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조회 수 2294 추천 수 0 2004.01.06 07:39:00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마흔을 오라 했고 꼭 마흔이 왔습니다.
이번 계절자유학교(계자)동안 어른은 스물 한 사람이 함께 합니다.
내내 같이 보낼 사람도 있고
서로 이어가며 붙는 이도 있습니다만.
늘 그러하듯 아이들은 참 곳곳에서도 왔습니다.
2004학년도 자유학교 물꼬 새학생으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스물의 아이들이
두 패로 나뉘어 계자를 오니
그 열도 이번 계자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녀석이 몇 안됩디다.
새벽같이들 모여서 시작하는 계자를
날이 많고 많다고 느지막히 모여서들 왔습니다.

아이들은 그 무엇보다 '곰사냥'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한데모임에서 한참을 그 얘기에 대한 질문으로 보냅니다.
부산에서 온 일곱 살 윤님이, "곰 잡아서 뭐해요?"하는데
역시 우리의 일곱 살 부천 승진이, "곰탕요!"합니다.
얼마나 허리를 잡고 웃어댔는지...
우리 승진이요 아주 자그만 아이거든요,
제 목소리 한 차례 크게 내는 법이 없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아주 아주 큰 소리로 그리 대답을 했더랍니다.
아, 이 녀석이 이리 편해하는구나,
제법 여유를 다 부리네...
그래서 더 많이 웃은 게지요.
이런 걸 오늘의 압권, 그러나요?

대동놀이를 하는데 언제나처럼 이어달리기부터 한판 붙었지요.
하늘패랑 바다패랑.
그런데 저어기 멀리서 한녀석이 돌아나오는데
어, 어데서 많이 본 녀석인데
알고 있던 녀석보다 뻥튀기가 된 것이...
"야, 너 다온이 아냐?"
그 아이 다섯 살에 같이 공부를 한 적이 있지요.
운현궁 앞뜰 절구에 담긴 물에다
낱말물고기를 만들어 낚시를 함께 한 녀석입니다.
세상에 그 아이 곧 4학년이 된다지요.
다온이는 세 남매의 막내인데
그 첫째 하번이는 열두번째 여름계자 '하루볕이 무섭다대'를 함께 했습니다.
그 아이 자라 고교 2년생이 되었구요,
(중학교때 글쓰기를 상범샘이랑 하기도 했지요)
그 동생 하림이는 초등 2년때 글쓰기를 함께 했는데
이제 6학년이라나요.
격세지감, 뭐 그런 말을 하는 거 맞지요, 이럴 때?
오랜 시간 한 아이의 성장에 개입하거나 그 자람을 보는 일,
이게 어떻게 말로 표현될 일인가요.
그래서 이 일이 좋고 그래서 이 일에 기쁘고....
초등 3년 무열이 중 3이 되어 계자 새끼일꾼으로 오고
초등 4년 호열이 역시 중 3이 되어 제 배운 것을 나누러 오고...

달이 차 오르고 있습니다.
그믐께에 이 일정이 끝나겠지요.
다시 달이 부풀어 보름께에 다른 계자가 이어질 겁니다.
보름 일정,
나아가 사계절을 우리 아이들이 바로 예서 함께 할 테지요.

요새 공동체 식구들, 혹은 이곳을 오가는 이들 사이에서
'물꼬 앞으로!'라는 표현이 생겼습니다.
오래된 공동체를 떠나 새로이 시작하고 싶다고 오는 이도 있고
공동체 여럿을 머물다 결국 물꼬로 오겠다는 이도 있고
이제는 막을 내린 공동체에 있었던 이가 새 대안을 찾으러 온다고도 하고
아직은 아이가 어리지만 입학을 위해 일찌감치 호흡을 맞추러도 온다 하고...
오늘도 바로 그런 한 사람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계자도 별스런 무슨 행사가 아니라
이곳의 일상으로 이렇게 들어와 있네요.
잘해야지요,
참말 잘해야겠습니다.

오늘 샘들 하루재기에서 그런 생각들데요.
아이가 한 번 웃어주는 웃음에 환해진다는,
아이가 내미는 손을 잡고 마냥 좋았다는 샘들,
아, 이 사람들 참 소박하구나,
물꼬에 오면 보다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들이 더 드러납니다.
이곳이 그러해서 그렇겠고
여기 오는 이들 마음 또한 다르지 않은 것도 까닭이겠습니다.

기독교 불교 뭐 그런 식의 의미로 자유학교를 놓으면
자유학교의 정확한 이름은 아이들교쯤 되겠지요.
아이들 삶에, 물꼬에,
진리가 바로 거기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요!

아이를 보내놓고 안절부절 못하실 몇 분을 위해 덧붙임.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하고
뒤치다꺼리할 아이 없는 시간을 부디 누리시길, 부디.

그리고 아이들 풍경.
남원 서당에 있던 우리의 도형선수는
묶던 긴 머리를 산뜻하게 자르고 나타나
이제 안다 이거지, 목소리 꽤나 크고 첫날부터 누려댐.
우리의 시량선수는 동생 나영이 챙긴다고 자꾸 동생을 주물닥거림.
그래서 같은 2년 경민이랑 인사시켜줌.
대구 불로동에서 온 현주는 만천동에서 온 어, 누구였지?
홍주였나, 그래요 홍주(그 동생이 동주), 동향이라고 반가워들 함.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보고싶다고 훌쩍이는 우리의 인석이,
혼자 신나하는 게 미안할까 흘깃흘깃 형 인석을 보는 효석이,
이젠 제법 공간이 익었다고 목소리도 크고 몸놀림도 큰 승종이와 찬종이,
이곳에서 한동안 지내서 지집같은 안정감이 보이는 예님이와 윤님이,
몇 해만에 얼굴보는, 너무 커버린, 또 그만큼 의젓해진 승찬선수,
작은 아이들이 많아 혹 심드렁할까싶었으나
큰 아이 몫도 잘하고 저도 잘 누리는 영환선수,
곰사냥에 쓸 무기를 한참 구상중인 우리의 진만선수,
애들 온다고 오랜만에 세수하고 머리핀꽂은 하다선수,
춘천에서 다섯살엔가 첨 거울역에서 눈물 글썽이는 아빠랑 떨어져왔던
우리 채은 선수는 이제 두 동생을 데리고 나타났지요.
물꼬 역전의 용사 지선, 경민, 경은,
똘똘똘 굴러다니며 느린 한마디씩으로 우리를 살짝 웃게 하는 석현,
영어선생이랑 가는 스키캠프를 과감히 포기하고 합류한 지후,
그리고 언니보다 더 큰 아이같은 영후,
봤던 날이 더 되니 눈도 더 편한 정한이와 정욱이 그리고 문정이,
화장실에서 밥 먹겠다고 말 잘못했다가 얼른 가마솥집으로 갈란다던 기태,
노란 쉐타를 예쁘게 입고 이리 툭 저리 툭 돌아댕기는 우리 호준이,
포항에서 따로 들어왔으나
같이 기차타고 온 듯이 따스하게 웃고 잘 스미는 예린선수
질문도 진지한 우리의 희영선수,
이젠 오빠 그늘을 벗어난 윤슬이,
아주 승종이랑 구찌를 만들어 자잘한 먼지를 피우는 재헌이,
손이 많이 필요하지만 위험하진 않은, 조금 다른 우리의 원교선수,
어, 연규란 놈도 있었는데...
아, 디카들고 오겠다 인사왔던 다예도 있네,

아주 날 길다는 걸 저들도 알고 우리도 아니
애고 어른이고 여유롭게 만나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한데모임조차 자글자글 웃음으로 채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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