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집 마당에 숙근 코스모스가 피었다,

나지막한 속삭임처럼, 아이들의 간지럼처럼!

이웃 도시의 벗이 오늘은 핏자를 들여 주고 갔다.

벌레물린 데 바르는 약 몇도 챙겨주다.

벌레, 참 지치지도 않는 그들이다.

아래 학교에서는 고추밭과 호박밭과 수세미밭에 거름을 주고.


아침뜨樂에 든다.

미궁 느티나무 아래 풀을 뽑고,

달못 아래 칸나와 숫잔대와 수국에 물을 준다.

한련화 앞 쑥도 뽑고.

앗, 저 숫잔대 좀 봐!

멧돼지가 파낸 한 뿌리가 말라 비틀어 있기

얼마 전 수로에 던져두었더랬는데(숫잔대는 물을 퍽 좋아한다),

여전히 말라죽은 듯하면서도 꽃대를 내고 있었다.

얼른 일으켜 세워 다시 심다.

질긴 생명이라, 놀라운 삶이라.

아침뜨락 들머리 계단 채송화 곁에

어느 결에 또 키를 세운 쑥들을 뽑네.


<내 삶은 내가 살게...>의 열독자도 생겼다.

두 번째 읽고 있다는 이.

작년에 바르셀로나에서 만났던 한 기자와도 메일을 주고받다.

네덜란드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잠시 바르셀로나로 왔던 그였다.

한국에서 이리 또 소식 닿았네.

책 담당 기자가 <내 삶은 내가 살게...>를 읽었나 염탐도 해보겠다지.


걷기여행 책 원고를 수정하는 며칠,

이 정도(닷새째) 와서야 원고가 눈에 좀 드는.

낼이 마감인데 말이다.


달맞이꽃을 닮은 벗이 있는데

요새 달골은 달맞이꽃이 지천이라.

마침 보면 생각나는 이여 당신을 달맞이라 부르는데

오늘 문자 주고받는 결에

그가 해맞이 옥샘이라 불렀더라.

꼭 한 소식 주고받는 선사들이라도 됐는 양

기분 좋은 순간이었네.

좋은 사람과 죽이 맞을 때의 기쁨.

물꼬의 많은 인연들이 그러할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56 2021. 3. 5.쇠날. 갬 옥영경 2021-03-26 422
1255 2020.11. 5.나무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0-12-03 422
1254 2019.12.24.불날. 맑음 / 그대에게-그의 쌍수에 대하여 옥영경 2020-01-17 422
1253 2019.11.30.흙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20-01-12 422
1252 2023. 8.22.불날. 비 소식 있었으나 / 그대에게 옥영경 2023-08-26 421
1251 2020.10.30.쇠날. 맑음 / 계단에 앉다 옥영경 2020-11-30 421
1250 2020. 9.16.물날. 흐리다 가랑비 옥영경 2020-10-10 421
1249 2020. 4.19.해날. 비, 비, 비, 가끔 바람도 옥영경 2020-07-07 421
1248 청계 여는 날, 2021.12.25.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08 420
1247 2021.11.22.달날. 먹구름과 해와 비와 우박과 바람 옥영경 2021-12-24 420
1246 167계자 닫는 날, 2021. 1.22.쇠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21-02-10 420
1245 2020. 8.15.흙날. 강한 볕, 그러나 바람 옥영경 2020-08-27 420
1244 2020. 3. 8.해날. 맑음 옥영경 2020-04-12 420
1243 2020. 3. 7.흙날. 비 옥영경 2020-04-10 420
1242 2019.12.29.해날. 진눈깨비 날리는 저녁 옥영경 2020-01-17 420
1241 2019.11.27.물날. 흐림 옥영경 2020-01-10 420
1240 2019.10.17.나무날. 흐림 / 주목 세 그루 옥영경 2019-12-05 419
1239 2022. 4.22.쇠날. 흐림 옥영경 2022-06-04 418
1238 2021. 1.24.해날. 맑음 옥영경 2021-02-11 418
1237 2021. 1.12.불날. 해 난 아침, 펑펑 눈 내리는 밤 옥영경 2021-01-27 41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