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계자 사흗날, 2010. 8.10.불날. 이른 새벽 큰비를 시작으로 종일 비


비 퍽 많이도 내리는 아침입니다.
온 세상이 컴컴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이 몸이 깨는 시간이 더딥니다.
간밤 아주 늦게부터, 그러니까 아주 이른 새벽부터 내리던
아주 아주 큰비입니다.
태풍이 지난답니다.
낼 아침까지가 고비랍니다.
오늘 아침 해건지기는 황토방에서 있습니다.
몸을 위한 수련이 끝나고 명상을 한 뒤
‘아침에 드리는 말씀’으로 해건지기 셋째마당을 대신합니다.
마음을 어떻게 키워나갈까,
그런 얘기 들려주었더랍니다.

새끼일꾼들은 아이들 속에서도 유쾌하지만
저들끼리 돈독한 우정을 쌓느라도 즐겁습니다.
어른 하루재기를 끝내고 밤참을 해주면
그 늦은 밤 산책을 다녀와 책방에서 한담이 이어지지요.
그래도 몇 시까지만이라고 정해놓으면
잘 지켜 방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종일 보내고 늦은 밤을 그리 움직이니
아침이 무거울 밖에요.
동선이가 새끼일꾼 현곤을 깨웁니다.
“눈 좀 떠요, 눈!”

손풀기가 있었고,
우리가락이 이어졌습니다.
고래방에서 한껏 소리를 뽑아내고,
풍악을 울렸지요.
올 여름은 ‘돈돌라리’와 ‘아리아타령’으로 우리소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우리가락으로는 간단한 타악을 다루는 거였지요.
“우리는 지금 너른 공원에 있습니다...”
그리고 공연 한 판합니다.
이곳에서는 배우는 게 참 쉽다합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올 여름 일정에
‘채식으로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이 주마다 한차례 와서
낮밥을 차려왔더랬습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지난 두 차례의 계자에 다녀가고,
샘들이 강력하게 뺐으면 하던 일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계기를 주고팠고
부엌도 한 끼 밥상을 차리는 일에서 쉬게 해주고팠으며
특히 자주 오는 세빈이 세인이 같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작은 선물을 하고팠지요.
그래서 조율한 게 30분 강의였는데,
그예 또 한 시간을 쓰고 갔습니다,
아이들은 바닥에 널부러지고.
밥을 먹은 오후, 가장 졸릴 시간이기도 했지만
영상의 힘만으로는 강의가 부쳤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이어도
전달방식에 대한 고민과 훈련 없이는 그 뜻을 발현하기 어렵겠지요.
여전히 아쉬움 컸습니다.
그래도 그 뜻이야 어디 가겠는지요.
사람이 먹는 것에 대해 생각 좀 해보는 시간이었답니다.

그리고 ‘열린교실 2’.
열린교실 1에서 했던 것들이
어떤 건 빠지고 어떤 건 더해졌습니다.
‘단추랑’은 교실은 열렸으니 신청자가 없어 그만 폐강되고 말았답니다.
열린교실1의 영향이 컸겠지요.

‘팔찌랑’: 세빈 세인 정연 보빈 서정 효정 세영.
한땀두땀의 효정 보빈 세영이가 건너오기도 하였지요.
새끼일꾼들도 오고 오며 가며, 남자아이들도 기웃거리고,
진행을 맡았던 진주샘은 마음이 좋았다 합니다.
생리주기란 게 여자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긴 하나
남녀 모두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지요.
새끼일꾼 왕훈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배운 대로 다른 이들을 열심히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한땀두땀’에 홀로 남은 장훈은
혼자라도 기필코 바느질을 하고 싶었습니다.
새끼일꾼 계원이 잘 도와주고 있었지요.
그런데 정리할 무렵 곁에 어슬렁거리던 윤구,
암말 없이 물건들을 제자리로 옮겨주고 있었습니다.
습관처럼 말이지요.
그 아이가 사는 환경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데요.

‘물이랑’이 생겼습니다.
계곡을 가고파하는 바램을 도저히 저버릴 수가 없었지요.
나영 슬찬 승호 준하 채원 동선 훈정이 거기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행을 맡았던 샘들은
비가 엄청 많이 와 위험할 듯하다며 ‘공이랑’ 합치면 어떨까 의견을 몰아봤는데,
아이들이 거부권행사를 하여
결국 ‘자유시간’으로 전환되었다 합니다.
그래도 준하와 채원은 끝까지 고집을 세워보았는데,
어른이 붙지 않으면 학교 밖을 나갈 수가 없으니
좌절하고 말았단 후문이 있었더랍니다.

‘뚝딱뚝딱’: 단비, 두 주희, 영훈, 태은.
자꾸 공놀이에 눈이 가던 재훈샘은 슬쩍 마당으로 가고,
새끼일꾼 현곤 열심히 돕고 있었지요.
‘희중샘이 앉아도 끄덕 없는’(서울주희) 긴의자를 만들었다고
자랑 대단도 하였답니다.

‘병뚜껑이랑’의 도현 성빈 준우는
샘들 열심히 공놀이로 붙자 밀어봤지만
끄덕 않고 병뚜껑 상자를 가져와 머리 맞대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뭘 만든 걸까요?

‘공이랑’: 세훈 재욱 상찬 주영 태형 현준 태양 태웅 하다
맨발의 청춘들이었지요.
‘비 내리는 가운데 맨발로 축구를 했다. 그렇게 흔하지 않은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었서 좋았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해 행복했다.’(진홍샘)
어느 순간엔 다른 교실의 모두가 창에 붙어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더랍니다.
맨발로 뭘 해본 게 언제였을 라나요.

저녁을 먹고 한데모임.
원 없이 노래를 부르고 손말도 익히고
그리고 하루를 보낸 시간을 돌아본 뒤
같이 의논할 일들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즐거웠습니다.’
샘들은 ‘웃겨죽는 줄 알았다’고도 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늘 간단합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쏟고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데,
해답 역시 그러하였더랍니다.
사는 일이 때로는 그리 명쾌합니다.
누구도 피해가려고 하지 않으면 말이지요.
그래서 우린 즐거웠던 겝니다.

물 위를 둥둥 떠가는 연등 같은 소품을 두고 춤명상이 있었고,
대동놀이가 이어졌습니다.
‘물꼬축구’는 화려했지요.
지난 어느 한데모임에서
어린 아이들이 힘센 이들과 같이 축구를 즐길 수 없어 안타깝다 하기
그렇다면 물꼬축구를 가르쳐 주마 했고,
그렇게 받은 날이 오늘 밤이었댔습니다.
힘이 없는 이도 역할이 있는 축구, 그게 물꼬축구이지요.
재훈샘이 심판대장으로 열심히 뛰어주어 재미를 더했습니다.
‘서로 몸 부딪히며 놀아서 몸에는 열이 났지만 마음은 상쾌했다.’(진홍샘)

아이들은 일정과 일정 사이에도 끊임없이 일정을 만들어냅니다.
그거야 말로 정녕 물꼬가 마련한 프로그램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또 어찌나 베개들을 가지고 노는지
베개가 성하질 않겠습디다.
이제 고만 하라 했지요,
많이도 했고, 그것 말고도 놀 것 많으니.

아이들이 잠자리로 가고 가마솥방에 샘들이 모입니다.
오늘 하루 아이들이 어떻게 보냈는지
하나하나 짚어볼 것이지요.
그런데 남자방의 진홍샘이 올 생각을 않습니다.
사람을 보내보기도 하지요.
“아직 책 읽어주고 있으시던데...”
돌아온 진홍샘, 다음에는 백과사전을 읽어주어야겠다 합니다.
옛 이야기를 세 편이나 읽었는데,
갈수록 아이들은 더욱 똘망거리더라지요.
아이들이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자는 시간,
참 다사롭기도 하답니다.

물꼬의 뒷간은 여전히 숙제입니다.
올 여름은 또 다른 시도를 해보았지요.
칸을 작년보다 한 칸 늘였고,
전체 구조를 밖으로 더 빼보았습니다.
흙집해우소에서 더 바깥, 그러니까 가마솥방 뒤란
도예실 공간을 잘라서 마련했습니다.
구조가 바뀌었지만, 남자 아이들의 오줌이 역시 또 문제입니다.
이번엔 여자들에 대한 배려로 앉아서 오줌누기를 시도해보았지요.
그래도 여전히 이곳저곳 오줌이 묻고,
냄새의 첫째 진원지는 그곳이 됩니다.
오줌똥이 냄새나지 뭐,
하며 자연스러운 거라고,
너들 잘 누는 오줌똥을 발효시켜 농작물을 키워낸다 자부심도 주지만
고약한 건 고약한 거지요.
정말 수세식으로 바꿔야 하는 걸까요?

이번 계자에는 사진기가 말썽입니다.
물에 들어갔다가도 말리면 괜찮았는데
아주 풍덩 빠졌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사진기를 관리하는 과정이 우리들에게 좋은 공부거리가 되었습니다,
맡은 일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사진을 찍는 것이 우리가 활동을 하는 것보다 중요하겠는가,
사진기를 망가지게 했다고 무슨 비난이 있겠는가,
물건이란 쓰다보면 그런 것인 걸,
그런데 문제는 물에 빠진 사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책임이 드러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말리면 된다던데...”
그렇게 말하며 남의 일보듯 밀쳐둘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이가 그리 행동해야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맡았던 이가
그걸 쥐고 마지막까지 걱정하고 해결하려 하고 책임지는
그런 과정이 아쉬웠던 거지요.
우리가 이곳에서 아이들과 끊임없이 하는 ‘정리’라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끝까지 책임지는 것,
그것은 비약되어
책임지지 않은 정치가 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든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까지 나왔지요.
책임지는 건 중요한 자세입니다.
강국의 환경문제가 그러하고
전범처리가 그러하고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일상의 일들에서도 역시 중요한 문제 아닐는지요.

교무실은 재판소이고 병원이고 흥신소이기도 하고
그리고 보육원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밥을 먹을 때 부산하면
가마솥방 5개월 세현이를 아이들이 안고 옵니다.
소란한 틈에서 깊이 잠이 들 수 없던 갓난쟁이는
비로소 한껏 자지요.
아이를 재우다 곁에서 스르르 같이 잠이 들기도 하였더랍니다.
잠시 자리를 비울라치면
두셋 아이가 아이를 들여다보러 와서 자리를 지켜주기도 하였지요.
오늘은 태은이가 건너왔네요.
“저 남친 있어요.”
물어보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얼마나 신나게들 하는지요.
우리들이 전남 대표라고 일컫는 3학년 그 아이는
광양에서 주유소 하는 집의 딸래미랍니다.
집안일이며 학교, 학원 이야기며 구성지게도 하여
듣는 재미가 쏠쏠하였지요.
“저는 꿈이 커요. 외교관, 뇌호흡선생, 자원봉사자.
기형아가 많잖아요. TV보고 감동 먹어서...”
건강한 아이입니다.
그렇게 아이 하나 하나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이번 계자도 사흘을 넘기고 있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56 2011. 9.28.물날. 흐려가는 밤 옥영경 2011-10-12 1262
1255 2011년 11월 빈들모임 갈무리글 옥영경 2011-12-05 1262
1254 8월 29일-9월 12일, 밥알 모남순님 옥영경 2004-09-17 1263
1253 2007. 5.24.나무날. 오후 비 / 못밥 옥영경 2007-06-13 1263
1252 2007. 8.29.물날. 비 옥영경 2007-09-21 1263
1251 2010. 5. 5.물날. 밤 비 / 사과잼 옥영경 2010-05-23 1263
1250 9월 6일 달날, 포도 다 팔았지요 옥영경 2004-09-16 1264
1249 11월 10일 물날 흐림 옥영경 2004-11-22 1264
1248 1월 22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1-25 1264
1247 2005.11.24.나무날.맑음 / 샹들리에 옥영경 2005-11-25 1264
1246 2005.12.23.쇠날.하염없이 눈 / 매듭잔치 옥영경 2005-12-26 1264
1245 2006.3.10.쇠날.맑음 / 삼도봉 안부-화주봉(1,207m)-우두령 옥영경 2006-03-11 1264
1244 2006.10.25.물날. 조금 가라앉은 하늘 / 햇발동의 밤 옥영경 2006-10-27 1264
1243 2006.11.25-26.흙-해날 / ‘찾아가는 하우스예술파티’ 워크샵 옥영경 2006-12-05 1264
1242 2006.12. 4.달날. 맑음 옥영경 2006-12-07 1264
1241 2008. 9. 7.해날. 맑음 옥영경 2008-09-21 1264
1240 2011. 4.19.불날. 갬 옥영경 2011-04-28 1264
1239 159 계자 나흗날, 2015. 1. 7.물날. 맑음 옥영경 2015-01-13 1264
1238 11월 9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1-22 1265
1237 2005.10.17.달날.맑음 / 내 삶을 담은 낱말 옥영경 2005-10-19 126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