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12.흙날. 회색 하늘

조회 수 1234 추천 수 0 2007.05.21 22:21:00

2007. 5.12.흙날. 회색 하늘


어떤 잔치에 잠깐 참석할 일이 있었지요.
아이를 앞세우고 갈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은 아이가 자꾸만 저 옷을 털고 있었습니다.
“(이거)왜 이래?”
아니, 그게 왜겠는지요?
“네가 맨날 손으로 쓰윽 닦아버리니까...”
어떤 옷이고 아이의 옷은 앞가슴이 언제나 얼룩져 있기 마련이었지요.
하도 그러하니 아예 무늬가 될 지경이랍니다.
헌데 그게 이제야 제 눈에 보였던 겁니다.
다 자기 일이 되어야 안다니까요.
이제는 앞가슴에 손을 문지르는 일이 좀 줄어들라나요?

간장집 남새밭을 한 뙈기 얻은 열 살 아이는
신발이 닳도록 들락거립니다.
“이만큼은 팥을 심었고요, 여기는 옥수수, 여기는 시금치,...”
오늘도 물을 준다 김을 맨다 고랑을 돋운다
호미질을 하고 있었지요.
어찌나 손을 보았는지
손이 가지 못한 둘레는 풀 무성하여 숲을 이루었는데,
제 밭은 훤합니다.
자기 일이 된다는 게 저런 건가 봅니다.

휴가 나온 승렬이삼촌을 데리고
식구들이 면소재지에 나갔습니다.
뭐라도 보식을 멕여야만 될 것 같았는데
겨우 짜장면 한 그릇입니다.
요새도 군대에선 짜장면(꼭 이렇게 써야 맛이 납니다)이 그리웁나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56 2019.12. 4.물날. 볕 옥영경 2020-01-13 427
1255 2020. 9.16.물날. 흐리다 가랑비 옥영경 2020-10-10 426
1254 2020. 3. 7.흙날. 비 옥영경 2020-04-10 426
1253 2019.11.30.흙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20-01-12 426
1252 173계자 닫는 날, 2024. 1.1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1-15 425
1251 167계자 닫는 날, 2021. 1.22.쇠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21-02-10 425
1250 2020. 8.15.흙날. 강한 볕, 그러나 바람 옥영경 2020-08-27 425
1249 2020. 1.28.불날. 흐림 옥영경 2020-03-03 425
1248 2019.12.24.불날. 맑음 / 그대에게-그의 쌍수에 대하여 옥영경 2020-01-17 425
1247 2019.10.17.나무날. 흐림 / 주목 세 그루 옥영경 2019-12-05 425
1246 2022. 1.15.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26 424
1245 4월 빈들 이튿날, 2021. 4.24.흙날. 활짝 맑진 않아도 흐리지는 않은 옥영경 2021-05-14 424
1244 2021. 3. 5.쇠날. 갬 옥영경 2021-03-26 424
1243 2020.10.21.물날. 흐리다 저녁답 비 / 제도학교 특강 첫날 옥영경 2020-11-25 424
1242 2019 겨울 청계 닫는 날, 2019.12.22.해날. 갬 옥영경 2020-01-16 424
1241 2019.11.27.물날. 흐림 옥영경 2020-01-10 424
1240 2022. 8.27.흙날. 맑음 / ‘2022 멧골 책방·2’ 여는 날 옥영경 2022-09-08 423
1239 2021.11.22.달날. 먹구름과 해와 비와 우박과 바람 옥영경 2021-12-24 422
1238 2020.11. 5.나무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0-12-03 422
1237 2020.10.30.쇠날. 맑음 / 계단에 앉다 옥영경 2020-11-30 42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