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불날 어깨에 기분 좋게 내려앉는 햇살

조회 수 1260 추천 수 0 2005.04.02 02:08:00

< 3월 29일 불날 어깨에 기분 좋게 내려앉는 햇살 >

아이들을 보고 앉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란 고작 몇 마디 안내와
연필을 깎아주고
부르면 대답이나 해주며
가끔 물어오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일입니다.
그것도 끽해야 책방에서 찾아봐라 정도인.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요즘 검도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지요.
독한 몸살리기가 어느 지점을 넘자 솔솔 재미를 풍기는 모양입니다.
여전히 맨발로 강당 마루바닥을 밟기엔 차가운 날씨인데도
이제 그 따위는 한 마디 툴툴거릴 건덕지도 안되나 봅니다.
지난 6월에 시작했던가요,
어느새 아이들이 성큼 자라 옷이 작았더랍니다.
채규는 지난 주 작아진 옷을 껴입으며 어찌나 울고 불고 하던지
아니, 도대체 왜 우냐고요오?(채규 말법 따라하기)
그래서 옷을 아래로 물리는 작업을 했고
빠진 아이들 것은 예 제 부탁을 해두었는데
외려 여벌옷이 없다던 김기석샘이 옷을 찾아와 주셔서
모두가 갖춰 입을 수 있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한국화는 등꽃이 잎을 더해가다
바람에 흔들거립니다.
먼저 한 놈이 잘 하네 싶으면 어느새 꽃이 어그러져있고
더디다 싶던 녀석이, 돌아보면 모양을 제대로 잡아 있습디다.
공부하는 놈 저금하는 놈한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지요,
꾸역꾸역 지독하게 해봅니다.
서서히 즐거움이 배고
실력이 되어간다지요.
"이제 매화나무 가지도 칠 수 있겠네."
최병기샘은 그저 기특타십니다.

마늘밭이 생기발랄합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올랐습니다.
휘잉 바늘밭을 눈길로 쓰다듬고
아이들은 간장집으로 몰려가 배수로를 파고
곡갱이를 들고 잡풀도 쪼고
된장집 앞 풀도 뽑습니다.
그러다 쟁기질 하는 신씨 할아버지의 소를 보았지요,
발목이 갈라져 피가 배여 나오는.
한데모임에서도 안타깝다 얘기가 깁니다.
"너무 안됐다..."
멀리 있는 그에게는 마음을 내면서
가까이 있는 이는 미워하며 살지는 않는가,
더 살펴보고 또 살피자 한데모임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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