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19.달날. 맑음
어머니가 다녀가신 흔적은 먼지 없는 구석구석만이 아닙니다.
삶아 볕에 넌 새하얀 행주에서만은 더욱 아니지요.
뒤란 구석 포대에 들어있던, 손이 못다 가던 대파꾸러미와
언제 먹어야지 하면서도 겨우내 손도 대지 못하고 있던 시래기,
그리고 곱게 다져진, 까기가 여간 까탈스럽지 않았던 잔 마늘들이
죄 나와서 쓰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가마솥방을 들어서며 눈시울 붉어지데요.
부모 그늘이란 저승에서도 이승에까지 닿는 게 아닐는지요.
올해 달날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일을 합니다.
집안일도 거들고 부엌일도 거들고 학교일도 같이 하고 농사일도 하고...
한 주를 시작하는 준비 ‘첫맛남’에 이어
명상과 몸다루기를 하는 ‘아침고요’가 이어지고
사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것을 스케치북에 옮기는 ‘손풀기’를 끝낸 뒤이지요.
오늘은 콩나물콩을 가렸습니다.
해를 넘긴 쥐눈이콩이라 싹을 낼 수 있을까 싶은데,
요리를 할래도 정리를 해야 하니
그릇과 쟁반들을 가져다놓고
버릴 것, 삶아 짐승 먹일 것, 요리할 것, 콩나물로 키울 것으로 나눕니다.
오후에는 뼈대만 세워둔 표고장하우스에
비닐도 덮고 차양막도 치고 가장자리 마감일을 아이들이 도왔습니다.
목공실에서는 널린 나무들을 정리한 뒤 농기계를 돌렸고,
농사부에서는 잘려져 바닥에 널린 포도나무가지를
달골에서 연일 묶고 있습니다.
땅이 기지개를 켜는 봄날,
산골 논밭, 어른들 손발 움직임도 잦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