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리는 아침에 비가 내린다 했다.

오후에는 갰다고.

학교아저씨는 쓰레기통을 정리하고 저녁에 운동장에서 종이류들을 태웠다셨네.

 

十一(열하루)오색마지막 날.

열하루 설악산 아래 오색에 깃들어

산꽃 보고 산나물 뜯고 걷고, 마을을 또한 걸었더라.

간밤은 양양 바닷가에서 묵고 바다에 나갔다가 늦은 아침 설악소공원에 차를 두다.

 

케이블카로 권금성에 올랐다. 고려시대 산성인 권금성 터.

그것 말고 접근로가 없다.

권금성이 처음부터 이런 민둥 암벽은 아니었단다.

1960년대 권금성 일대의 사진과 근래 모습을 견주어 보면

토사가 유출돼 바위틈서 자라던 나무와 풀이 사라져버린 것.

초록 암벽이 케이블카를 설치한 뒤 그리 된.

50년간 박정희의 사위 일가가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해왔고,

40억대 수익에도 환경보전기금 부담은 ‘0’. 지금도! 아직도!

환경단체들이 줄기차게 권금성 일대에 대한 생태훼손 문제를 제기했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이 2011년 서울시립대 연구팀에 생태복원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그러고도 수년이 흘러서야 복원작업을 일부 했다 들었다.

아무리 절경이라한들 케이블카까지 설치해서 꼭 그곳을 가야 하는 걸까!

그 타당성에 여전히 고개 갸웃.

오색 케이블카 사업(오색약수터에서 끝청 구간 3.5km)에 반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다행히 재작년 10월 백지화 발표를 들었더랬다. 

오래 싸워준 이들이 거듭 고맙다.

 

마음은 토왕성 폭포도 그예 가보고 싶었으나

너무 몰아 부친 여러 날의 산오름이었다.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70년부터 닫혀있던 그곳이 공개된 게 불과 얼마 안 된.

땅을 왕성하게 한다는 뜻이라지.

물줄기가 3단으로 꺾어져 떨어진다는데.

320m나 되는 길이란다.

 

주봉 대청봉(1,708m)이 추석 무렵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여름이 되어야 녹는 까닭에 붙은 이름 설악(雪嶽), 백두대간의 척추다.

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천왕봉 1,915m) 다음으로 높은.

남한에서 해발 1,500m가 넘는 산은 일부 바위로 이루어진 한라산을 빼고는

죄 흙으로 이루어진 육산,

하지만 설악산은 최고봉 대청봉 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

금강산과 설악산은 원래 한 덩어리, 다만 그 사이를 휴전선이 지나는.

인제과 고성, 양양과 속초에 걸쳐 있는 설악은

인제 방면은 내설악, 한계령~오색방면은 남설악,

그리고 속초와 양양 일부, 고성군으로 이루어진 동쪽은 외설악.

이번 걸음은 남설악 중심으로 머물렀네.

대청봉을 비롯 삼십여 개 봉우리들(하나씩 불러보며 옮김. 높이순):

중청봉(1,664.5m), 끝청봉(1,609.6m), 소청봉(1,581m), 귀때기청봉(1,576.3m),

가리봉(1,518.5m), 안산(1,430.4m), 큰감투봉(1,409m), 주걱봉(1,386m), 화채봉(1,328.3m),

황철봉(1,319m), 나한봉(1,297.4m), 삼형제봉(1,232.3m), 응봉(1,208.1m), 세존봉(1,160m),

범봉(1,134.1m), 칠성봉(1,093.5m), 작은감투봉(972.9m), 관모산(877.3m), 집선봉(875.1m),

도로봉(827.3m), 옥녀봉(811m), 노적봉(726.3m), 달마봉(631.8m), 주봉산(337.8m), 왕관봉,

오봉산, 동봉(울산바위), 서봉(울산바위), 희야봉, 칠형제봉, 노인봉, ...

능선은 공룡능선, 서북능선, 화채능선, 용아장성릉, 가리능선 들.

 

10시 넘어 학교 닿아 짐을 부렸다.

학교 부엌살림을 좀 살펴 싱크대며 여기저기 박박 뜨거운 물로 문지르고.

어느새 자정이었다. 그제야 달골 올랐네.

아침뜨락이 안녕한가 이 밤에도 둘러보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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