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달날, 포도 다 팔았지요

조회 수 1264 추천 수 0 2004.09.16 00:40:00

한 켠에선 거두어들이느라
한 켠에선 또 겨울날 작물들을 심느라 바쁘네요.
아이들은 형길샘이랑 호두를 따내리고
비 묻어온다고 가마솥방에 들어가서 호박 부침개를 내옵니다.
세상에,
포도 장사는 끝났답니다.
못팔까 걱정이더니 웬걸요,
없어서 못팔게 되었습니다.
상품가치가 좀 떨어지는 것들은
술도 담고 즙도 내고 효소와 식초로 쟁인답니다.
더도 말고 딱 이만큼씩만 해마다 하면 좋겠다,
한 두어주 다른 일이 통 안되더라...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내년엔 우리 공동체 포도밭이 느는 걸요.
도와주실 손들 믿고 하는 일이지요...

주말을 보내며 아이들이 얼마나 방방대던지요.
저녁엔 천장 내려앉을까 걱정됩디다, 이 낡은 건물.
“얼른 운동장으로 나와라!”
“왜요, 달밤에 체조할라구요?”
분위기 더딘 우리의 정근 선수겠지요.
운동장 스무바퀴, 엎드려 뻗쳐,
뭐 몽둥이도 들어야합니다.
아니, 우리 학교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어느 학교에서 한 날 저녁 있었던 풍경 말입니다.
우리야 책방 불빛 넘어오는 곳에서 동그라미 그려 섰지요.
길지도 않습니다.
“가라앉혀보자!”
겨우 두어마디나 했을까요.
그러고는 알아듣습니다.
지난 봄학기 들머리께,
한 어른이 열닷새를 예서 머물고 돌아가는 날 저녁에
아주 걱정스럽게 한 말씀이 있지요.
“결코 만만한(수월한) 애들이 아니예요.”
여간 걱정되지 않는다는 말투에 표정이라니...
우리의 믿음을 한번도 저버린 적 없는 아이들입니다.
이건 전 인류사를 다 털어서 하는 말입니다요.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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