였지요.
온 식구들이 게 가서 저녁을 얻어먹었습니다.
달골 청소를 마치고 늦게야 내려갔더니
아이들이 떡 접시를 들고 좇아왔지요.
“할아버지들이 챙겨주셨어요, 옥샘 드리라고.”
윤상언아저씨나 신씨할아버지, 아님 조중조아저씨쯤 될 겝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두레상에서 어느 부부교사의 얘기를 들려주게 되었습니다.
육아휴직을 내고 있던 엄마가 올해 복직을 했답니다.
“3년이잖아.”
3년을 쓸 수 있지만 2년만 쓰고
아이를 할머니가 계시는 먼 도시에 떼어 놓았다지요.
“돈 벌어야지.”
10년이면 교사 호봉이 아주 적은 것도 아닐 텐데
부부가 같이 벌어야 해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애를 맡겨야 했다나요.
지금 그를 비난 하려드는 게 아닙니다.
도대체 생산력이 엄청나게 늘어난 오늘날의 이 지구 위 삶에서
우리가 아직도 생계를 걱정하며 사는 게 말이 되는지요?
산과 들에 사람이 기르지 않았어도 먹을 것 지천인데
이제 먹을 줄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가 그 흐름으로 살아야 하는지요...
또 하나.
우리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돈을 벌지요.
그런데 그거 아셔요?
이제 아이를 위해 뭘 좀 할 수 있겠다 하고 돌아보면
그 사이 아이는 성큼 자라 있습니다.
아이는 더 이상 우리랑 놀지 않지요.
만일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랑 더 많이 놀아주고 집은 나중에 세울 거라던 글이 있었지요.
다이아나 루먼스이던가요?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 대신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겠다 했습니다.

아이를 바로 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더 많이 아는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7-8년 전 강의를 갈 때마다 마지막에 읽어주었던 구절을
이 밤에 다시 되내어 봅니다.
아이가 부르네요.
당장 대답해야겠습니다.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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