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12.달날. 맑음

조회 수 1192 추천 수 0 2007.02.16 09:01:00

2007. 2.12.달날. 맑음


언제 왔는지 교무실 현관에 택배가 와 있었습니다.
달팽이학교에서 보내온 숙제입니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것이지요.
‘물꼬 자유학교(그 참, 자유학교 물꼬라니까요...)’라 씌어 있어 조금 아쉽긴 하였지만,
철판에 예쁘게 그려진 학교에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있었습니다.
물한계곡 가는 길에서 대해리로 꺾어지는 들머리,
그러니까 흘목에다 쇠기둥을 박아 붙여두려지요.
고맙습니다.

무소유공동체 산안마을의 최창호님이 달마다 한 차례 다녀가시지요.
하필 달날 저녁마다 바깥에 있어
드나드신지 반년 만에야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어째 읍내 나가는 차편에 야채들을 좀 실어오라 부탁을 하고 싶더라니
손님 들려고 그랬던가 봅니다.
쌀종이를 데쳐 야채를 싸먹으며 연신 맛나다셨습니다.
병원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진 이들이라
늦도록 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아, 김현주엄마가 강정을 한 상자나 꾸려서 설 선물로 보내셨네요.
늘처럼 ‘행복한 달걀’도 가마솥방으로 그득하게 넣어준 최창호님은
낼 이른 새벽 대구로 떠나십니다.

경로당에서 농협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물꼬도 조합원입니다.
사실 농협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보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 얼굴 한 번 보려 나가는 게지요,
같이 점심도 먹고.
할아버지들방에서 농협이 한 해 동안 한 일과 새해 계획을 들은 뒤
할머니들방으로 건너가 그간 못 본 젊은 사람들과도 앉았습니다.
젊다 해도 나이 쉰줄이지요.
그런데 이 달 들어 통 뵌 적 없는 윤상문아저씨네 아줌마가
곁에서 대뜸 그러십니다.
“그래, 그러면 지금 죽 먹어?”
“하이고, 단식하는 거 온 동네가 다 알어.”
“왜 몰라. 아침 일, 저녁이면 다 알지.”
올해 꼭 쉰이 되는,
아직도 ‘새댁’이라 불리는 이 마을 부녀회원 가운데 두 번째로 젊은 은영엄마는
산골로 살러 들어왔다 떠나는 이들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드셨던가 봅니다.
“그게 고비야. 그 고비를 잘 넘겨야 하는데...
어디 가서 살면 그런 고비가 없나?
또 고비가 어디 그 한 번뿐인가?
나도 처음 여기 와서, 서울 살다가, 얼마나 답답하고 그랬는데...”
귀농을 해서 서둘러 자리 잡으려는 성급함에 대한 안타까움도 꺼내셨지요.
“댓마 이사 들어온 사람한테도 내가 맨날 그래.
자꾸 겁나게 벌이는 거야, 일을.
그러다 금방 지치지.
급한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농사일이 그렇게 되나,
우리도 포도농사 20년, 그래도 날씨 따라 다르고 어려운데...”
그렇지요, 그렇지요...

논두렁 오정택님은 안부통화를 하고 있던 가운데
달골에 피아노를 한 대 보내주신다셨습니다.
반쪽이 최정현샘은 부산 전시를 성황리에 마치고
4월엔 대전 과학공원에서, 그리고 7월엔 인사동에서 전시를 잇는다십니다.
고마운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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