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 6.물날. 흐릿

조회 수 1147 추천 수 0 2006.12.11 12:06:00

2006.12. 6.물날. 흐릿


바람에 쓰러진 단풍나무 근처에서
사내아이와 여자아이가 놀고 있었는데,
커다랗게 뻗은 가지들이 땅까지 뻗어 있어
남자 아이들이 올라가고프게도 생겼더라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내애가 가지위로 올라갔다지요.
여자아이도 온 힘을 다해 가지를 오르려했으나
번번이 미끄러지고 떨어졌다는데,
사내애가 손을 내밀어 힘들어하는 친구를 도왔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친구까지 끌어올릴 힘은 없었던 사내애는
결국 그대로 내려오더라지요.
‘혼자 나무 위로 올라가는 대신 함께 걷는 쪽을 택했다...’


‘스스로공부’를 하는 오전,
‘숲이랑’을 표현할 시간을 더 달라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뒤늦게 자료를 찾는다, 복사를 해 달라, 부산하더니
덕분에 숲에서 만난 것들을 다시 복습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이제 스스로공부를 한다고 또 나갑디다.

“연극 준비를 좀 해야지 않나?”
물꼬에서 수년에 걸쳐 어린이극단을 꾸리던 서울살이 때
무대에 올렸던 작품을 비디오로 몇 편 돌아보고
또 사진으로 남은 소품이며도 보며
이번에 할 연극을 가늠해보았지요.
먼저 내일 무대 배경그림을 그리겠다데요.

낮 3시. 축구를 위해 비워둔 시간이었습니다.
한참 축구를 사랑하게 된 아이들이
축구 때문에도 기락샘을 기다려왔더랬지요.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과
축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상범샘과 기락샘이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선수로 뛰지 않고 응원석을 지켜도 되었지요.
그런데 잠시 상범샘이 면소재지를 다녀오게 되었고
호시탐탐 선수 자리를 노리던 김점곤아빠가 기용되어
모두 온 마당을 다진 뒤 핫초코를 후루룩거리고 마셨답니다.
전승경고모가 사다 준 초코와 기락샘이 사온 우유였지요.
아, 새해에 공동체식구로 들어올 준비를 위해 몇 차례나 다녀가고 있는
장병조아빠가 사온 바나나도 듬뿍 먹었지요.

‘두레상’.
한 지붕 아래 두 가정이 살며 작은 공동체를 실험하는 곶감집이
김장을 했다 합니다.
같이 사는 게 그리 불편한 일만은 아니구나 하데요.
젊은 할아버지는 물꼬 지킴꾼 장순이와 쫄랑이네 겨울채비를 위해
나무를 만지고 계신다 합니다.
낙엽방학으로 집을 비웠을 적 갑자기 추워졌는데
공동체에서 집집이 수도를 틀어 놔서 얼지 않았다며
마을 식구들이 고마움도 전했고,
아이들 매듭잔치에서 어른들도 공연 하나를 하면 좋겠다고
두레상 뒤에 어른들이 모임도 가졌지요.
아이들은 한 해 갈무리를 하며 보내는,
배움방에서의 흥분과 기대를 전했습니다.

12월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달골 햇발동 기숙사엔 나현이와 령이와 창욱이와 류옥하다만 남았지요.
그런데 지난 이틀 밤을 노심초사하였더랬습니다.
혹여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밤새 몇 차례나 왔다 갔다 하며 이불을 여며주고
1층과 건너동 손님방에 있는 히터도 가져와 돌려주고...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지, 한주 동안 비워 그런지,
젊은 할아버지는 어디서 이리 골바람이 휘휘 도냐셨더랬지요.
보일러 점검을 대대적으로 해야겠습니다.
아직 심야보일러를 쓰는 일,
그리고 이 공간 난방을 효율적으로 하는 일에 서툴러서도 그렇겠지요.
처음 나는 겨울이라 온 신경이 쓰입니다.
매듭잔치가 끝난 뒤의 날들은
에너지를 허투로 쓰지 않기 위해서도 학교 사택에 모여서들 지내겠지만
아직 열흘은 남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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